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449days] 전혀 행복하지 않은 항공사의 해피맘 서비스 3

토닥s 2013. 12. 12. 07:50

1월이면 한국에 간다고 생각하면 설레지만 마음 한구석은 누리랑 단 둘이서 어떻게 갈까하고 점점 걱정이 커지고 있다.  그것도 일반 좌석에 앉아 누리는 무릎에 앉히고 11시간을.  누리와 단 둘이서 가는 길이라 조금 더 편하게 가려고 밤시간에 출발하는 X시아나를 구입했는데, 유아에게 제공되는 유아요람을 누리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안고 가야한다.


[+47weeks] 전혀 행복하지 않은 항공사의 해피맘 서비스

[+50weeks] 전혀 행복하지 않은 항공사의 해피맘 서비스 2


9월에 두 번째 질의를 보내고 열흘 정도 뒤에 X시아나 캐빈 서비스 품질 담당자로부터 재답변을 받았다.  안전상의 이유로 사용이 어렵다는 건 똑같고 이런 꼬릿말이 붙었다.


향 후, 도입될 항공기의 사양 결정시에는 최근 유아 발육 상태를 기준으로 요람 사이즈의 변경을 적극 검토할 수 있도록 담당 부서에 전달하겠습니다.


토끼 엉덩이 뿔나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지만 전달하겠다는데 거기다 대고 "그럼 그때까지 유아운임을 24개월까지 판매하지를 마시오"라고 할 수는 없었다.  사실 그러고 싶었다.


그 즈음 K방송국의 기자로부터 댓글을 받았다.  취재하고 싶으니 연락을 달라고.  구구절절 내용과 그간 X시아나와 주고 받은 내용을 남긴 메일 주소로 보냈다.  그 뒤로 그 분도 역시 꿩 구워드셨다.(- - );;  사실 그 이전에 K방송국의 뉴스제보에 이 이슈를 남겼는데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걸 보고 연락을 해온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뒤 누리보다 2주가 빠른 아들이 있는 S님을 만났는데 마침 11월에 한국에 가신다는거다.  X시아나로.  그 집 아들은 14개월차에 여행하는데 역시 누리처럼 신장 제한 때문에 유아요람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유아요람이 설치되는 넓은 좌석을 배정받았다며 내게도 다시 X시아나로 연락해보라고 했다.


일단 한국 예약센터로 연락했더니 안된단다.  그 좌석은 유아요람을 사용하는 승객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유아요람을 사용하지 못하는 나는 배정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랬다고 S님께 속상함을 전하니 S님은 영국지점에 전화했다며 다시 연락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영국지점으로 전화했더니 안된단다.  한국의 예약센터 직원은 경직된 말투로 안됩니다만 반복할 뿐이었는데, 영국지점 직원은 경험이 많은지(?) 요령있게 이리저리 말을 둘렀고 나는 그냥 알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다시는 X시아나 안탄다'하면서.


그런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효서비스란 이름으로 만 55세만 넘으면 그 유아요람 설치 좌석에 앉을 수가 있었다.  아무리 장유유서라지만 이건 좀 거시기해.(ㅜㅜ )



그냥 한 '건'일 뿐이었다.


한국갈 날짜는 다가와도 할 수 있는 건 없어서 그 비행 시간을 어떻게 견딜지에 대해서 연구하는 게 더 현명해 보였다.  그런데 3주 전쯤 K방송국의 다른 기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취재하고 싶다고.  그 기자의 경우는 제가 뉴스제보를 했을때 찜해두었다가 귀국 날짜가 다되가서 연락을 한 것이었다.  '좀 미리 뉴스로 만들어졌으면 규정 변경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비록 내가 혜택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와 같은 처지였던 S님도 인터뷰하도록 주선해주었는데, 결론적으로 뉴스가 되지 못한다고 내가 아닌 S님께 연락을 오늘 해온 모양이다.


다른 항공사와 비교하니 다들 비슷한 실정이기도 하고, 영상이 필요한데 X시아나와 X한항공에서 취재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런 경우 그래픽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그럴만한 '치명적인 잘못'이 아니라고 한 모양이다.


다들 고만고만하게 나쁘니까 그 정도 나쁜 건 '치명적인 잘못'이 아니란 건가.  그렇다고 잘못이 아닌 것도 아닌데 말이다.  공범의식도 아니고 이런 걸 딱 꼬집어 뭐라고 해야하나.



그 이전에 그 기자와 연락을 주고 받을 때 혹시 민주당의 한 국회의원과 아는 사이인지 물어왔다.  그 국회의원이 10월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내용과 내가 제보한 이슈가 너무 같다면서.  그래서 검색해봤다.


☞ 관련기사 유아는 이용못하는 항공사 유아요람 서비스


기사를 찾아보고 막 웃었다.  어떤 경로인지는 모르지만 비교사례로 꺼낸 두 항공사나, 표준성장도표를 볼 때 이 블로그를 본 것이, 또 이용한 것이 확실했다.  그러면 '댓글이라도 달아주시지', '의원실이 네티켓이 없으시네'하고 말았다.  지비는 카피라이트 운운하며 흥분했지만, 사실 널리널리 퍼지라고 블로그에 올린 것이기 때문에 나는 웃고 말았다.  꼿꼿한 블로거였다면 그냥 넘어갔을리 없어요!  네?


막 웃다가 갑자기 서늘해졌다.  '그럼 10월 국정감사에서 언급이 됐는데도, 내가 다시 연락한 11월에도 항공사는 미동도 없었다는 것인가?'하면서.  아무래도 토기 엉덩이에 뿔 나야지 이 규정은 바뀌지 싶다.


하지만 그 국회의원도 국정감사에서 내질렀을뿐 후속작업이 없었을테다.  그저 모두에게 이 이슈는 직업상 필요한 한 '건'일 뿐인 셈이었다.



내가 원망하는 건 항공사일뿐…


이 이슈가 시작되었을 때 지인도 "그런 구닥다리 규정이 어떻게 아직 유지될까?"했다.  사실 X시아나에 표를 구매하기 전에 어떤 유아요람이 좋을까 막 검색을 했더랬다.  한국다녀오면서 탔던 영국항공은 의자형이라 좀 불편해 보였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X시아나였는데, 여기저기 클릭하다 본 글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아쉽게도 다시 못찾겠다, 하지만 찾아서 뭐하누) 동반하는 아기 키를 묻길레 그냥 줄여 말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구닥다리 규정에 승객들은 나름 '알아서' 대처 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도록 유지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가 읽은 글은 하나 였지만.  지인도 '알아서' 누리의 키를 줄이지 못한 나를 타박했다.  내가 이렇게 생겨먹었는데 어떻게 하겠나.(ㅜㅜ )


유아요람을 사용하지 못하고 한국에 다녀온 S님이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밤 비행기라 아기가 잘 잘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못했고, 많이 울었다고 한다.  승무원은 물론 다른 승객들도 너무 눈치를 줘서 힘들었다고.  그나마 S님은 승무원이 뒤쪽에 빈자리가 있는 좌석으로 옮겨주어 아이의 몸은 빈좌석에 다리는 S님에게 올리고 한국으로 갔는데, 겨울 방학 철에 가는 나는 그런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오늘부터 기도라도 할까?


승무원도 다른 승객들도 너무 눈치를 줘서 힘들었다는 S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맞다, 한국 사람들은 그렇지'하고 생각했다. 


차마시러 간 까페에서, 버스에서 누리가 달래도 소용없이 울때가 있다.  물론 나는 당황을 한다.  하지만 그런 나를 배려해선지 주변사람들은 일단 모른척하고, 나이든 할머니들은 웃어보이며 나를 응원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은 '좀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즐거워야 할 고향길이 이렇게 마음이 무거워서야.  물론 나도 다른 사람의 즐거운 여행길에 피해를 줄지 모른다.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먼저 미안해요.  그건 항공사의 구닥다리 규정때문이랍니다.(ㅜㅜ ) 

그저 런던-인천 비행 동안 아기를 안고 가야하는 이 불쌍한 엄마를 굽어살필 승객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이것도 기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