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Europe

[Poland2011] day01 폴란드의 옛서울 크라코프

토닥s 2017. 7. 4. 06:33

갑자기 2011년 크라코프-바르샤바 여행 사진을 들춰보고 있다.  지워지지 않고 또렷한 기억도 있고, 사진을 봐도 잘 떠오르지 않을만큼 새로운 기억도 있다.  아직 폴란드는 인기 있는 여행지는 아니라서 그렇게 많은 정보가 없다.  이 기록이 여행에 도움이 될 정보를 담을리 없지만, 느낌이라도 가지게 된다면 좋겠다.

 

01.  친구네

이 여행을 할 때 지비는 미국계 IT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본사는 미국, 영업지사는 영국, 개발지사는 폴란드.  지비의 팀장은 미국의 유타에, 시니어는 폴란드 크라코프에, 지비는 영국 런던에 근무하고 있었다.  이 여행을 앞두고 크라코프에 있는 시니어에게 시내에 아는 사람 빈 방 놓으면 소개해달라고 했다.  시니어가 자기 집은 시내는 아니지만 공항하고 가까우니 그냥 와서 묵으라고 해서 그 집에 3일 신세를 지게 됐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그 시니어집에 도착하니 차를 주신다.  나는 여전히 커피파.

 

 

찻잔의 크기가 유럽인 얼굴만한.  그런데 이 시니어뿐 아니라 지비의 사촌도 집에서 이 정도 크기의 찻잔을 쓴다.

폴란드에 가면 우리도 빼놓지 않고 사오던 것이 차였다.  티백 스타일.  히비스커스부터 고수까지 정말 다양한 맛의 차가 있다.  혹시 폴란드에 가서 어떤 기념품을 살까 생각한다면 추천 3위가 차.  참고로 1위는 보드카, 2위는 진저브래드.

 

그리고 이 시니어와 함께 개발지사에 들러 잠시 인사를 나눈 후, 칼 퇴근이 삶의 목표이자 지향인 지비에겐 참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그들이 소개해준 폴란드 전통음식점에 갔다.  전통음식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좋아하는 종류의 음식점이었다.  그날은 무거운 저녁식사가 이미 예정되어 있어 간단하게 먹기로 하고 작은 포션의 플레이트와 고로케였는지를 시켰다.  맥주와 함께.

 

 

맥주는 참 맛있었다고 기억되는데 메인이었던 플레이트 - 모듬소세지들은 고기파가 아닌 나로써는 신기할 따름 맛있게 기억되지는 않는다.  지비는 무척 반겼던 것으로, 어렴풋이.

 

 

계산서를 달라니 식후주로 체리보드카가 나왔다.  맛있다고 마셨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38도.

벌써 6년전이라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음식 가격은 저렴했다.  이렇게 먹고 마신 게 당시 10파운드 근처.  물론 요즘 환율로는 15파운드는 되겠지만.  브렉싯으로 파운드가 바닥이라.  그래도 크라코프에 간다면 다시 가고 싶은 음식점이다.  위치도 바로 크라코프 여행의 주요지인 바벨성 아래다.

 

 

음식점을 나와 우리는 바로 바벨성으로 올라갔다.

 

02.  바벨성 Wawel - Wawel Castle

 

바벨성은 1000년경 크라코프 주교가 세워 500년 동안 왕들이 살았던 성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크라코프를 '폴란드의 경주'라고 소개한다.

 

 

의미 없어보이는 이 사진에 보통 Krakow라고 쓰는 이름을 Cracow라고 쓰여진 버스가 있다.  한국에서도 Korea가 아니라 Corea라고 쓰자는 사람들이 있는데 크라코프도 그렇다고 한다. 

 

 

바벨성 초입에 놓여진 바벨성 모형.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데, 유럽에 관광지나 박물관에선 이런 조형물을 흔히 볼 수 있다.  전체를 보여주는 역할도 하고, 아이들이 만져볼 수 있고, 시각장애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입장권을 사고 들어가면 왕들의 묘지를 지나게 된다.  당시 역사적인 추모식에 참가하러 가던 폴란드 대통령 일행이 탄 비행기가 추락하여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정부요인들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고 뒤 바벨성에 안치된 대통령의 묘지.  바벨성은 왕들이 묻혀 있는 곳인데 대통령을 안치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고.

 

 

성 안에 넓은 광장이 있다.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없어 나눠 찍었는데, 앞으론 이런 시도를 하지 않는 것으로.  그때만해도 내 휴대전화에 파노라마 모드가 없었다.  이 즈음해서 이런 사진들을 제법 찍었는데 잘 붙이는 방법 있으면 누구 알려주시길.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도 같고.

 

 

지나는 관광객에게 맡긴 기념 사진.  성 자르고, 다리도 자르고.  셀프스틱도 없던 시절이었다.  물론 우리는 지금도 없지만.

 

 

우리가 '요한 바오로 2세'라고 알고 있는 전 교황님도 폴란드인이다.  한국의 원효대사 버금가는 분으로써 폴란드 전역에 그분이 태어나신 곳, 미사드린 곳, 방문하신 곳 등등 타이틀이 붙은 곳들이 많다.   영어로 '존 폴'이라고 해서 몰랐던 그 분.  그 분과 비슷한 유명 폴란드인으로는 코페르니쿠스, 쇼팽, 퀴리부인 등이 있다. 

그 분이 바벨성에 오기도 했겠지만, 그 분의 고향이 또 크라코프에서 멀지 않다.  그런 이유로 한국인들이 이 크라코프를 찾기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성의 지그문트 탑에 오르면 16세기에 만들어졌다는, 폴란드에서 가장 크다는 종이 있다.  이 종의 중심을 왼손으로 만지면 다시 돌아온다는 이야기 때문이 많은 관광객들이 줄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도 그 관광객들 중 하나였는데, 그 때문인지 올 여름 다시 크라코프에 가게 됐다.

 

 

곳곳에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과 관련된 그림들, 전시물들, 광고물들이 많다.  크라코프뿐만 아니라 폴란드 전역에.

 

 

지나는 길에 환율 계산하려고 사설 환전소에서 찍어둔 환율표.

폴란드는 유럽경제연합에 속해 있지만, 유로를 쓰지 않고 즈워티/즈로티라는 자국통화를 쓴다.  폴란드를 여행할 땐 미국 달러나 유로를 준비하는 게 가장 좋고, 파운드도 어느 곳이나 환전된다.  한국과 달리.   이번에 한국가서 파운드를 아무곳에서나 환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했다.  그렇지 않아도 파운드 환율이 바닥이라 서러운데.  파운드는 기타통화에 불과했던 것이다.

 

 

바벨성에서 걸어 크라코프 여행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중앙시장 광장으로 갔다.  먼 거리는 아닌데 새벽 비행기를 타고 갔던 날이라 벌써 무척 지쳤던 기억.

 

03.  중앙시장 광장 Rynek Glowny - Main Market Square

 

친절한 여행책자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 광장은 이탈리아 베니치아에 있는 산마르코 광장에 이어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광장이라고 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나도 처음 알았다.  1978년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첫도시가 크라코프라는 건 누가 알까?  나는 지비에게서 들어본 것도 같다.

 

 

광장 중앙엔 시장 건물이 있다.  다시 친절한 여행책자님의 말씀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몰 형태의 시장 건물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사실 확인이 좀 필요하다.  폴란드인들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쇼팽도 그렇다.  쇼팽은 아버지가 프랑스인, 어머니가 폴란드인이다.  폴란드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에서 자랐고 이름도 그러해서 '프랑스인 아닌가' 싶은데, 폴란드인들은 쇼팽이 폴란드인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싶다.

1층은 공예시장이고, 2층은 박물관이라는데 이 역시 이 글을 쓰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아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별로 준비없이 떠났던 여행이기도 하고, 여행이 목적이 아닌 여행(?)이라서 더 모르고 갔던 여행이었다.

 

 

시장 건물 안에 있던 도시별 문장.  Szczecin이 지비의 고향이다.  한 번 읽어보시길-.  나는 아직도 정확한 발음이 안된다.

 

 

중앙시장 광장에 있던 폴란드 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 Adam Bernard Mickiewicz 탄생 100주년 기념 동상을 뒤로하고 광장 한 켠에 있던 성마리아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04.  성마리아 성당 Bazylika Mariacki - Basilica of the Assumption of Our Lady

 

이 글을 정리하면서 여행전에 봤던 폴란드 여행에세이와 론니플래닛을 함께 보고 있다.  '성마리아 성당'은 에세이에 있던 이름이고, 'basilica of the assumption of our lady'는 론니플래닛에 있는 이름이고, 'bazylika mariacki'는 지비가 부르는 이름이다.  한국인이 쓴 에세이처럼 성마리아 성당이면 church of maria쯤 되야 할 것 같은데, 지비말로는 bazylika는 영어로 church가 아니라고 한다.  그보다 큰 규모인데 영어로는 모르겠단다.  지비의 설명으로 추론해 한국불교에 넣어보면 말사가 있는 큰절 정도인데, 아무래도 기독교인이나 카톨릭신자에게 물어봐야할 듯 하다.  영어 한국어가 동시에 되는 종교인에게.

이처럼 폴란드에 관련된 정보들은 폴란드어를 영어로, 그 영어를 다시 한국어로 옮기면서 폴란드인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으로 바뀐다.  여행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또 아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  나 역시 론니플래닛의 기본정보와 현지에서 본 정보, 지비에게 들은 정보를 더하기는 하지만 사실여부를 따져본 것은 아니라서 모든 내용에 자신이 없다.  혹시라도 잘못된 정보가 있거나 도움되는 정보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 성마리아 성당이 유명한 이유는 서로 다른 모양의 두 개의 탑이다.  형제가 지어 올렸으나 화려하게만 지은 동생탑과 달리 견고하게 지은 형탑을 동생이 시기하여 형을 죽였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또 유명한 이야기는 타타르족 침입을 알려주던 나팔수가 곡을 마치지 못하고 화살에 맞아 숨지면서 지금도 매시간 나팔수가 연주하던 지점까지만 나팔을 부는 퍼포먼스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는 알지 못했고, 그래서 챙겨보지 못했다.  이번 크라코프 방문에서는 볼 수 있을까?

 

 

 

 

우리가 이날 크라코프를 찾은 이유는 이 성마리아 성당에서 친구 결혼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쯤 이날 여행을 마무리하고 친구를 만나러 성마리아 성당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