런던일기/2014년

[life] 사람과 괴물

토닥s 2014. 10. 29. 06:42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수 신해철의 죽음에 관한 기사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댓글도.  정말로 재능있었던 한 가수의 죽음을 두고서도 그가 가졌던 정치적 견해/취향 때문에 막말이 오가고 있었다.  '잘 뒈졌다'라고 댓글을 단 이름을 눌러보았다.  미국의 유명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이거나, 공부했던 학생 같았다.


페이스북은 사회관계가 반영되는 인터넷 서비스라서 막말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생각했다.  아주 철저하게 분리하고 수위를 조절하지 않는 한.  내가 한 막말을 친구가 볼 수도 있고, 가족이 볼 수도 있다.  나는 사람들이 그러한 특성을 모른채로 막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시하는 건가.


의견이 엇갈리는 뉴스의 댓글을 볼 때마다 나로써는 이해가 가지 않는, 하지만 자신의 얼굴을 프로파일 사진에 걸어놓은 것 같은 이름들을 눌러본다. 

정말 페이스북 초기엔 그랬다.  그런 (악의성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댓글 프로파일엔 얼굴도 없었고, 있다고 한들 별 활동이 없는 아저씨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경우 나는 '조직적'으로 명의가 도용당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차라리 내 마음이 덜 쓰렸다. 

그런데 요즘은 참 다르다.  막말 댓글 프로파일에 자신의 얼굴도 있고, 내가 친구가 아닌데도 대략의 나이나 취향을 가늠할만한 정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신을 드러내놓고 막말해도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의외로 젊다는 말보다 어리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도 많고, 해외에 사는 사람들도 있고(미국이 절대적으로 많았는데, 그건 미국이라는 나라의 성격보다 교민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서 그렇지 싶다), 절대자를 향한 절절한 기도로 타임라인을 채워놓은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좀 크리티컬하지만) 남자들이 많다.


'잘 뒈졌다'라고 댓글을 쓴 사람의 페이지를 보며 생각에 빠져 있는데 누리가 달려드는 바람에 실수로 친구신청이 눌러져버렸다.  '어쩌지?'하는 순간, 정말 2초도 안되서 친구신청이 수락되어버렸다.  계속 달려드는 누리를 한 팔로 밀어두고 친구를 취소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의외로 쉬웠다.  친구신청 버튼을 다시 한 번 더 누르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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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독재자의 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만약 그 사람이 우연히 운명을 달리했다고 해도 - 그래도 나는 '잘 뒈졌다'라고 말할 수 없다.  나와 의견이 다르고, 설령 범죄를 저질렀다(묵인했다)고 해도 나도 그도 '사람'이기 때문이다(전또깡은 예외로 둘까..).  그런데 페이스북을 보면 좀 혼란스럽다.  처음엔 막말 댓글인들과 나는 겹치는 인간관계가 없다는데 위안 얻었지만, 그런 위안이 뭐.. 다시 생각하니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좀 더 많은 사람이 스스로 '사람'이기를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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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인들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려 놓은 또 다른 뉴스.  한 아파트 내에서 임대세대 어린이들의 놀이터 사용을 제한한다는 뉴스.  시설 유지는 분양원가에 포함되어 있고, 임대세대는 공공서비스 영역이어서 그 분양원가를 부담하지 않았기에 시설 이용을 제한한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그래도 정말.. 왜들 이러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