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90

[+559days] 우리집 왕놀이

그렇지 않아도 우리집 '슈퍼 갑님'인 누리가 감기가 걸려 '킹왕 슈퍼 갑님'이 되셨다. 밖에도 못나가고 집에서 저 하고 싶은대로 다 하면서, TV도 저 보고 싶은대로 다 보고 있다. 밖에 못나가니 TV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오기전에 한 번 걸리고 두 달여 만인듯. 어째 지난 주 씽씽 바람 부는 암스테르담에 다녀오고서도 멀쩡한 게 용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목요일 도서관 음악 세션, 금요일 큐가든 놀이터 다녀왔는데 토요일 오후부터 콧물이 삐질. 행여나 내가 토요일 이른 오후 폴란드에서 온 지비의 아버지를 탓할까 지비는 먼저 감기는 잠복기가 있으니 도서관이 의심된다 하면서 호들갑. 그 도서관은 평소에 가던 곳이 아니라 약간 번잡한 쇼핑센터 옆이라 나도 찜찜하다. 감기가 나아도 이번 주 다..

[+543days] 쫑쫑쫑 봄나들이

KGR 누리를 낳기 전에 봉사활동을 했던 킹스톤그린라디오. 일년 내내 인터넷으로 방송하고 일년에 며칠 커뮤니티 채널로 FM방송을 하는데 지난 주가 바로 그 주였다. 그래서 인사 할 겸 들렀는데 마침 점심시간. B언니와 함께 점심을 먹고 있는데 일종의 이벤트로 미스터 그린이 나타나셨다. 나무를 형상화한 것 같으나 누리에겐 공포감만 주신, 미스터보다는 미즈 그린이 어울릴 것 같은 할아버지. 아빠에게서도 달아나려는 누리. 1파운드짜리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먹고 길을 나섰다. 사실 이날은 새차 첫 시승식이었다. 어디갈까하고 이야기나누다 첫번째로 떠올린 곳은 한인타운의 한국슈퍼. 겸사겸사 킹스톤그린라디오 들렀다가, B언니도 만나고, 장도 보았지만 그래도 화창한 날씨가 서운해 근처의 리치몬드 공원에 갔다. 리치몬드 ..

[+541days] 아기밥, 입장 바꿔 생각하기

한국에 가기 전엔 누리가 먹을 국을 따로 끓였다. 국이라기보다는 육수에 채소 그리고 두부나 고기를 넣은 국물. 나름(?) 영양을 고려한 것이었다. 한국에 가서는 엄마가 해주신 밥을 받아먹었다. 소금간만 신경쓸 뿐 고기나 채소를 먹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소홀해졌다. 그래서 런던으로 돌아오고서 한동안 한끼는 고기와 채소가 든 죽을 먹였다. 죽이라는 게 딱 한끼만 끓여지는게 아니라서 한 번 만들면 2~3일은 먹게 되는데 꼭 3일째가 되면 눈에 보이도록 덜 먹는 누리. 저도 입이라고. 이젠 죽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고나니 먹는 게 걱정이다. 아침은 씨리얼 비스켓 Weetabix(통밀) 또는 Oatibix(오트밀)을 우유에 말아서 먹고 점심과 저녁은 밥에 국을 말아 먹였다. 말아 먹였다기보다는 질척하게. 이 역시..

[+536days] 낸네

누리가 한국가서 배워온 말 하나, 낸네. 저녁에 목욕을 하고 우유를 먹고 잠잘 시간이 되면 엄마가(그러니까 누리 할머니) 쿠션을 가져와서 누리에게 머리를 붙이며 '낸네'하라고 했다. 몇 번 듣더니 우리가 '낸네'하면 저절로 머리를 쿠션에 가져다 댄다. 물론 그런다고 잠이 드는 건 아니지만. 그럼 얼마나 좋을까! 런던에 돌아오고서도 그 말은 잊지 않고 있다. 잊을세라 우리가 자주 '낸네, 낸네' 해주지만서도. 요즘 누리는 부쩍 이불로 들어가 앉아있기를 좋아한다. 자는 것과는 무관하게. 침대에 올라갈 틈만 있으면 이불을 들추고 들어가 앉는다. 뭐가 그리 좋은지. 혹시라도 '낸네'가 무엇인지 모를 사람을 위해 덧붙이면, 아기말로 '자다 sleep'에 해당하는 말. 주로 경상도에서만 쓰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

[+526days] 내가 내가!

요즘 누리는 '내가 내가'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닦아줄 때 예전처럼 온몸으로 울부짖으며 거부하지는 않지만 칫솔을 빼앗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혼자서 이를 닦으면야 좋지만 입에 넣는 건 0.1초도 안되고 칫솔모를 손으로 만지작만 거리기 때문에 이를 닦고 난 뒤 손에 쥐어준다. 그러면 이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지난해 5월 한국에 다녀오고서 누리는 기기 시작했다. 지비와 나는 한국에 가기 전 이번 한국행 뒤엔 누리가 어떤 변화를 보여줄까 기대했다. 한국에 다녀온 뒤 뒤뚱거리던 아기걸음에서 조금 날렵하게 걷는다는 것 외에 크게 보여준 변화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누리가 뭔가를 직접 집어먹기 시작했다. 누리는 이전에도 빵조각을 주면 손에 쥐고 있기는 했지만, 그걸 먹을 줄 몰랐다. 사과도 마찬..

[+519days] 서서 밥을 먹는 일

누리의 낮잠시간을 고려해 식재료 배달을 3-4시에 시켰다. 그런데 한 시간 빨리, 막 누리가 잠들었는데 배달하는 이가 전화가 왔다. 지금 근처인데 한 시간 빨리 배달을 해도 되겠냐고. 된다고 해야지, 어째. 밖이라고 거짓말을 해서 덜 미안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지만, 엇비슷한 지역에서 시간 내 몇 개의 배달을 해야하는 노동자에겐 내가 거짓말을 하고 안하고에 따라서 휴식 시간을 좀 더 길게 가질지도 모르고, 퇴근을 좀 더 일찍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누리를 눕혀놓고 막 점심을 먹으려던 터라 인터폰의 볼륨을 묵음으로 바꾸고 그 앞에 서서 밥을 먹었다. 문을 열어줘야 건물로 들어오니까. 밥을 다 먹어갈 즈음 복도에서 저벅저벅 들들들 무거운 발걸음과 짐바구니 끄는 소리가 들린다. 급하게 먹던 그릇을 내려놓고 ..

[+510days] 뱀파이어 누리

한국에서 돌아온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 오전 5시에 일어난 누리. 시차적응이 이번에는 쉽겠다며 지비와 좋아했는데, 오늘은 새벽 2시에 일어났다. 30분 동안 지비가 재우려고 애를 썼으니 울어대는 통에 지비라도 자라고 누리를 데리고 거실로 나왔다. 격하게 놀다가 조금 전에 잠든 누리. 해뜨고 잠들었다하기는 그렇다. 언제나 그렇듯 런던의 겨울은 흐리멍텅 회색이니까. 내일은 3시, 그 다음날은 4시, 그그 다음날은 5시, 그그그 다음날은 6시, 그그그그 다음날은 7시 - 이렇게 5일만 더하면 시차적응 될까? 나도 따라 자야겠다. 누리도, 나도 당분간은 뱀파이어..

[+505days] 폴란드 사람들 in Busan

지난 월요일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지비가 부산에 오면 만나고 싶었던 한 폴란드인을 만났다. 만난적도 없고, 그저 인터넷으로 알게 됐고, 페이스북으로 간간히 메시지만 주고 받은 사람이었다. 태권도 사범인 폴란드인 R.(사실 이름이 기억 안난다. 단지 발음이 어려웠다는 것만. 쩝.) R은 교류 프로그램 인턴자격으로 한국에 처음왔다, 물론 태권도 사범으로. 일년이 지나고 협회에서 자리를 얻게 되어 다시 한국에 돌아와 3년을 지냈고, 올 3월부터 부산의 대학에서 공부를 한다고 한다. 나는 처음 대학에서 태권도를 가르친다고 이해했는데,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R이 공부를 한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이한 이력이라 한 번 만나보자 했는데, 생각보다 밝은 사람이라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사실 그의 이력을..

[+503days] 누리 설날

오랫동안 블로그가 조용하여 영국으로 돌아갔냐는 조심스런 물음도 있었는데, 아직 한국이랍니다. 다만, 누리가 컴퓨터만 보면 돌진하는 관계로 컴퓨터를 멀리 했을뿐이고, 그 보다 앞서 집에 있을 시간이 잘 없었습니다.1월 중순이 지나 지비가 왔고, 그 뒤 바로 일본에 한 일주일 다녀왔고, 다시 설연휴라 더 뜸했지요. 누리는 설날 용돈 마련을 위해 돌한복을 영국에서 챙겨온바 열심히 열심히. 사실 무릎도 굽히지 않았던 누리. 그래도 돈 받고 좋다고 중얼중얼. 그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알기나 하는지. 웬지 설날 용돈은 누리에게로, 조카에게로, 부모님에게로 같은 돈이 봉투만 바꿔 돌고 도는 느낌. 이것이 가계내수경제? 설연휴가 끝나고 가족들은 일상으로 돌아갔고, 저희도 이제 슬슬 영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