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469days] '다름'을 알려주기

토닥s 2016. 10. 24. 07:03

어제 장을 보러 마트에 갔을 때 일이다.  누리가 장바구니를 끌고가는, 딱 그 장바구니만한 키를 가진 여성을 발견했다.  우리가 흔히 난쟁이라고 부르는.  지금 찾아보니 '저신장 장애/장애인'이라고 부르는가 보다.  그 여성을 보고 누리가 나에게 말했다.  "저 사람은 왜 작아?"


옆에 있었던 지비는 누리의 시선과 '사람', '작아' 정도를 알아듣고 그 여성을 두고 하는 말인지 바로 알아챘다.  물론 한국어여서 주변에서 알아들은 사람은 없었겠지만 나는 좀 당황했다.  누리의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작지도 않았다.  "어.. 원래 작은 사람이야"라고 답해줬는데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게 맞는 답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일이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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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에 누리와 어린이집에서 친하게 지낸 친구는 엄마가 자마이칸 흑인, 아빠가 영국 백인이었는데 아이는 딱 그 중간이었다.  어느 날 어린이집을 마치고 누리와 집에 오는데 누리가 자기 얼굴은 무슨 색이냐고 물었다.  "어.. 노란색?"이라고 답했더니 "(영어로)화이트"란다.  나는 "글쎄.."하고 말끝을 흐렸다.  그랬더니 누리가 뒷좌석에 앉아 혼잣말로 "O는 브라운이야"라고 말해서 내가 화들짝 놀랬다.  내가 "누가 그랬어?"라고 물었지만 답은 없고 "아저씨도 브라운이야"라고만 말해서 아저씨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어린이집에 뭘 고치러 온 아저씨 얼굴이 브라운이었다나.

"사람들마다 얼굴색은 다 달라"하고 그 대화를 맺었지만 누리가 어디가서 "네 얼굴은 브라운이야"라고 말할까봐 걱정이 됐다.  그게 사실이더라도 사실과 차별의 경계가 매우 얇다.  아이는 의미가 없었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기분이 나쁘면 인종차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됐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얼굴색에 관한 질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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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가 보는 BBC 유아채널 - Cbeebies에서 방학 때마다 하는 Let's Go Club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들 방학생활 책처럼 만들기 조금, 운동 조금, 댄스 조금 여러 가지 섞어 보여준다.  4명의 진행자가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장애인이다.  누리가 그 프로그램 끝 부분에 나오는 댄스 부분을 좋아해서 가끔 보는데, 이 휠체어를 탄 진행자도 아이들이 춤출 때 휠체어에 앉아 가능한 몸동작으로 함께 춤을 춘다.  누리가 "왜 의자에 앉아 있냐"고 물었다.  그때는 "다리가 아파서 앉아 있지만 저 아저씨도 춤 출 수 있네"하고 답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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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가 지금 그런 나이인 것 같다.  같고 다르고를 발견해나가는 나이.  그런데 런더너 누리에게 같다는 것, 다르다는 것은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부모님이 런던에 처음 오셔서 다닐 때 수많은 외국인(?) 중에서도 흑인이거나 무슬림의 상징인 스카프나 히잡을 쓴 사람을 볼 때, 우리 입장에서는 '빤히' 보시는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누리는 흑인이나 히잡을 쓴 사람들을 다르다라고 느끼지 않는다.  관심도 두지 않는다.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일상적인 풍경의 부분일 뿐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의 눈에도 장애와 장애인은 다르게 보였던 것이다.  무조건 '아픈 사람'으로 알려줄 수만은 없는데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까 - 숙제다,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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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다음 주는 누리 어린이집 중간 방학.  고난의 한 주가 될듯하다.



금요일 오후 가벼운 마음으로 찾은 놀이터.  방학 맞은 아이들 인산인해라 한 시간도 못채우고 집으로 돌아와야했다.  내일부터 어디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