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가 폴란드 유아 스카우트를 시작할 때 지비는 누리가 없는 2시간 동안 뭘할까 생각했다.  인근 공원까페에서 커피 한 잔하면 되겠다며 좋아(?)했다.  "나는 책 읽을테니 2시간 동안 나한테 말걸지 말라"고 했다.  매정하다 싶겠지만 정말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내겐 절실하다.

첫 번째 스카우트는 낯설어하는 누리 덕분에 두 시간 꼬박 참관을 했다.  두 번째 스카우트에는 지비가 취미삼아 하는 운동의 승격시험이 있어 장거리 & 장시간 외유. 결국 내가 데려다주고 데려왔다.  두 시간이 숨가쁘게 장보고 커피 한 잔 원샷하니 다 흘러갔다.  세 번째 스카우트인 오늘 누리를 데려다주고 둘이서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게 없어 상점들이 몰려 있는 리테일 파크 내 까페로 갔다.

평소에 누리 데리고 까페에 가면 정신없이 먹어도 한 시간이 빠듯한데 둘이 조용히 앉아 각자 토스트와 파니니를 먹으니 15분이면 넉넉했다.  나란히 앉아 각자 휴대전화로 코박고 다시 15분.  그 뒤에 혼자서 까페 옆 옷가게에 들어가 누리 옷을 사려고 했는데 원하는 옷 사이즈가 없어서 그냥 빈손으로 돌아나왔다.  그 옷가게에선 15분도 안보낸듯하다.  까페로 돌아가 지비를 데리고 수퍼형 약국에 가서 비타민을 사고 누리에게 맞는 속옷이 없나 구경했는데 역시 사이즈가 없어서 비타민만 사들고 나왔다.  스카우트 장소로 돌아가는 길이 막힐지 모른다며 화장실만 들러 리테일 파크를 떠나기로 했다. 

귀여워서 사고 싶었던 티팟워머.


화장실 가는 길에 쓸데없는 크리스마스 선물 구경도 하고, 크래커(폭죽)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러다 늦겠다며 후다닥 길을 나섰다.  스카우트 장소에 도착하고보니 마치기까지 20분이 남았다.  그때서야 나는 책을 꺼내 몇 장 읽었다.  아이가 없으니 뭘해도 시간이 넉넉한 느낌.


일정기간 참가 후 받을 수 있는 밴드와 배지.  개미지옥(?)에 발을 뗀 느낌.

시간에 맞춰 누리를 데리고 집에 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리가 없는 동안 시간을 허비한 느낌.  뭘 해야할지 모르고 안절부절 & 허둥지둥.  누리가 빠져나간 시간 우리는 빈 껍데기가 된 것 같았다.

+

다음부턴 어디 이동할 생각말고 가만히 앉아 책을 읽어야겠다.  그게 그나마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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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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