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715days]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토닥s 2014. 9. 4. 07:07

지난 주 스위스 바젤에서 런던으로 돌아오던 날, 바젤 공항에서 누리를 잃어버렸었다.  5분쯤.  혹은 그 이상.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에 우리가 타야할 비행기가 런던에서 바젤로 오던 중 런던으로 다시 회항했다는 안내방송을 들었다.  "난 몰라! 난 잘래!"하면서 빈 의자가 놓여있는 곳으로 가 누웠고, 지비는 내 뒤를 따라와 내 옆에 가방을 놓고 자판기 쪽으로 뛰어간 누리를 잡으러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단다.  무슨 생각이 들어선지, 나는 눈을 감은지 '정말' 3초 만에 눈을 떴다.  내가 눈을 떴을 때 지비가 누리가 뛰어간 자판기 쪽으로 가서 누리를 찾으려는 모양새였는데, 지비는 '갸우뚱'하는 표정이었고 누리는 그곳에 없었다.  벌떡 일어나 "누리는?"이라고 물었는데 지비이 답이 "이쪽으로 갔는데.."였다.  하여간 그쪽엔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얼굴이 하얗게 되었을터였다. 


우리가 자리 잡은 쪽이 여러 갈래 방향으로 나눠지는 입구였다.  우리가 온 화장실 방면엔 화장실이 있고, 그 뒤는 출국 심사대였으니 그리로 갔을린 없다.  그리고 우리 정면에 2개의 탑승 게이트가 있는 길이, 뒤쪽으로 또 2개의 탑승 게이트.  문제는 아랫층으로 내려가는 - 그곳엔 더 많은 탑승 게이트가 있는 - 계단이 있었다. 

사색이 되서 나름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봤으나 사람도 많았고, 누리가 잘 보이지 않았다.  지비는 그 자리에서 계속 둘러봤고, 나는 찾아나섰다.  화장실을 가기 전에 우리가 탈 게이트  뒤쪽에서 커피와 빵을 먹었는데, 그 카페 TV 앞에 혼자 누리가 앉아 있었다.  누리를 보는 순간 주책 맞게 울뻔했다.  그리고 마구 엉덩이를 때려주고 싶었으나.. 너무 신파 같아서 그건 참았다.


누리를 안고 지비에게 가니 "아.. 아.."만 연발하는 지비.  그 뒤 우리는 눈을 붙인다던가 하는 휴식 같은 건 포기했다.  그렇지 않아도 피곤한 여정이 더 피곤했던 이유라면 이유였다.  십년감수..까지는 아니여도 우리 둘은 정말 혼쭐이 났다.  



스위스 바젤 공항 (2014/08)


오늘 여름 방학 시즌 축구 수업 마지막이 있었다.  총 7회 중 지난 주를 빼고 열심히 갔다.  누리가 좋아했기도 하고, 누리가 너무 나랑만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계속하고 싶긴 하지만, 수업을 들을 때마다 예약할 수 있는 여름 방학 시즌과 달리 가을 학기는 3개월 반을 전체 예약해야 해서 고민이 좀 된다.  영국의 가을 겨울은 매일 비가 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라.  그래서 비가 오면 어떻냐고 했더니 대부분은 폭우가 아닌 이상은 비/눈 와도 수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며칠 세게 고민해봐야겠다, 할지 말지.


이번 주부터 근방의 학교들이 개학을 한터라 오늘 수업은 영 사람이 적었다.  뭐 어차피 누리 연령은 18개월-2살까지니까 학교에 영향을 받지 않기는 하지만.










지지리도 말 못알아듣는 애들 데리고 코치가 고생이 많았다.  그래도 늘 애들 귀엽다고 감탄하며 일하는 코치들을 보면 그게 직업인가 싶다.


누리가 이제서야 코치와 친근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만둔다니 아쉽다.  하지만 가을 학기에 다시 이 코치를 만난다는 보장도 없고, 날씨도 그렇고, 고민이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