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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4] 피로 사회

서울행 아침 10시 기차를 도저히 못탈 것 같아 11시로 바꾸었는데 버스+지하철에서 눈썹을 휘날려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 왜 이렇게 밖에 안될까 발을 동동 굴렀더니 역에 기차 출발 40분 전에 도착하는 이변이 생겼다. 덕분에 세월호 시민분향소에 꽃 한 송이 놓을 수 있었다. + 부산지하철 1호선 종점에서 한참 가 부산역에 닿았다. 다행히 종점에서 타서 누리는 임신부/유아동반 스티커가 붙은 자리에, 나는 그 옆에 앉아 갈 수 있었다. 앉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 했다. 출입구 바로 옆 자리였는데 지하철에 오르는 모든 사람이 누리가 앉은 자리가 비었다고 생각하는지 시선을 옮겼다가 실망한 눈빛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봐야했다. 남녀노소가 없었다. 누리와 나란히 앉으면서 노약자가 오면 ..

길을 떠나다. 2017.04.13

[day13] 아들의 귀환

누리가 어릴 때 한국에서도, 영국에서도 아이가 아들이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때는 '어딜봐서!'하며 혼자 화륵화륵 했는데 지금와서 지난 사진을 보면 내가 봐도 아들 같아 보인다. 눈에 콩깍지가 씌였었나 보다. + 내일은 먼 길을 떠나는지라 조신하게 보냈다. 나는 당분간 받지 못할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챙겼다. 누리는 미뤄둔 여권사진을 찍었다. 영국에 돌아가 영국여권을 갱신하기 위한 사진이다. 영국에서는 보정 같은 과정 없이 여권사진 규정에 맞춰 찍어만 준다. 5년 동안 쓸 여권사진을 이쁘게 찍고 싶어 한국에서 찍고 싶었다. 하나 밖에 없는 동네 사진관에 가서 여권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머리를 묶어달라고. 두 가닥으로 묶을까 고민하다 한 가닥으로 묶었다. 그런데 아저씨가 애써 앞으로 쓸어내렸던 곱슬 ..

길을 떠나다. 2017.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