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541days] 아기밥, 입장 바꿔 생각하기

토닥s 2014. 3. 14. 07:39

한국에 가기 전엔 누리가 먹을 국을 따로 끓였다.  국이라기보다는 육수에 채소 그리고 두부나 고기를 넣은 국물.  나름(?) 영양을 고려한 것이었다.  한국에 가서는 엄마가 해주신 밥을 받아먹었다.  소금간만 신경쓸 뿐 고기나 채소를 먹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소홀해졌다.  그래서 런던으로 돌아오고서 한동안 한끼는 고기와 채소가 든 죽을 먹였다.  죽이라는 게 딱 한끼만 끓여지는게 아니라서 한 번 만들면 2~3일은 먹게 되는데 꼭 3일째가 되면 눈에 보이도록 덜 먹는 누리.  저도 입이라고.


이젠 죽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고나니 먹는 게 걱정이다.  아침은 씨리얼 비스켓 Weetabix(통밀) 또는 Oatibix(오트밀)을 우유에 말아서 먹고 점심과 저녁은 밥에 국을 말아 먹였다.  말아 먹였다기보다는 질척하게.  이 역시 좋은 습관은 아니라서 어떻게 어른밥으로 넘어 갈 것인가 고민이 많았는데 '때가 되니' 자연스레 넘어가는 것 같다.  하지만 아주 천천히.


요즘은 부쩍 빵을 잘 먹는다.  빵이 은근 짭짤하다.  그래서 씨리얼을 줄일 요량으로 먹던 씨리얼을 반토막만 우유에 말아준다.  그리고 나머진 빵으로 배를 채운다.  그래봐야 작은 식빵 반 조각.  더 주면 더 먹겠지만 반 만 주고 과일을 준다.




우리들이 하는 건 다 탐내는 누리.  밥알을 젓가락으로 먹겠다고 내 젓가락을 빼앗아 가버렸다.




폴란드식 만두인 피로기를 한 조각 주었더니 잘 먹길래 요즘은 가끔 준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먹으면 밥을 먹을 때처럼 많이 먹어지지는 않아서 식전에 씨리얼 비스켓 반토막을 준다.  그리고 다른 그릇에 만두, 과일, 빵을 담아주면 좋다고 먹는다.  사두고 쓰지 않은 접시에 담아 줬더니, 접시에 담긴 음식보다 접시와 접시 밑에 깔린 매트에 관심이 더 많아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그릇 하나에 다 같이 담아서 준다.




예전에 우리가 먹는 파스타를 소스 없이 줬더니 먹지를 않아서 "싫어?"하고 말았는데, 며칠 전에 소스와 함께 우리 먹는 그대로 하나를 줬더니 쪽쪽 소리를 내면서 먹는다.  포크에 끼워줬는데 빼서 손으로 먹는다.


소금을 의식해서 소스 없이, 심심하게 그렇게만 줬는데 저도 짭짤한 게 입에 맞고 마음에 드는거다.  그런데 한 번 길들여지면 심심한 음식을 먹지 않을꺼라 생각해서 심심하게만 줬는데 입장 바꿔 생각하니 그 동안 얼마나 맛이 없었을까 싶다.  그렇다고 우리 먹는대로 그대로 주기도 그렇고, 따로 음식을 하기도 힘들고 그렇다.  물론 우리 역시 소금과 설탕을 거의 먹지 않지만.  그래도 먹긴 먹는다.


이유식을 만들 땐 그랬다.  2~3일에 한 번씩 이유식을 만들면 1~3시간은 키친에 코를 박고 있었다.  누리는 뒷전이고.  어느 날 문득, '애 잘 먹이자고 애가 뒷전인 이 상황이 맞는건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이유식은 누리를 재우고 만들었는데(그땐 지비가 뒷전) 그도 쉽지 않았다.  지금은 그 때만큼은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 여전히 뭘 먹일까 늘 고민이다.  그리고 우리도 뭘 먹을까가 늘 고민이고.  식재료를 누리 먹는 것 중심으로 사다보니 우린 '나머지'로 대충 먹는다.  누리도 누리지만 우리도 몸보신 좀 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