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 4

[+1469days] '다름'을 알려주기

어제 장을 보러 마트에 갔을 때 일이다. 누리가 장바구니를 끌고가는, 딱 그 장바구니만한 키를 가진 여성을 발견했다. 우리가 흔히 난쟁이라고 부르는. 지금 찾아보니 '저신장 장애/장애인'이라고 부르는가 보다. 그 여성을 보고 누리가 나에게 말했다. "저 사람은 왜 작아?" 옆에 있었던 지비는 누리의 시선과 '사람', '작아' 정도를 알아듣고 그 여성을 두고 하는 말인지 바로 알아챘다. 물론 한국어여서 주변에서 알아들은 사람은 없었겠지만 나는 좀 당황했다. 누리의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작지도 않았다. "어.. 원래 작은 사람이야"라고 답해줬는데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게 맞는 답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일이 종종 있다. + 지난 학기에 누리와 어린이집에서 친하게 지낸 친구는 엄마가 자마이칸 흑인,..

[life] 감을 깎다가

요즘은 밤마다 감을 깎는다. 딸기, 블루베리, 라즈베리의 계절이 끝났다(딸기는 스트로베리). 이제 이런 베리들은 맛없고 비싸다. 단단한 과일들의 계절이 왔다. 몇 년 전만해도 영국은 감이 참 흔하지 않은 과일이었는데, 사람들이 먹기 시작하자 수입이 늘었는지 이젠 흔한 과일이 되었다. 특히 요즘 같은 계절엔. 누리도 잘먹고, 가격도 싸서 사두고 사과와 함께 매일 밤 깎아 먹는다. 감을 깎다보니 중학교 2학년 때 단감을 좋아한다던 담임 선생님이 떠오른다. 스타일이 있는 사회 선생님이었는데, 좀 멋졌다. 어느날 좋아하는 과일 이야기를 하며 단감이라고 말했다. 보통은 수박이거나 딸기 뭐 그런거 아닌가. 홍시는 싫고 사각사각한 느낌이 좋다나. 그 이후로 (단)감을 보면 늘 그 선생님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니 ..

[life] 회사는 왜 그럴까?

지비는 로펌에서 일한다. 아쉽게도 변호사/법률가는 아니다. 로펌에서 일하는 IT 스태프인데, 하는 일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고 듣자하니 네트워킹 엔지니어라는 것 같다. 역시 잘 모른다. 회사가 자율시간 근무제와 재택근무를 도입한다고 해서 좋아했던 것이 엊그제인데 이는 회사의 변호사/법률가들에게 해당되는 일이고 이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IT 팀이 포함된 비지니스 서포트 파트는 장기적으론 주7일/24시간 , 단기적으론 8am-8pm 지원 시스템으로 운영한다며 근무시스템이 바뀌게 되었다. 두 개의 IT팀이 운영되고 있는데, 그 중 한 개 지비가 소속된 팀에선 원래 1명의 결원이 있었고, 최근 심장질환 돌연사로 동료 한 명을 잃었다. 그래서 지비 포함 3명의 팀원이 있는 팀이 8am-8pm 지원 시스..

[life] 이탈리안의 유머코드

지난 일요일 일주일 동안 우리 집에 두 딸과 함께 머물런던 친구가 다음 여행지로 떠나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다만 나는 심한 몸살 감기를 동반한채로. 아침 먹고 친구를 보내고 빨래 두 번 돌리고, 집 청소하고, 점심 먹고, 혼자 낮잠을 한숨잔 뒤, 장도 보고 커피도 마실 겸 집을 나섰다. 까페에 들어가 지비와 내가 마실 것을 주문한 다음 계산하고 커피를 받기 위해 바 앞에 서 있다가 누리가 마실 것 - 베이비치노 주문을 잊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막 다음 손님의 주문을 받고 있던 직원에게 "미안한데 잠시만"하고 간절한 표정으로 불렀다. 주문 받던 손님에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하고 내쪽으로 몸을 숙인 직원이 "어떻게 도와줄까?"하고 물었다. 내가 "미안한데 내 딸에게 줄 베이비치노 주문하는 걸 잊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