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 5

[+1652days] 놀이터 생활

아직도 옷은 겨울옷을 입어야 할만큼 쌀쌀한데 햇살도 달라졌고, 낮의 길이도 달라졌다. 본격적으로 놀이터 생활이 시작되는 시기. 누리는 어린이집을 마치고도 공원에서 친구들과 놀고 싶어하고,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꼭 놀이터에 가고 싶어한다. 이런저런 핑계로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가능한 집에 빨리 들어오고 싶고. 집에 들어오는 길은, 놀이터에 갔다가도, 두 번에 한 번은 누리의 눈물바람. 놀이터에 못간 날은 못가서 울고, 놀이터에 간 날은 더 놀고 싶어 울고, 원하는 만큼 논 날은 피곤해서 울고. 놀이터에 가는 길은 표정부터가 다르다. 밤에 잠들기 위해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쓰는 순간의 내 표정과 같을까. 바람이 많이 불어 놀이터에서 놀기 어려운 날은 놀이터 옆 공원에서 연을 날렸다. 어찌나 바람이..

[+1648days] 오글오글 댄스타임

한국 갈 날만 손꼽고 있는 누리가 요즘 가장 즐겨하는 것은 댄스. 믿기 않지만 사실이다. 지비나 나나 댄스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아이들이라면 막춤(?)일꺼라 생각하지만 나름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 서커스일 때도 있고, 볼륨댄스일 때도 있고, 요가일 때도 발레일 때도 있다. 일년 여 하고 있는 드라마 댄스라는 수업과 이번 학기에 시작한 발레가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누리는 즐기는데 보는 우리가 오글오글 - 부끄럽다. 하지만 겉으로는 부모된 도리로 "잘한다 잘한다"해야지 어쩌겠는가. + 그 와중에 생일을 맞으신 지비님. 생일보다 중요한 건 케이크. 형편상(ㅠㅠ ) 각자가 좋아할만한 조각 케이크 3조각으로 준비했다. 선물은 지비님이 평소에 잡수시는 물에 타먹는 비타민과 꽃(?). + 3월..

[20170313] 밥상일기

오랜만에 밥상일기. 지난 한 주 집에 손님이 오셔서 집밥을 열심히 먹었다. 주로 밥. 동시에 이러저러한 인근 맛집(?)을 찾아가 먹기도 하고. 그런데 그 먹거리들이 참 '국제적'이었다. 사실 런던이 그렇기도 하다. 영국의 음식들은 그저그렇지만 다양한 세계의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곳. 밥을 밖에서 먹는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먹게되면 주로 한국식당, 일본식당. 멀지 않은 곳에 대중적인 일본식당(하지만 주인은 중국계 아시안일 것 같은 느낌)이 있어 자주 갔는데 다른 곳을 개척해보고 싶어 일본인 지인들의 의견을 물어 찾아간 일본식당. 멀지 않은 곳에 일본커뮤니티가 있어(일본학교가 있다) 그 인근에 일본식품점, 식당들이 있긴한데 시도해보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누리랑 밖에서 밥을 먹게 되는데 지인들의 의견을..

[+1629days] 초코치노의 위력

커피머신을 살까말까 한 2년 동안 블랙프라이데이마다 망설였다. 우리끼리 주말마다 나가서 마시는 커피, 한 달만 안가면 된다는 계산은 뻔한데 선뜻 사지지 않았다. 집이 비좁다는 게 가장 분명한 이유기도 했고, 막 내린 커피라도 직접 만든 드립커피가 아직은 마실만 했다. 그렇게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도 잘 넘겼는데 며칠 전 아침에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다 결심해버렸다 - 커피머신을 사자. 네스프레소냐 네스카페냐 하루쯤 고민하다 포드(한국서는 캡슐이라고 부르늗데 여기선 포드pod라고 부른다)를 동네 마트에서도 살 수 있는 네스카페로 결정하고 이베이에 unwanted gift item으로 올라온 새상품을 시중가격보다 10파운드 싸게 샀다. 금요일 저녁에 받아 당장 커피를 마실 수가 없었다. 커피머신을 쓰다듬고 다음..

[+1627days] 더 묻기 없기 꽁꽁꽁!

폴란드에 다녀온 뒤 하고 싶은 이야기,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는데 여유가 없었다. 누리가 일상으로 돌아가도 밀린 일들을 헤치우고 기력을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다. 원래도 저질체력인데 환절기엔 그나마도 기능성이 50%로 줄어든다, 알레르기 때문에. 누리를 어린이집에 밀어넣어놓고 집에 돌아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건져 올린 글 하나가 생각을 끄집어 올린다. '아빠'가 되기 힘든 한국남자들 http://storyfunding.daum.net/episode/19024 한국에서, 아니 이곳에서도 육아와 관련된 글을 늘 어느 부모 한 쪽의 희생이나 피해로 기우는 것 같아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이 글에 많은 공감을 하기는 했지만 따지고 보면 '엄마'가 되기도 힘든 육아현실 아닌가. 한국 가기 전에 한 번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