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life] 감을 깎다가

토닥s 2016. 10. 21. 06:08
요즘은 밤마다 감을 깎는다.  딸기, 블루베리, 라즈베리의 계절이 끝났다(딸기는 스트로베리).  이제 이런 베리들은 맛없고 비싸다.  단단한 과일들의 계절이 왔다.  몇 년 전만해도 영국은 감이 참 흔하지 않은 과일이었는데, 사람들이 먹기 시작하자 수입이 늘었는지 이젠 흔한 과일이 되었다.  특히 요즘 같은 계절엔.  누리도 잘먹고, 가격도 싸서 사두고 사과와 함께 매일 밤 깎아 먹는다.


감을 깎다보니 중학교 2학년 때 단감을 좋아한다던 담임 선생님이 떠오른다.  스타일이 있는 사회 선생님이었는데, 좀 멋졌다.  어느날 좋아하는 과일 이야기를 하며 단감이라고 말했다.  보통은 수박이거나 딸기 뭐 그런거 아닌가.  홍시는 싫고 사각사각한 느낌이 좋다나.  그 이후로 (단)감을 보면 늘 그 선생님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니 지금의 나보다 대략 열 살은 어렸던 사회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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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걸 다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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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깎다가 그 사회 선생님에 이어 '기억'이라는 것에 이르렀다.  나는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 그런지 좋았던 기억보다 나빴던 기억이 더 오래간다.  그래서 슬펐던 기억, 아팠던 기억, 그리고 부끄러웠던 기억이 더 많다.
그래도 잊혀질 것은 잊혀지겠지.  청명한 바람 때문에 지워질 것 같지 않았던 교토 청수사의 일본 이름 - 기요미즈데라가 떠오르지 않았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