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life] 이탈리안의 유머코드

토닥s 2016. 10. 11. 18:52
지난 일요일 일주일 동안 우리 집에 두 딸과 함께 머물런던 친구가 다음 여행지로 떠나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다만 나는 심한 몸살 감기를 동반한채로.  아침 먹고 친구를 보내고 빨래 두 번 돌리고, 집 청소하고, 점심 먹고, 혼자 낮잠을 한숨잔 뒤, 장도 보고 커피도 마실 겸 집을 나섰다.  

까페에 들어가 지비와 내가 마실 것을 주문한 다음 계산하고 커피를 받기 위해 바 앞에 서 있다가 누리가 마실 것 - 베이비치노 주문을 잊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막 다음 손님의 주문을 받고 있던 직원에게 "미안한데 잠시만"하고 간절한 표정으로 불렀다.  주문 받던 손님에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하고 내쪽으로 몸을 숙인 직원이 "어떻게 도와줄까?"하고 물었다.  내가 "미안한데 내 딸에게 줄 베이비치노 주문하는 걸 잊었어.   지금 주문해도 될까?"했더니 직원이 장난스럽게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아니!"라고 답하고 계산대로 돌아가 다시 앞에선 손님에게 양해를 구한다.  나는 "고맙다"고 말했고(?), 그 직원은 "55펜스.  이거면 되니?"라고 물어 나는 다시 "그거면 돼.  정말 고마워"라고 말했다.  물론 나는 계산하는 동안 뒷손님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처음부터 그 직원의 또롱또롱 영어를 들으며 이탈리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대화가 가능한 걸로봐서 그녀가 100% 이탈리안이라고 확신했다.

런던에 와서 만난 몇 안되는 친구 중 한 명이 이탈리안인데, 그 친구와는 늘 이런 식의 대화/유머를 나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간 친구가 너무 많이 먹었다고 문자를 보내오면, 내가 비행기가 뜨겠냐고 답을 보낸다.  우리끼리 웃곤 했는데, 이런 유머가 그 친구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스페인이 한국과 잘 맞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음식면에서나 국민성 측면에서나, 이탈리아도 그런 것 같다.  딱딱한 스톤베이크드 피자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