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 94

[Poland2011] day02 extra - 술 권하는 폴란드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알면 알 수록 폴란드는 한국과, 폴란드인들은 한국인들과 싱크로율이 높다. 많이 비슷하다. 유럽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권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일단 폴란드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특히 먹고 마시는 면에서 정말 많이 권한다. 올해 초 돌아가신 지비의 고모님은 늘 우리더러 새처럼 먹는다고 나무라셨다. 잠시 들려 차 한 잔만 하고 가겠다고 연락하면 늘 밥을 해놓고 기다리셨다. 술 마시는 문화도 정말 비슷하다. 안주가 없는 건 다르지만, 보드카만 생으로 마신다, 술 권하는 문화 만큼은 정말 똑같다. 이런 식이다. 6년 전 여행에서 크라코프를 떠나기 전 지비의 동료들과 모여 술을 한 잔 하기로 했다. 우리가 묵었던 ..

[Poland2011] day02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언니들과 크라코프-바르샤바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정보를 찾아보니 한글로 된 여행 정보가 많지 않아 급하게 6년전 사진을 소환하게 됐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는 크라코프에 간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강제 수용소로 알려진 아우슈비츠는 독일이 아니라 폴란드에 있다. 한국인 여행객들 중에서 다녀간 사람도 많지 않고, 아니 있는데 블로그 같은 매체에 담아놓은 것이 없는지도, 현지에 한국어로 운영되는 여행상품도 없다. 한국에서 가이드를 동반해서 오는 여행상품 정도만 있는듯 하다. 한국의 이름있는 여행사의 현지 투어 상품을 알아보니, 모두 현지 투어와 연계된 상품으로 영어로 진행된다. 그래서 아우슈비츠를 여행하게 될 우리 가족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 6년전..

[Poland2011] day01 extra - 친구 결혼식

이 여행을 가게 된 이유가 지비 친구의 결혼식이었다. 내 결혼식도 아니고 다른 사람 결혼식 사진이라 주저하다가 분위기만 구경하라고 올려본다. 크라코프에서 진행됐지만, 지비의 폴란드인 친구가 크라코프 출신도 아니었고 그 친구의 아내는 영국인이었다. 주로 해외에서 찾아오는 하객들을 위해 폴란드에서 볼 거리 많은 크라코프가 결혼식 장소로 선택됐다. 결혼식 자체도 주요 관광지인 마리아 대성당에서 진행되서 가볼만한 결혼식이었다. 폴란드어로 진행되는 미사라 나는 흡사 무성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소리가 있으나 이해가 되질 않으니. 신부님 말씀 중에 지비가 통역해준 유일한 부분은, 신부님이 말하시길 요즘 사람들은 (이혼할 것이 두려워)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데 참으로 용감한 두 사람이라는 칭찬이었다. 진정 칭찬인지,..

[Poland2011] day01 폴란드의 옛서울 크라코프

갑자기 2011년 크라코프-바르샤바 여행 사진을 들춰보고 있다. 지워지지 않고 또렷한 기억도 있고, 사진을 봐도 잘 떠오르지 않을만큼 새로운 기억도 있다. 아직 폴란드는 인기 있는 여행지는 아니라서 그렇게 많은 정보가 없다. 이 기록이 여행에 도움이 될 정보를 담을리 없지만, 느낌이라도 가지게 된다면 좋겠다. 01. 친구네 이 여행을 할 때 지비는 미국계 IT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본사는 미국, 영업지사는 영국, 개발지사는 폴란드. 지비의 팀장은 미국의 유타에, 시니어는 폴란드 크라코프에, 지비는 영국 런던에 근무하고 있었다. 이 여행을 앞두고 크라코프에 있는 시니어에게 시내에 아는 사람 빈 방 놓으면 소개해달라고 했다. 시니어가 자기 집은 시내는 아니지만 공항하고 가까우니 그냥 와서 묵으라고 해서..

[day40] 한국가면 꼭 하는 일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 만나야 하는 사람은 줄어든다. 믿기지 않겠지만 먹는데 취미를 잃었다. 물론 여전히 먹는 건 즐겁지만, 3인 가족 먹거리를 내 손으로 지어먹고 살다보니 한국에 가면 내 손으로 하지 않은 모든 음식에 감사하고 즐겁다. 필드 밖으로 벗어나니(튕겨나니) 만나자는 사람들은, 멀리서 달려와주는 사람들은 오랜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너무 고맙다. 때로는 쓸모가 없어진 사람같아 서운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 나뿐 아니라 외국에 사는 사람들은 한국에 가면 꼭 하는 일이 병원과 미용실 방문이 아닐까 싶다. 이곳은 미국과 달리 기본적으로 무상진료라 병을 미뤄두고 살지는 않지만 치과는 거의 유상진료일뿐 아니라 한국만큼 해내질 못..

길을 떠나다. 2017.06.09

[day36] 새로운 취향

누리는 한국에 올때마다 성큼성큼 자란다. 그에 따라 취향도 바뀐다. 2015년, 2016년 두 해 동안 누리의 취향은 딱 냉장고나라 코코몽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로보카폴리와 강철소방대 파이어로봇(?). 그런 와중에 이틀 머문 후배네에서 로보카폴리 변신로봇을 보았다. 너무너무 좋아해서 엠버라는 자동차 한 대만 들였다. 한 동안 영국에서 데려온 토끼도 뒷전 엠버만 친애하였다. 그 마음이 너무 애틋하여 어린이날을 맞이 나머지 3개 - 폴리, 로이, 헬리도 사줬다. 한 대는 작은 이모가, 한 대는 큰 이모부가, 한 대는 할머니기 사주기를 누리는 희망했지만 사는김에 내가 다 사버렸다. 그런데 폴리가 어린이날까지 도착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린이날 눈뜨자말자 포장을 뜯으며 기뻐했다. 비록 왜 폴리가 없는지 여러 번 ..

길을 떠나다. 2017.05.06

[day32] 휴가 내리막

어제 지비가 런던으로 먼저 돌아갔다. 일년 중 가장 긴 휴가, 가장 비싼 휴가를 한국행에 써주신데 감사하며 2주 동안 정신없이/빡세게 다녔다. 블로그를 쓰기는 커녕 들아와볼 기력도 없었다는 진실과 변명. 김해공항에서는 입술만 씰룩거리던 누리. 차에 타서 부산시내로 향하면서 아빠가 보고 싶다고 눈물바람. 있을 때 좀 친하게 지낼 것이지. 지비가 인천공항에 도착해서야 영상통화가 연결됐다. 그때는 또 자전거 탄다고 정신이 없던 누리. 며칠 뒤면 본다는 내 말을 이해했나 싶었는데 잘 때 누워 또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운다. 우리도 며칠 뒤면 비행기를 타고 간다고 반복해줄 수 밖에 없었다. 6주나 됐던 휴가가 이제 1주일 정도 남아 나도 이제 짐쌀 준비를 해야한다. 어제 만난 친구가 만날 사람들 다 만났냐고. 휴가..

길을 떠나다. 2017.05.02

[day24] 엄마들의 시간

한국에 도착하고 허리가 탈이 나서 병원에 다닌다고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썼더니 여기저기서 "나도!", "나도!". 한 때 따로 또 같이 공부하고 일하던 이들이었다. 지금은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육아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게 된. 이들과 '육아인부흥회'라도 열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날을 잡았다. 표면적인 타이틀은 '해운대에서 아이들이랑 모래나 파자'였지만 결과적으로 '아빠들에겐 아이들을, 엄마들에겐 커피를'이 됐다. 5집 7명의 유아동들. 다 같이 한 시간 모래 파고, 한 시간 커피마실 계획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엄마들만 시원한 까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물론 아빠들은 아이들과 더더더더 행복한 시간을 가졌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누리와 자신을 두고 한 시간 반이나 커피를 마셨다고 징징. 누리가 아닌 지비가..

길을 떠나다. 2017.04.24

[day21] 천원의 행복

가족상봉 후 뜸한 여행일기. 궁금할 사람은 없겠지만 기억을 위한 기록 삼아. 용인에서 가족상봉 한 후 경기도 이천으로 이동해서 큰집과 언니네를 방문한 후 서울로 가서 대학 선배들과 친구를 만나고 또 다른 친구를 만나러 파주에 갔다 어제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빨랫감을 잔뜩 들고. 도착한대로 어제, 오늘 (물론 세탁기가)빨래하고 일주일 동안 가지 못한 병원에 들러 물리치료를 받고 내일 여정을 위해 차를 빌리러 외출했다 돌아왔다. 사실 빨리빨리 움직여 환전도하고 사야할 물건도 몇 가지 있었지만 역시 누리를 데리고 빨리빨리는 어렵다. 그 와중에도 차를 빌리러 간 것만큼이나 중요했던 일정 - 던X도너츠에 가서 만원치 먹고 트롤 인형사기. 해피포인트 앱이 있어 2천원짜리 인형을 천원에 샀다. 하지만 도너츠를 비..

길을 떠나다. 2017.04.21

[day15] 가족상봉

애초 계획은 지비를 맞으러 서울오면서 에버랜드에 팬더를 보러가고 싶었다. 마침 친구네 딸이 누리 또래라 자연농원 시절에 가본 에버랜드에서 팬더 보고 도시락을 먹기로 했으나 미세먼지와 (비용대비)효용을 따져 경기도 어린이박물관으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경기도 어린이박물관 주차장에 내려 박물관 건물까지 대략 200미터. 조금 걸었는데 미세먼지를 실감했다. 심리적 효과일 수도 있지만, 지비도 나도 서울 시내를 걷고나면 목이 아프다. 누리가 딱 즐기기 좋은 놀이, 볼 거리가 많아서 좋은 시간이었다. 경기도민이 아니라서 낸 입장료 8천원이 아깝지 않았다. 다만, 소아할인이 안되는 것은 - 농담이고 정말 미세먼지 많고 바람 많은 날 좋은 선택이었다. 다만2, 식당은 별로 - 였지만 누리가 먹을 수 있는 우동이 있었으..

길을 떠나다. 2017.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