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etc.] 조금

토닥s 2014. 2. 24. 23:07

혈액 검사를 하기 위해 보건소 격인 GP에 오전에 다녀왔다.  매년 말 갑상선을 체크하기 위해 혈액 검사를 하고 있는데, 올해를 끝으로 문제가 없다면 혈액 검사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한국에서 문제 삼는 수치와 영국에서 문제 삼는 수치가 달라서 영국에서 괜찮다 하는 정도도 한국에선 약을 먹는다고 하던데.  건강에 문제가 생겨도 여기서 검사받고 치료받아야 하니 이 시스템에 나를 맡겨볼란다.


혈액 검사 신청지는 한국가기 전에 받았는데, 마침 간호사가 휴가였고, 그 다음은 내가 한국을 가는 일정이라 한국을 다녀와서 하겠다고 했다.  딱히 누리를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혈액을 뽑는 건 잠시지만, 누리를 데리고 갔다.  혈액을 뽑기 위해 한 팔은 쿠션에 올리고, 나머지 한 팔로는 버둥거리는 누리를 안았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돌아오는 길에 조금 서러운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자궁경부암 스크리닝cervical screening 편지도 받아두고 예약을 못했다.  누리를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기껏 생각한 답은 친구 알렉산드라가 나와 지역 건강 센터에 같이 가서 내가 검진을 하는 동안 5~10분 정도를 문 밖에서 누리를 봐주는 것이었다.  알렉산드라도 좋다곤 했는데, 이 친구가 비정기적으로 쉰다.  대체로 화, 수, 목.  그런데 집에서 가까운 지역 건강 센터는 월요일만 검진을 한단다.  그래서 이 답은 해결 방안이 되지 못했다.  알아보니 GP에서도 검진을 한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오늘 물어봤다.  간호사가 근무하는 날로 예약을 해야 하는데, 근무하는 날은 월, 화, 금 오전 9시 부터 오후 6시 15분까지.  어쩔 수 없이 지비가 반차(휴일)을 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3년 마다 한 번씩 오는 이 스크리닝을 그냥 건너뛰는 것도 방법.


어디 도움 받을 곳이 없으니 이럴 때 조금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