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448days] 아기랑 겨울나기

토닥s 2013. 12. 11. 08:16

애 데리고 갈 곳이 없다.


날씨가 좋을 땐 집 근처 공원에 있는 놀이터에 갔는데, 누리가 본격적으로 걸을 즈음부터 비가 자주 와서 많이 가지 못했다.  그렇게 지내보니 누리도 나도 못할 노릇이라 비가 오지 않는 이상 매일 누리를 데리고 나간다.  요즘은 비가 오지 않아도 놀이터는 젖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유모차에 누리를 태우고 산책만 하는데 이제 누리도 놀이터를 알아서 그 옆을 지날 때면 안달을 한다.  집 근처 걸어서 5~10분 거리에 공원이 세 개나되서 돌아가며 가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유모차에 태우고 우유를 사러 가거나 빵을 사러 간다.  그 두 가지 품목은 많이 사놓을 수 없어서 2~3일에 한 번 마트에 꼭 가게 된다.


지난 주 공원에 갔다가 공원 까페에서 열리는 퍼펫 세션 광고를 봤다.  마침 이번 주 월요일은 아무 일도 없어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날 따라 누리가 늦잠을 자서 아침 먹이고 집정리하고 집을 나서니 10시가 빠듯하다.  1~2분 시간을 넘겨 공원 까페에 도착했는데, 사람들로 그득차서 유모차를 세울 곳도 없었다.  정말 놀랐다.  가끔 그 까페가면 도착해서 차를 다 마시고 나올 때까지 손님이 겨우 우리거나 한 테이블 더 있는 정도인데.  어쩔 수 없이 돌아나왔다.  나 만큼이나 다른 엄마들도 갈 곳이 없구나 하면서.




오늘도 마트에 장보러 가면서 그 앞에 있는 별다방을 들여다봤다.  사실 사람이 없으면 앉았다 갈까 하는 마음도 없진 않았다.  한산한 입구와 달리 안쪽 아이들 놀이 공간이 있는 쪽은 멀리서 봐도 유모차와 엄마들로 빼곡하다.  날씨가 추워 갈 곳 없는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우리에겐 도서관이 있지만…


집 근처 도서관에 화요일, 목요일 오전 스토리 타임(책 읽어주는 시간)이, 금요일 오전 베이비 바운스(동요 부르는 시간)이, 금요일 오후 음악 세션(책 읽기와 음악활동)이 있다.


예전엔 음악 세션에 갔는데, 어느날 그 세션이 누리 월령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2~4살 정도라서 애들이 뛰면 누리가 깔릴 지경이었다.  그땐 누리가 걷지도 못했으니.  그나마도 요즘은 누리가 그 시간에 낮잠을 자서 못가고 있다.

베이비 바운스에 한 번 갔는데, 거기엔 가기도 쉽지 않았다.  나처럼 어린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 주로 가는데, 막상 가보면 나이든 아이들도 많다, 월요일 아침부터 배포하는 티켓을 미리 받아야 갈 수 있는데 3주 연속 그 티켓 구하기에 실패했다.  나는 주로 화요일에 한 번 가서 실패했고, 월요일에 두 번 가도 실패했다.  그러다 어느 목요일쯤 책 반납하러 갔는데 마침 티켓을 반납하러 온 사람이 있어서 운좋게 가봤다.  막상 가보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곳도 내가 갈 곳이 못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인기가 덜한 듯 보이는 스토리 타임에 요즘은 가고 있다.  일단 일주일에 두 번이니 베이비 바운스처럼 붐비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누리가 책 읽기를 듣지 않는다.  자원봉사자로 보이는 사람이 책을 읽는 동안 끊임없이 바닥에 깔아놓은 쿠션을 옮기고, 다른 아이 참견하고, 책장의 책을 빼거나 내게 가져온다.  이 스토리 타임은 책 3권 정도 읽고, 나머진 동요를 부르는데 동요를 부를 때만 잠시 관심을 가지는 정도.  예전엔 걷지 못했으니 안고 있으면 되었는데 이젠 맘 대로 활보하고 다닌다.


오늘 이 이야기를 지비에게 해주니 아직 책에 관심을 가질 나이가 아니라서 그런게 아닌가 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읽어주려면 누리는 듣지 않고, 책장을 넘기는데만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요즘은 이야기가 있다기보다 사물들의 사진이 나열된 책들을 빌려오곤 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책 읽기를 듣는걸로 봐서, 물론 그 아이들은 좀 나이가 되어보이긴 한다, 월령 탓이라기보다는 습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오늘부터 습관 만들기 돌입.  지비에게 저녁 식사 후 그리고 목욕 후 2~3권의 책을 읽어주라는 숙제를 주었다.  일단 이 숙제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해보는 거지.


날씨도 빨리 어두워지는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벌써 부터 걱정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아기랑 겨울을 날까.( '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