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 16

[20170130] 밥상일기

가만히 생각하니 지난 주는 라면, 파스타, 우동, 떡국 - 분식주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라면을 2번 이상 먹은 것 같다. 밥할 기운도 없고, 추워서 밖에 사먹으러 가기도 싫고, 나가도 샌드위치 파스타 거기서 거기라. 우동은 누리가 정말 좋아하는 메뉴다. 늘 갖춰놓고 달라면 먹는데, 가능하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안주려고 한다. 우동에 무슨 영양이 있겠냐며. 그런데 누리가 먹는 다른 메뉴들에도 딱히 영양가가 많다고는 못하겠다. 요즘 우리가 자주 먹는 메뉴가 새우다. 사실 늘 자주 먹는데, 예전엔 (냉동) 생새우를 사다가 조리해서 먹었다면 요즘은 마늘버터가 함께 들어간 제품을 주로 사먹는다. 채소 잘라 볶고 마지막에 새우와 마늘버터를 휙 복다가 삶아놓은 스파게티를 넣으면 끝. 늘 이렇게 간단하면 좋겠지만 ..

[+1594days] 육아는 시계추일까?

'퇴행'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누리가 요즘 얼마전까지 잘 하던 일들을 혼자 하지 않으려고 해서 고민이다. 고민이라기보다 내 몸이 고달프다. 예를 들면 밥 먹기, 화장실 가기 같은 것들. 자주 아기가 된다. 주로 피곤할 때라고 이해하려고 하지만, 가끔은 내 입장에서 '해도해도 너무 하는구나'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지나서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이 처음은 아닌 것 같다. 컵이라던가, 젓가락이라던가 이런 것들을 처음 소개할 때 누리는 무척 신나하며 혼자서 하곤 했다. 잘하던 못하던을 떠나서. 기저귀도 떼는 순간 그랬다. 혼자서 화장실을 갈 수 있다고 알게되는 순간 따라오지 말라며, "혼자 혼자"를 외치며 화장실로 달려가곤 했다. 그러다 다시 우리 손에 의지하는 시기가 오고, 그 시기를 다시 넘기면 혼자서..

[book] 정혜신의 사람 공부

정혜신(2016). 《정혜신의 사람 공부》. 창비. 이북 리더를 쓰기 시작하며 읽게 된 책. 컨텐츠. 정혜신이라는 사람, 정신의학과 의사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줌마들이 듣기 좋아하는 강연과 글을 많이 쓰는 사람 정도로 혼자 분류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하고 다시 '정혜신'이라는 사람을 생각하게 된 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와락'이라는 곳을 열게 됐을 때다. '와락'의 이름을 듣고 정말 눈물이 '와락' 쏟아지는 줄 알았다. 그 즈음에서 이 사람의 글과 생각이 나의 SNS 타임라인에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로 지인들이 공유한 글. 읽을 거리를 찾아 이북샵을 헤매다 발견하고 읽게 됐다. '공부의 시대'라는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 좋은..

[+1590days] 극성 학부모

이틀 전 누리 어린이집 선생님 한 명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음력설을 보내는지 물어왔다. 중국이랑 다르냐며. 다른 아시아의 국가들처럼 음력설을 보내긴 하지만 나라마다 풍습이 다르다고 이야기 해줬다. 어린이집에 용모양의 중국연은 있는데, 한국적인 장식은 없을까 하며 물어왔다. 장식될만한 건 연인데,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해줬다. 사실 이번에 한국에 가면 그런 것들 - 연, 가면, 팽이, 윷 등을 사올 생각이었다. 9월에 누리가 학교에 있는 유치원을 시작하면 필요할 것 같아서. 선생이 새해 인사를 한국어로 써줄 수 있냐고 해서 수요일까지 해주겠다고 했는데, 내일이 수요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인사만 쓰려니 그래서 또 사브작사브작. 설날을 소개하는 판넬을 만들었다. 어린이집 한 켠에 세워두라고. 낮에..

[20170122] 밥상일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나는 2.25인분의 밥을 하고, 누리와 조용하고 단촐한 점심을 먹고 있다. 밀린 밥상들. '언니와 조카가 오면 해먹어야지'했던 음식들을 이제야 떠올리며 후회도 한다. 어디에 써놓을껄하면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도, 마음도 추울 땐 역시 라면. 뭘 먹어도 맛을 알 수 없는 요며칠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다 - 라면이. 언니가 영국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라며 마시기 시작한 사이다 - 과일탄산주. 사놓고 마시지 않은 것이 있어 지비랑 둘이 마셨다. 신기하게도 4명이 둘러 앉아 작은 잔에 나눠 마시던 그때 맛과 맛이 다르다. 맛이 별로다. 그래서 다시 맥주로 돌아가기로 했다. 커피도 그렇다. 늘 2인분만 준비하다 3인분을 준비하려니 어떤 날은 물이 많고 , 어떤 날은 물을 빨리 내려 ..

[+1586days] 잠들지 못하는 겨울밤

크리스마스 방학이 지나고 1월부터 이곳 봄학기가 시작되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1월이 봄학기고, 부활절 방학 뒤 시작되는 학기는 여름학기다. 1월에 봄학기라니. 누리가 무척 기다린 봄학기. 2년 가까이 해온 짐 수업gym을 접고 발레를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선물도 발레옷으로 준비했었다. 발레 연습 신발도 선물로 쨘!하고 주고 싶었는데 크기를 재어보느라 미리 신겨보았다. 그랬더니 그 신발 어디 있냐고 12월 내내 묻곤 했다. 1월이 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있었던 첫 발레 수업. 며칠 전부터 '발레'는 일종의 무기였다. "발레 할 건데 이렇게 하면 못하지"하면서. 들뜨다 못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아이를 데리고 발레 수업을 갔다. 누리의 첫 발레수업은 2년 가까이 함께 해온 체육..

[+1585days] 기억이 자란다.

오랜만에 써보는 밥상일기 아닌 일기. 언니와 조카가 월요일 한국으로 떠나가고 4일 동안 매일 두 번씩 세탁기를 돌렸다. 빨래할 거리가 많았다기 보다는 세탁기가 6.5kg라 한 번에 많은 빨래를 할 수가 없어서다. 언니와 조카가 떠나던 월요일부터 누리는 쭉 - 감기로 어린이집을 쉬고 있다. 어제인 목요일쯤엔 갈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누리는 어린이집에 가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놀기 때문에 아예 보내지 않았다. 어중간하게 보냈다간 나아가던 감기가 다시 도질 것 같아서. 일주일 동안 정말 둘이서 지지고 볶으며 보냈다. 가족이 함께 한 3주 사이 크리스마스가 있었고, 해가 바뀌기도 했지만 그러한 계기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 자체가 누리에겐 매일매일이 축제였고 휴가holidays였다. 내가 느끼지..

[20170114] 밥상일기

한국서 언니와 조카가 오기 전 내가 할 수 있는, 해봤던 음식 중에서 먹을만 했던 음식들을 다시 해봤다. 맛있는 밥 많이 해주려고. 그런데 종류를 떠나 늘 2인분, 많아야 지비 도시락 포함해서 3인분 겨우 준비하던 수준이라 어른 4인분 혹은 그 이상을 준비하는 게 어려웠다. 넉넉할 것 같았던 3주가 이제 다 흘러가고 다시 짐을 싸야할 시간. 늘 아쉽다. 마드리드 여행갔을 때 먹어보고 "비슷하게 할 수도 있겠다" 싶었던 Huevos rotos. 그래서 해준다고 큰소리(?)쳤던 그 음식을 저녁으로 해먹었다. 감자튀김+스페인 건조햄+달걀로 쌓아올린 음식. 내식대로 굴소스+마늘로 볶은 아스파라거스와 샐러드를 더했다. 간단해서 종종 우리집 저녁으로 등장할 것 같다. 문제는 누리가 먹을 게 별로 없어 따로 챙겨야 ..

[20170111] 밥상일기

영국을 여행하면 꼭 먹어봐야한다는 피쉬 앤 칩스 - 우리는 한국에서 손님이 와야 먹어본다. 그나마도 한 2~3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고. 그 피쉬 앤 칩스를 오늘 먹었다. 런던의 관광지 버로우 마켓 Borough market에서. 바람 피해 누리를 데리고 밥 먹을 곳을 찾느라 시장구경은 뒷전이었다. 피쉬 앤 칩스를 점심으로 먹는 것에 급히 합의하고 Fish kitchen이라는 곳에 들어가려니 생각보다 비싸 같은 이름 테이크어웨이에서 사서 시장 곳곳에, 하지만 많지는 않은, 마련된 자리에서 앉아 먹었다. 처음 이 의자를 지날 때만해도 추워서 어떻게 밖에서 먹겠냐 싶었는데, 누리가 보채고 골목바람이 부는 곳에서 음식을 사들고 의자에 앉으니 생각보다 앉아서 먹을만했다. 모락모락 김이 날 정도로 데워진 생선..

[20170107] 밥상일기

조카가 이번 여행에서 보고 싶었던 한 가지 - 영국의 하얀 해안절벽을 보기 위해 지난 여름 캠핑으로 왔던 헤이스팅스 Hastings를 다시 왔다. 라이 Rye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헤이스팅스로 넘어왔다. 헤이스팅스엔 세계사 책에 꼭 나온다는, 그래서 언니가 보고 싶었던 성을 보러왔는데 성 옆으로 이어진 절벽을 오르는 기차가 운행을 않는다. 막 주차시켜놓은 차를 빼서 성으로 올라갔다. 아까운 주차요금 2.6파운드. 성 근처에 차를 대고(다시 주차료를 넣고) 성으로 갔더니 문이 닫혔다. 이건 뭔가 싶었다. 사실 라이에 점심을 먹으러 갈 때도 맘에 드는 식당을 골라 열심히 인터넷으로 메뉴를 공부하고 테이블을 예약하려니 안되는거다. 매년 있는 정기 휴일(2주간)이었다. 다행히 두 번째로 골라간 식당에서 오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