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 7

[book] 몇 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

가와타 후미코(2016). 〈몇 번을 지더라도 나는 녹슬지 않아〉. 안해룡·김해경 옮김. 바다출판사. 일본의 저널리스트가 모으고 쓴 재일본 조선여성들의 이야기다. 일본강제점령기 때 가족을 찾아 혹은 결혼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경우도 있고, 일본에서 조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고 자란 경우도 있고, 일본군강제위안부 경우도 있고, 히로시마 원자력폭탄 피해자도 있으며, 일본에서 차별을 겪다 북한으로 가족을 떠나 보낸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런 가족사를 가지고 일본에 정착한 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겪고 다시 이민자가 된 경우도 있다. 전쟁을 겪고, 차별을 경험한 조선여성들의 이야기. 너무나 강하게 다가오는 책의 제목은 일본고등법원에서 위안부 판결에서 패소된 후 ..

[life] Christmas is around the corner

한 해 한 해를 보내보니 이렇다. 일단 2월엔 발렌타인데이, 3월~4월엔 부활절, 5월엔 어머니의 날, 6월엔 아버지의 날, 7월엔 바베큐와 여름휴가/방학, 10월엔 할로윈, 11월부터 크리스마스, 12월 말에 박싱데이, 해를 넘겨 1월엔 여름휴가 예약. 소비자가 쉼없이 물건을 사고 돈을 쓰도록 광고를 한다. 특별한 계획이 없던 우리도 때마다 날라드는 전단지를 보면 뭔가 계획을 세우고 돈을 써야할 것 같은 강박감마저 생긴다. 10월말 할로윈이 끝나자말자 한 해 중 가장 큰 이벤트(?)인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마케팅이 시작됐다. 누리도 이젠 크리스마스도, 산타도 안다. 아직 선물과의 연관성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 주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 때문에 카드와의 연관성은 알게 됐다. 자기에게도 카드를 달란다...

[life] 오늘은 부자예요

한국의 내 또래 친구들처럼 큰 차도 없고, 집도 없지만(있어도 태반이 빚이다, 심지어 내 명의도 아니다) 오늘은 부자다. 우표 부자. 바다 건너 갈 크리스마스 카드들은 오늘 발송 완료. 한 주쯤 쉬었다가 다시 작업 해야지. 가끔은 벽에 댄 독백 같기도 하고, 짝사랑 같기도 한데 한 가득 우체통에 밀어넣을 때만큼은 훈훈하다. (발송요금을 지불할 땐 헉헉..) + 나는 정말 올드하구나.

[+1518days] 수면양말 미끄럼방지처리하기

영국의 가정집은 바닥이 카페트다. 욕실도 카페트인 곳이 있다. 우리집은 바닥이 장판은 아니고, 시트지 같은 것으로 마감이 되어 있다. 먼지 없고, 원하는대로 물걸레로 청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바닥이 차갑긴 하다. 더군다나 바닥난방도 안된다. 전통적인 영국집에 비해서는 따듯한 편이지만 한국의 난방에 익숙한 손님들은 다들 추워한다. 우리는 늘 슬리퍼를 신으니 상관이 없는데 누리는 슬리퍼를 줘도 신었다 벗었다 하다가 어느 순간에 보면 맨발로 다니고 있다. 한국 갈 때마다 수면양말을 사와 수면양말이 아닌 보온양말로 신기고 있다. 누리가 어릴 때 산 수면양말들은 바닥에 미끄럼방지처리가 되어 있었는데, 만 5세가 가까워져 오니 그런 양말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큰 아이들은 알아서 조심할 수 있으니. 한..

[+1514days] 재영 폴란드 유아 스카우트

지비와 내가 이곳 사람이거나 이곳에서 공부를 한 것도 아니라서 인간관계가 그렇게 넓지는 않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도 런던이라는 도시의 특성 때문인지 자리를 잡고 사는 사람들은 많이 없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떠나보내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의 반복일뿐. 취미로라도 사람들을 꾸준히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누리를 생각하면 특히 더 그렇다. 변함없이 볼 수 없는 가족은 영상통화로나 만날 수 있으니. 성격상 종교생활은 어렵고, 사실 참 많이도 권유받는다, 스카우트 같은 걸 생각해본적이 있는데 그 생각을 잠시 잊고 있었다. 지난 달 한국에서 친구와 친구의 두 딸이 다녀가고 부쩍 향상된 누리의 한국어에 지비가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지척에 있어도 가지 않던 폴란드 서점을..

[life] 보리차와 라면

또 보리차를 끓였다. 누리가 감기에 들면 내가 꼭 하는 일 중에 한가지가 보리차를 끓이는 일이다. 콧물을 줄줄 흘려도 해열제/진통제를 주는 것 외에 딱히 해줄 게 없다. 그냥 물보다는 낫겠지하면서. 세상이 좋아져서 끓인 물에 10분만 넣었다 빼면 되는 유기농 보리차 티백으로 달달한 보리차를 끓인다. 그리고 라면을 먹었다. 누리가 아프면 그렇지 않아도 예민한 성격이 더 예민해진다. 누리 말고 내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하루하루 미루던 누리방 커튼을 달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엎친데 겹친다더니 멀쩡하던 누리방 블라인드가 목요일에 갑자기 떨어졌다. 나를 재촉하는구나 싶어 그날 당장 창문에 버블랩(일명 뽁뽁이)를 붙이고 금요일에 IKEA에 가서 커튼 재료를 사왔다. 그런데 포장을 뜯고 보니 벽에 설치할 커..

[keyword] 노키즈존 in Korea VS 콰이어트존 in UK

노키즈존 No Kids Zone in Korea 지난 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누리가 잠든 동안 한국 뉴스를 봤다. 한국에 어린이들 동반을 금지하는 식당 같은 곳이 속속 생기고 있다는 그런 뉴스였다. 해외사례로 노키즈존을 시행하는 영국의 한 펍(pub 선술집)이 등장했다. 우리에게 누리가 생겨도, 그 이전부터 우리 부모님도 식당 같은 장소에서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줘도 제지 하지 않는 '요즘 젊은 부모들'에 대해서 말씀하시곤 했다. 그런 건 나도 싫었지만 그 부모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못했던 건 내 미래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부모가 되지 않을까보다는 내가 아이를 제지할 수 있을까다. 아이들이란 게 그렇다. 인터넷에서 이런 건으로 푸념과 비난이 오갈 때 '왜 한국 아이들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