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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1days] 내 아이의 법정보호인

지난 글에서 썼던 것처럼 지난 주말은 런던 동남쪽에 사는 친구네에 1박(슬립오버 sleepover)를 갔다. 두 집 사이 거리가 제법 멀다보니 마음 편하게 먹고 마시며, 아이들도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기위해 여름이 끝날무렵 해둔 약속이었다. 친구네가 산책+점심해결을 위해 친구네에서 멀지 않은 그리니치 공원에서 먼저 만나자고 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손님이나 와야 가는 곳이고, 그나마도 누리가 2살 때쯤 간 것이 마지막인 것 같은 그리니치 천문대가 있는 곳이다. 한국어로는 그리니치, 영어로는 Greenwich. 친구들을 만나 그리니치 마켓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각자의 취향대로 브리또, 잡채밥, 바오번을 사서 템즈강변 커티삭 근처로 이동했다. 나는 한국치킨 바오번을 골랐다. 어른들이 바베큐를 준비하는 동안..

[life] 할로윈데이

가을학기 중간방학을 맞아 런던 동남쪽 끝에 사는 친구네를 만났다. 친구네에서 멀지 않은 그리니치 Greenwich 공원에서 산책하고, 인근 푸드 마켓에서 점심을 먹고, 친구네로 가서 하루 자고 오는 일정이었다. 산책을 잘 마치고 친구네로 가서 바베큐를 하며 먹고 마시고를 반복하던 중 고기를 구우며 휴대전화로 뉴스피드를 본 친구가 “한국에서 인명사고가 났다는데?”하고 말을 꺼냈다. 한국시간으로 토요일 자정을 넘긴 시간이라, 그때는 그렇게 많은 뉴스가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이미 사상자 수가 50여 명을 넘었다. ‘큰일 났구나’ 싶었다. 휴대전화로 손이 자꾸 가기는 했지만, 한국시간으로 새벽이라 그런지 뉴스가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 다음날 새벽, 추워서 깼다가 뉴스를 확인하니 사상자 수가 140여 명. ..

[life] 아이가 돌아왔다.

3년 반만에 폴란드에 가족을 만나러 간 아이와 지비가 돌아왔다. 폴란드 떠나기 전날엔 “안가면 안되냐고” 울더니만 돌아와서는 “또 가면 안되냐고”운다. 어쨌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는 말. 아이는 돌아와서 한 살 차이나는 사촌과 지비의 휴대전화로 채팅을 한다. 폴란드어로 채팅을 하려니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쓰기 위해 시간을 써야 한다. 아이의 폴란드어에 도움이 되려나. + 아이가 없는 동안 마음 먹고 하려고 했던 일들, 절반도 못했다. 집콕만 하려던 계획과는 달리 하루는 나가 지인과 이야기도 나누고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었다. 그래도 그 시간 이외는 집콕+냉파. 과일+우유+빵 같은 식품 소비가 많기 때문에 이틀에 한 번 장을 본다. 그런데 아이가 없는 동안 5일 동안은 한 번도 장을 보지 않았다. ..

[Korea2022] 스누피 전시회

한국에 도착하자 말자, 부모님만 뵙고 만난 지인+지인 아들. 친구라고 막쓰자니 조금 연세가 있으신. 무더운 여름이라 어디 실내에서 만나자니 아이들의 에너지가 두렵고, 실외에서 만나자니 더위가 두렵고. 결국 지인이 추천한 스누피 전시회를 보러 가기로 했다. 전시회가 있는 곳은 지금은 부산의 구도심(?)이 된 서면 그리고 지하상가. 우리가 어릴 땐 핫플래이스였다. 명절이면 귀신의 집도 팝업스토어로 들어서고. 아이에게 이 허름한 지하상가가 내가 어릴 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런던의 쇼핑센터 웨스트필드에 맞먹는 곳이었다고 설명해줬다. 이건 정말 80년대 서면지하상가와 런던의 웨스트필드를 모두 알아야 웃을 수 있다. 어릴 땐 이 지하철 역에서 지하상가 끝까지 걸어가기가 무척 먼 길이었는데, 성..

[+3686days] 라푼젤과 백설공주 사이

어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지난 한 달 동안 아이의 중등학교 진학 때문에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학교 뷰잉을 간 것은 세 번 뿐이라 물리적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기보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 속과 마음 속이 바쁜 시간이었다. 그렇게 보낸 한 달 후, 우리는 (적어도 나는) 작은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구나. ‘지금’하는 대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 ‘최선’이구나. + 영국의 학기는 9월에 시작하는데, 7학년부터 11학년까지 있는 중등학교는 6학년 9월에서 10월 사이에 지원한다. 6학교를 지원하면 3월 말, 부활절 방학 전에 그 결과가 나온다. 아이는 지금 5학년이니 아직 1년이 남았지만 내년에 학교 뷰잉을 하는데 빠듯함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5..

[life] 4일 동안 자유부인

지난 주말 꼬박 한 달 만에 블로그에 근황을 써보려고 티스토리를 열었는데 접속이 되지 않았다. 듣자하니 카카오/티스토리 데이터센터 화재로 접속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 덕분에 한 달을 훌쩍 넘긴 포스팅. 아이의 생일 이후로 참여하고 있는 모임에서 온라인 행사가 있었고, 내년에 지원할 아이의 중등학교 뷰잉 등으로 바쁘게 지냈다. 이 이야기는 내일 다시. 내일 어떻게? 아무 일정 없이 집콕하며 지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이와 지비가 3년 반 만에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폴란드에 갔다. 나는? 일과 비용절감을 이유로 잔류하기로 정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혼자서 여러 번 생각해봤다. 넷플릭스에 한 달만 가입하여 드라마 ‘우영우’를 모두 다 볼까, 지인과 외식을 할까 생각하다 집콕하며 밀린 과제를 하기로 정..

[+3657days] 열살

드디어 열살. 열번째 생일파티는 특별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시간 부족 아이디어 부족으로 간단하게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간단하게 한다고해도 바쁨의 총량은 같았다. 작년 아이의 생일에 사촌형 가족이 집에 왔다. 그 기억이 무척 좋게 남은 아이는 올해도 자기 생일에 그 가족이 와주길 바랬다. 선뜻 응해줘 생일 전날 함께 집에서 밥을 먹었다. 우리집에 환자 한 명, 그 집에 환자 한 명이라 간단하게 닭고기 오븐에 굽고 팥밥해서 샐러드와 함께 먹고 생일 케이크를 나눠먹었다. 계획은 미역국도 오랜만에 끓여볼까 했지만, 너무나 바빠서 포기. 마침내 아이의 열번 째 생일. 아이는 아침 8시 7분인가 태어났다. 7시 57분에 눈을 뜨고는 이불 속에서 좀더 기다렸다 열 살이 되면 이불 속에서 나오겠다던 아이. ..

[life] 여왕의 시대

이미 뉴스로 들은 소식이겠지만 어제 영국 여왕이 서거하였다.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이 학부모 채팅창에 메시지가 연이어 뜨길래 열어보니 서거 소식이 올라 있었다. 물론 그 뉴스를 처음 공유한 사람은 흔히 말해 영국의 왕실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영국엔 그런 사람들도 제법된다. 그 사람은 소식 차원에서 올렸고, 그 소식에 사람들은 조의를 표하는 정도. 아이들과 이 사실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라는 몇 마디의 말이 오가는 중에 내가 팔로우 하고 있는 CBBC(BBC의 어린이 채널)에서 아이들과 죽음에 관해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하는 글이 재빨리 올라왔기에 나도 정보차원에서 공유하였다. ☞ https://www.bbc.co.uk/tiny-happy-people/talking-to-child-about-..

[Korea2022] 한국여행의 흔적

한국에 다녀온지 벌써 2주가 지났다. 짧아서 아쉬운 일정이었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시간과 기억으로 남은 올해 한국여행. 예전처럼 먹거리 같은 걸 사오지는 않지만, 돌아오 보니 집안 구석구석 전에 없던 이쁜 플라스틱(?)들이 가득하다. 2주 전 일요일 저녁 런던에 도착해 월요일 아침부터 아이는 스트릿댄스 방학캠프로 월화수목금 등원(?)했다. 덕분에 시차 극복의 어려움은 없었다. 나는 나대로 생활전선에 바로 뛰어드느라 시차 때문에 힘들어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 한국에서 가족들이 해주는 밥, 친구들이 해주는 밥, 나가서 사먹는 밥 - 좋았던 시절은 가고 다시 세루 세번 집밥을 챙겨야 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이 챙겨준 홍삼을 챙겨 먹으며 또 내년까지 버텨야지. 한국에서 돌아오고 일주일..

[Korea2022] 아직도 코시국

올해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여전한 코비드시국. 거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져 더더 먼 길로 한국에 왔다. 유럽 공항이 북새통이라 연착과 지연으로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 없이 해외입국자 자가격리가 없어졌고, 24시간 이내 신속항원검사(RAT 또는 LFT)로 간단해져 앞선 두 해보다 나았다. 무엇보다 해외입국자 전용 이동수단이 사라져 런던-프랑크푸르트-인천으로 입국해 ‘일반’KTX를 타고 부산으로 올 수 있어서 수월했다. 인천-부산 내항기를 타던 시절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런 날이 다시 올까-. 인천에서는 큰언니와 형부가 마중나와 광명까지 태워주었고, 부산역에서는 작은언니가 마중나왔다. 멀고 피곤한 길이었지만 덕분에 즐겁게 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