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453days] 보통을 지나가고 있는 누리

토닥s 2013. 12. 15. 23:56

예전에 후배 K가 책장에 올라가 넙죽 엎드린 아들 사진과 주방에서 모든 냄비를 꺼내 줄 세운 아들 사진을 올렸는데 그 사진을 보고 약간 '헉!'했다.  '아들은 저렇구나'하면서.

그런데 지나보니 그 아들도 보통 아이들이면 하는 모든 일들을 그저 거쳐가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지금 누리는 '그 때'를 지나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더 크면 말귀를 알아들으려나?

사실 지금도 지비가 올라가지 말라고 하면 우는 걸로 봐서 뉘앙스를 이해하는 것 같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과 하지 말라는 것 사이에서 조정과 합의가 안되니 울고 만다.




누리도 책장에 쉽게 올라가고, 이젠 주방 서랍에서 냄비들을 꺼낸다.  사실 우리집은 거실과 주방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더 쉽다.  누리에겐 더 쉽고, 나는 더 어렵고 그렇다.



누리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가방을 다른 세계로 보내는 마술이 있는데 손가락을 꺼내들고 코를 만지고 눈을 세번 깜빡깜빡하는 것인데, 얼마전 부터 그 마술이 나올때마다 손가락으로 코 만지는 누리.  물론 사진에는 인중을 만지는 것 같지만.




어쩌다 맞는 뚜껑을 찾으면 아주 좋아한다.



그래도 아직 누리에겐 카메라가 더 궁금하다.  카메라를 보고 냅다 달려오는 누리.




지비와 나는 냄비를 가지고 어쩌겠다는 것일까 궁금해하는데, 누리는 주로 얼굴에 대 보거나 뒤집어놓고 두들긴다.  딱히 비싼 냄비를 쓰는 것도 아니라서, 더군다나 망가지는 것도 아니니 그냥 두고 본다.  사용하기 전에 한 번 물로 씻어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누리가 손으로 만져대서.


근데 문제는 누리가 서랍을 손으로 잡고 서랍을 닫으려고 할 때 가끔 손가락이 껴서 우는 경우가 생긴다.  서랍이 끝까지 닫지 않아도 스르르 밀려 스스로 닫히는 것이라 그런 일이 생겼다.  서랍을 잠궈두는 로커를 살까 생각을 했는데, 그와 동시에 저도 서랍 열고 닫는 방법은 배워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을 좀 했다.  다행히 저도 손가락 몇 번 끼고 나고 요령이 생기는지 예전처럼 자주 손가락이 끼지는 않는데 그래도 가끔 끼긴 한다.  그래서 아직도 로커 살까말까 고민 중.


문득 누리가 마음대로 열고, 닫고, 꺼내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이들 주방놀이 기구를 찾아봤다.  한국의 한 엄마가 올려 놓은 사진을 보니 엄마가 요리하면 아이도 옆에서 자기 장난감으로 요리하는 척을 해서 완전 신기해 했다.  내가 주방에서 뭔가를 하려고 하면 누리가 다리에 들러붙는데, 저렇게 옆에서 놀기만 해주면 완전 고맙겠다하면서.  그런데 그 정도 되려면 최소 3살은 되어야 할 것 같다.  가격도 비싸다. £65.



http://www.ikea.com/gb/en


비싼 가격도 문제지만 개인적으로 실제와 가까운 장난감은 아이가 어릴 땐 별로 안사주고 싶다(?).  실제와 다름 없는 그저 축소판의 장난감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장난감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줄이는 것 같다.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부족함 속에서 '그렇다고 상상하고' 놀이가 되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병원놀이 하려면 병원도구가 있어야하고 자동차 운전놀이를 하려면 자동차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불을 의자 위에 걸쳐놓고 텐트 속을 상상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텐트가 있어야 한다.   '조약돌로 밥짓는' 건 요즘 아이들에게 상상하기 힘든게 아니라 당췌 이해가 가지 않을 놀이인 셈이다. 

그래서 늘 망설이고 고민하게 되는게 주방놀이 뭐 그런 실제와 가까운 장난감들이다.  그런데 또 모른다.  내년쯤 저 주방놀이 내가 안달이 나서 살지도.(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