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life] 만나고 싶은 사람

토닥s 2014. 3. 5. 07:34

오늘 문득 든 생각.


1월 한국에 가기전 체력이나 정신력이나 다 바닥이 난 상태였다.  그래도 한국에 다니러 간다는 생각만으로 겨우 버텼다.  훨씬 활발해지고, 부쩍 잠이 줄어든 누리가 이유기도 했고, 겨울들면서 지비가 아이키도를 시작하면서 평일 이틀을 아침부터 밤까지 누리를 커버하는게 은근 큰 부담이었고, 그리고 막막한 나의 미래가 주요 원인이었다.  미안하게도 모든 것이 누리와 연관이 되어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그런 건 아닌데 그렇다.


한국가서는 별로 한 일 없이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싶었다.  쉬고 싶었으니까.  잘 쉬었다고 생각하고 영국으로 돌아왔는데 다시 바닥 상태.  시차적응이나 장거리 여행의 피로가 원인이겠거니 싶었는데, 그 두 가지가 다 극복이 되고도 남을 시점이 되어서도 여전히 바닥이었다.


그래서 나의 상태와 상관없이 더 아이키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주일에 세 번 가겠다하고 한 달에 한 번 장거리 워크샵에 가겠다하고 분기별로 숙박이 있는 워크샵에 가겠다하는, 지비에게 버럭버럭 화도 많이 냈다.


지금 생각하니 지비도 우리(누리와 나)에게서 '거리'가 필요한가보다.


어쨌든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지난 주말 아이키도 건으로 다시 격돌하고 지비가 나에게 내린 진단은 사람을 만나라는 것이다.  주말엔 자기가 누리를 볼터이니.  그런데 딱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만나고 싶고 말고를 떠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한국에선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했고, 그래서인지 늘 바빴다.  그런데 영국에 오고나니, 일을 떠나니 한국에선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그 바닥이 제 코가 석자인 바닥이라 그려러니 한다.  영국에선 아주 가끔 필요한 사람이기는 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고 보니 내가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그럴 수 없게 되고, 따라서 그다지 필요없는 사람이 되었다.  간단하게 안녕 안녕 인사할 수 있는 사람말고 찾는 이가 없다.  그래서 다시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으냐.  아니 그러고 싶지 않다.


지비는 내가 사람을 너무 가려서 만난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그냥 편한 사람을 만나고 싶을 뿐이다.  '필요'라는 게 상당히 넓을 수도 있지만, 내가 필요한 사람보다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을 뿐이다.  말 장난이 아니라 나는 그저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쩌면 될까?


일단 컴퓨터 끄고 책부터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