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keyword] 아저씨 in Korea

토닥s 2014. 2. 13. 06:30

이번 한국행에서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 몇 가지 키워드들이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아저씨'에 관해서.


외국인도 아는 한국의 '아줌마'.  사실 이건 미디어가 다소 불평등하게 부각시킨 단어다.  아줌마하면 지하철 문이 열릴 때 빈자리로 돌진하는 이미지인데, 한국에서 누리 안고 다녀보니 그건 남녀 불문이다.  아줌마들이 고단한 가사(그리고 육아)에 지쳐서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아저씨들을 피곤하게 하는 건 뭘까.


서울김포-부산김해 구간 비행기를 탈때 부산X어라는 저가항공을 탔다.  X시아나 마일리지로 표를 예약했는데 X시아나가 아니라 부산X어로 예약을 해주었다(이것도 참 맘에 안든다).  월요일 저녁이어서 그런지 좌석에 여유가 있었다.  런던-인천구간을 만석의 비행기를 타고 온터라 옆자리가 비면 누리를 앉혀 가야겠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내 자리는 창가였고, 가장 앞 줄의 여유공간이 있는 좌석이 아닌 일반좌석이었다, 내 옆자리는 비었고, 통로쪽에 문제의 '아저씨'가 앉았다. 


비행기 이륙직전 스튜어디스들이 승객들에게 안전밸트 착용과 휴대기기의 전원을 꺼줄 것을 안내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미동도 않고 안전밸트를 하지 않은채로 계속해서 휴대전화를 쳐다보고 있었다.  스튜어디스가 전체 안내 이외 '그 아저씨'에게 3번쯤 말한 것 같다.  '그 아저씨'는 들은 척도 안했다.  나는 속으로 '저 아저씨 땜 비행기 연착되는건 아닌가'했다.  스튜어디스/항공사는 그런 문제 승객을 비행기 밖으로 내쫓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결국 스튜어디스가 포기했는지 비행기는 이륙했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자기 겉옷을 반으로 접어 둘 사이이 빈자리에 놓았다.  그리고 쓰다만 휴대전화를 켜놓은채로 옷 위에 올려 놓고 눈을 감으신다.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휴대전화 화면은 다X에 멈춰있었다. 


꼼짝없이 누리를 안고 가게 되었는데, 비록 40분도 안되는 비행이지만, 어쩌다가 누리가 그 빈자리로 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다 '그 아저씨'의 옷을 '살짝' 건드렸는데 감을 눈을 번쩍 뜨신다.  내가 놀라서 누리를 발밑으로 내리는 걸 보고 금새 눈을 감으신다.


이륙하고 절반쯤 갔을까 누리가 찡찡대기 시작했다.  아기띠로 매고 통로쪽에서 달래보기 위해서 나가려고 하니 '이 아저씨' 계속 주무신다.  "실례합니다" 열 번쯤 하고 나니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이 아저씨'만 빼고.  구부정하게 서서 난처해하고 있을 때 승무원이 와서 '이 아저씨'에게 "실례합니다"하니 그제서야 눈을 뜬다.  그냥 누리에게 '이 아저씨' 옷에 손 좀 대라고 할껄 그랬나.


비행기 앞쪽에 서서 '그 아저씨'를 보니 한 숨이 절로 나온다.



지하철을 타도, 버스를 타도 늘 자리를 양보해주는 건 아줌마다.  가끔은 여고생.  20대로 보이는 사람들은 '거의'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는다.  착한 고등학생이 학교만 졸업하면 달라지는 걸까?  곰곰히 생각해봐도 아저씨가 자리를 양보해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아저씨들, 왜들 이러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