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 15

[20161221] 식사하셨어요?

얼마 전에 '언젠가 누리도 한국음식을 해먹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우리가 먹는 것들을 계량화하고 기록해보자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아주 시간이 많아지면 레시피북도 만들어보자면서. 그럴려면 맛있게 만들어진 음식을 기록해야하는데, 그 뒤로 만드는 음식이 다 별로다. 한 때는 '요리신동 아니냐'며 '한국식당 열어야겠다'며 음식 만들고 감동하기도 했는데. 잡채를 저녁으로 먹었다. 뭔가 조합이 어색한 양념이었다. 설탕이 적게 들어갔나? 맵지 않고 누리가 좋아해서 가끔 하는 잡채인데, 할 때마다 맛이 다르다. 계량하고 기록해둔 양념을 넣어도. 누리는 매운 양념만 아니면 우리랑 같이 먹는다. 토마토와 오이를 더해 반찬 삼아서. 점심은 어린이집 (크리스마스 방학 전)마지막 날 파티에서 먹었다. 엄마들이 ..

[20161220] 식사하셨어요?

한 선배가 전한 다른 사람의 말에 의하면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보여줄 게 없는, 평소에 잘 못먹는 사람들이 음식사진을 찍는다고. 그 글을 읽고서도, 그리고 그 전에도 열심히 음식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확실히 그 글 이후 음식 사진을 덜 올리게 됐다. 부끄러운 속내를 들킨 기분이었다고나. 그래서 찍어만 놓고, 폴더로 묶어만 놓고 묵혀버린 사진들. 그러면서도 계속 찍게 되는 건 습관일까? 그냥 그날 그날 먹은 것들 가볍게 올려보려고 한다. 이렇게 먹고 산다고. 라면 포장지에 담긴 '조리예'처럼 달걀이 익혀진 라면. 누리 우동 끓이랴, 챙겨주랴 정신없는 가운데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본 누리 뒷처리를 해주랴 여러 가지 일 동시에 하며 라면을 끓였다. 달걀 넣을 타이밍을 놓쳐 더 끓이면 라면이 너무 익..

[book]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 - 우리시대 부모들을 위한 교양 강좌

박경철 외(2011).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 심상정 엮음. 양철북. 한국에서 짐을 배로 보내면 무엇을 담았는지 잊을만하면 짐이 도착한다. 이 책도 받아들고 '내가 샀나?'했다. 책을 펼치고 날개에 담긴 짧은 소개 글을 읽으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현직 국회의원 심상정이 국회의원 선거에 패배하고 지역에서(고양) 마을학교를 운영할 당시 진행한 강좌들을 글로 엮어 낸 책이다. 강사로 초청된 사람들은 박경철, 정태인, 이범, 나임윤경, 윤구병, 신영복, 조국, 심상정, 이이화. 한국 밖에서 사니 아무리 핫한 책이 생겨도 그 흐름에 읽기는 어렵다. 읽고 싶어도 목록에 담았다가 한국에 가서 읽거나 사오거나, 이미 핫한 유행은 지나가버린 뒤, 한다. 그런탓에 '시의성'이 필요한 책들을 ..

[+1547days] 당신이 잠든 사이

한참 동안 블로그를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 열흘. 누리가 아파 거의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올리자니 블로그가 육아일기를 넘어 병상일기가 될 것 같아 참았다. 아이가 아프면 나의 스트레스 게이지도 올라가서 어디에라도 하소연 하고 싶은 것인지.누리의 감기인지 독감인지는 거의 다 나았지만 가끔 콜록콜록 깊은 기침을 한다. 그런데 누가보든 애가 지금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 어제 오늘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다. 어린이 집에 가면 또 두 시간 내내 밖에 나가 놀 것이 눈에 보여서. 누리가 아프기 전 같이 어울려 노는 아이 두 명이 아파서 어린이집을 며칠 쉬었다. 그 주에 어린이집 선생도 두 명 며칠 결근. 그리고 지난 주 월요일 오후부터 다른 친구 하나와 함께 누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누리의 담당 ..

[+1537days] 아이가 빠져나간 동안 - 부모 시간

누리가 폴란드 유아 스카우트를 시작할 때 지비는 누리가 없는 2시간 동안 뭘할까 생각했다. 인근 공원까페에서 커피 한 잔하면 되겠다며 좋아(?)했다. "나는 책 읽을테니 2시간 동안 나한테 말걸지 말라"고 했다. 매정하다 싶겠지만 정말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내겐 절실하다. 첫 번째 스카우트는 낯설어하는 누리 덕분에 두 시간 꼬박 참관을 했다. 두 번째 스카우트에는 지비가 취미삼아 하는 운동의 승격시험이 있어 장거리 & 장시간 외유. 결국 내가 데려다주고 데려왔다. 두 시간이 숨가쁘게 장보고 커피 한 잔 원샷하니 다 흘러갔다. 세 번째 스카우트인 오늘 누리를 데려다주고 둘이서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게 없어 상점들이 몰려 있는 리테일 파크 내 까페로 갔다. 평소에 누리 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