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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해결책

토닥s 2024. 6. 16. 07:06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글에 이런 게 있었다.  

심경이 복잡한 한 여성이 정신과를 찾았다.  의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여성은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았지만 꼭 집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의사가 “지금 당장 머릿 속에 있는 고민을 꺼내보라”고 했다.  여성은 ”식기세척기를 돌리기전에 그릇을 미리 헹굼해야할지, 음식 찌꺼기만 없애고 넣어도 될지“ 그런게 고민이라고 했다.  의사의 대답이 ”식기세척기를 그냥 돌리십시오. 깨끗하지 않으면 두번 돌리십시오“였다.  그리고 이어서 ”그래도 깨끗하지 않으면 세번 돌리십시오“.

정확한 워딩은 기억하지 않지만 대충 그런 이야기였다.   그 글에 마음이 움직인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을듯.  아주 하찮아보이는 고민과 갈등이 사실은 마음 전체를 반영한다.  그런 것들이 순조로우면 마음 전체가, 삶 전체가 원만하다.

영국은 석회가 많이 포함된 물 때문에 청소가 쉽지 않다.  일주일만 건너 뛰면 싱크대는 하얗게 석회로 뒤덮인다.  화장실 변기도 마찬가지.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화창실 변기 발포청소제를 넣어서 청소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무리 발포청소제를 넣어서 청소해도 말끔히 석회가 씻기지 않아서 화장실 변기처럼 내 마음에 때가 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석회는 노랗게 변해 내 마음도 노랗게.  방법은 물을 다 퍼내고 강력한 세제로 청소를 하는 것뿐.  그런데 시간이 없다.  시간보다는 사실 에너지가 별로 없었다.  그런채로 몇 달이 흘렀다.

오늘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평소 쓰는 발포청소제와 다른 브랜드가 할인을 하고 있었다.  이걸 쓰면 청소가 잘될까 하는 마음으로 집어왔다.  ‘이것도 소용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하는 마음으로 하나 까서 넣다가 문득 두개를 넣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개를 넣었다.  그리고 두 시간 뒤쯤 화장실 청소솔로 바닥을 긁어주고 물을 내렸다.  내 마음에 낀 때같던 석회가 말끔이 사라졌다.   좋아서 비명을 지를뻔-.

내친김에 조리가열기구 위 팬 매쉬 필터 청소도 했다.  팔팔 끓는 물에 산소계표백제에 담궈 기름때를 씻어냈다.  두 스푼쯤 넣다가 그냥 네 스푼을 넣었다.  표면의 기름때가 없어졌다.  매쉬 안에 있을지 모를 기름때 제거를 위해 다시 네 스푼을 뜨거운물이 풀어 필터를 담궜다.  필터도 깨끗해졌다.  내 마음도 깨끗해진 기분.

마음 먹기에 따라서 해결책은 생각보다 간단할 수 있겠다 싶다.  그 ‘마음 먹기’가 쉽지 않지만서도.

글내용과 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