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 11

[day24] 엄마들의 시간

한국에 도착하고 허리가 탈이 나서 병원에 다닌다고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썼더니 여기저기서 "나도!", "나도!". 한 때 따로 또 같이 공부하고 일하던 이들이었다. 지금은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육아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게 된. 이들과 '육아인부흥회'라도 열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날을 잡았다. 표면적인 타이틀은 '해운대에서 아이들이랑 모래나 파자'였지만 결과적으로 '아빠들에겐 아이들을, 엄마들에겐 커피를'이 됐다. 5집 7명의 유아동들. 다 같이 한 시간 모래 파고, 한 시간 커피마실 계획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엄마들만 시원한 까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물론 아빠들은 아이들과 더더더더 행복한 시간을 가졌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누리와 자신을 두고 한 시간 반이나 커피를 마셨다고 징징. 누리가 아닌 지비가..

길을 떠나다. 2017.04.24

[day21] 천원의 행복

가족상봉 후 뜸한 여행일기. 궁금할 사람은 없겠지만 기억을 위한 기록 삼아. 용인에서 가족상봉 한 후 경기도 이천으로 이동해서 큰집과 언니네를 방문한 후 서울로 가서 대학 선배들과 친구를 만나고 또 다른 친구를 만나러 파주에 갔다 어제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빨랫감을 잔뜩 들고. 도착한대로 어제, 오늘 (물론 세탁기가)빨래하고 일주일 동안 가지 못한 병원에 들러 물리치료를 받고 내일 여정을 위해 차를 빌리러 외출했다 돌아왔다. 사실 빨리빨리 움직여 환전도하고 사야할 물건도 몇 가지 있었지만 역시 누리를 데리고 빨리빨리는 어렵다. 그 와중에도 차를 빌리러 간 것만큼이나 중요했던 일정 - 던X도너츠에 가서 만원치 먹고 트롤 인형사기. 해피포인트 앱이 있어 2천원짜리 인형을 천원에 샀다. 하지만 도너츠를 비..

길을 떠나다. 2017.04.21

[day15] 가족상봉

애초 계획은 지비를 맞으러 서울오면서 에버랜드에 팬더를 보러가고 싶었다. 마침 친구네 딸이 누리 또래라 자연농원 시절에 가본 에버랜드에서 팬더 보고 도시락을 먹기로 했으나 미세먼지와 (비용대비)효용을 따져 경기도 어린이박물관으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경기도 어린이박물관 주차장에 내려 박물관 건물까지 대략 200미터. 조금 걸었는데 미세먼지를 실감했다. 심리적 효과일 수도 있지만, 지비도 나도 서울 시내를 걷고나면 목이 아프다. 누리가 딱 즐기기 좋은 놀이, 볼 거리가 많아서 좋은 시간이었다. 경기도민이 아니라서 낸 입장료 8천원이 아깝지 않았다. 다만, 소아할인이 안되는 것은 - 농담이고 정말 미세먼지 많고 바람 많은 날 좋은 선택이었다. 다만2, 식당은 별로 - 였지만 누리가 먹을 수 있는 우동이 있었으..

길을 떠나다. 2017.04.15

[day14] 피로 사회

서울행 아침 10시 기차를 도저히 못탈 것 같아 11시로 바꾸었는데 버스+지하철에서 눈썹을 휘날려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 왜 이렇게 밖에 안될까 발을 동동 굴렀더니 역에 기차 출발 40분 전에 도착하는 이변이 생겼다. 덕분에 세월호 시민분향소에 꽃 한 송이 놓을 수 있었다. + 부산지하철 1호선 종점에서 한참 가 부산역에 닿았다. 다행히 종점에서 타서 누리는 임신부/유아동반 스티커가 붙은 자리에, 나는 그 옆에 앉아 갈 수 있었다. 앉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 했다. 출입구 바로 옆 자리였는데 지하철에 오르는 모든 사람이 누리가 앉은 자리가 비었다고 생각하는지 시선을 옮겼다가 실망한 눈빛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봐야했다. 남녀노소가 없었다. 누리와 나란히 앉으면서 노약자가 오면 ..

길을 떠나다. 2017.04.13

[day13] 아들의 귀환

누리가 어릴 때 한국에서도, 영국에서도 아이가 아들이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때는 '어딜봐서!'하며 혼자 화륵화륵 했는데 지금와서 지난 사진을 보면 내가 봐도 아들 같아 보인다. 눈에 콩깍지가 씌였었나 보다. + 내일은 먼 길을 떠나는지라 조신하게 보냈다. 나는 당분간 받지 못할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챙겼다. 누리는 미뤄둔 여권사진을 찍었다. 영국에 돌아가 영국여권을 갱신하기 위한 사진이다. 영국에서는 보정 같은 과정 없이 여권사진 규정에 맞춰 찍어만 준다. 5년 동안 쓸 여권사진을 이쁘게 찍고 싶어 한국에서 찍고 싶었다. 하나 밖에 없는 동네 사진관에 가서 여권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머리를 묶어달라고. 두 가닥으로 묶을까 고민하다 한 가닥으로 묶었다. 그런데 아저씨가 애써 앞으로 쓸어내렸던 곱슬 ..

길을 떠나다. 2017.04.13

[day12] 영국이 여기저기

어제 집에서 하루를 보낸 누리는 정해진 하루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한탓에 밤 10시가 다되어 잠들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오늘은 코코몽키즈랜드로 고고. 누리에게 할머니집이란 코코몽키즈랜드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과 동의어다. 런던을 떠나며 코코몽키즈랜드와 자전거를 타러 간다며 신나했다. (글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자전거는 벌써 여러 번 타러 갔는데 코코몽키즈랜드는 아직이었다. 코코몽키즈랜드 - 부산대NC 평일 코코몽키즈랜드는, 거기다 오전은, 정말 한산했다. 누리 포함 아이가 5~6명. 코코몽 공연이 없어 누리가 아쉬워했지만(그런게 있다, 시끄러운 코코몽 테마노래로 아이들 정신을 쏙 빼놓는) 원하는대로 다 할 수 있어 좋았다. 정신없이 흩어져 있던 장난감 자동차를 일렬로 정렬한 뒤 마음껏 레이싱을 하..

길을 떠나다. 2017.04.12

[day11] 긴 휴가의 장단점

휴가가 6주쯤 되니 특별한 일 없이 빈둥빈둥 보내는 일도 있다. 긴 휴가의 단점이기도 하고, 장점이기도 하다. 3박 4일, 5박 6일 그렇게 정해진 휴가라면 상상하지 못할 일이겠지만. 나는 병원 두 곳을 다녀오기는 했지만 누리에겐 특별한 일이 없었던 하루였다. 내가 병원 간 사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집청소도 하고, 저는 돕는다지만 도움은 그닥 되지 않는,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 할아버지의 여가생활에 참견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여가생활, 그리고 보자기 하나 뒤집어쓰고 빨간 모자/두건/망토 아이도 되었다가 하늘을 나르는 히어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보자기가 초록색이네. + 이렇게 금쪽 같은 휴가 하루가 흘러갔다. 정말 금쪽 같이 보낸 하루.

길을 떠나다. 2017.04.11

[day05] 뽑기

런던에서 주로 장을 보는 마트에도 계산대 근처에 동전을 넣고 돌리면 장난감이 담긴 플라스틱 공이 굴러나오는 - 일명 '뽑기'가 있었다. 이 게임기(?)의 정식 명칭은 뭘까? 누리는 늘 궁금해했지만 한 번도 해주지 않았다. 언니, 오빠들이 하는 거라고 말해줬더니 누리도 언니가 되면 하겠다고 했다. 구경하는 일은 있어도 동전을 달라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에 와서 그 뽑기 기계들로만 가득 채워진 가게를 발견하고 걸어들어갔다. 누리 말고, 내 발로. 여러번 맞춰도 계속 맞지 않는 전자손목시계를 누리는 꺼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누리의 애장 아이템이 됐다. 3000원 이상의 기쁨을 주었으니 그걸로 족하다. 또 하자 그러면 어쩌지? + 그리고 친구들도 만나고, 먹거리 리스트에 줄을 좍좍 긋고, (거의 매..

길을 떠나다. 2017.04.10

[day04] 돌봄노동도 돌봄이 필요하다

한국 오기 전 먹거리 리스트를 만들었다. 아주 중요한 리스트라기보다 그냥 가보고 싶고, 먹어보고 싶은 걸 저장해두었다. 그 리스트에 줄을 좍좍 긋기 위해 매일 같이 나가도 부족한데 오늘은 그 모든 일을 접어두고 병원을 가야했다. day04 다리가 아파 잠을 자지 못했다고 앞 일기에 썼는데 아주머니들에 둘러싸여 일하는 언니의 의견으로는 허리가 원인일 수 있었다. 아이 키우다 허리 디스크가 많이 온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월요일을 기다리는 동안 폭풍검색을 해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한국으로 오는 동안 거의 만석의 비행기에서 운 없이 다른 승객과 나라히 앉아와야 했다. 운이 없다고 썼지만 표를 두 장만 샀으니 어쩔 수 없고 당연한 일이다. 지비의 배웅, 언니의 마중을 희망하면 주말에 출발하고 도착하는 것이 ..

길을 떠나다. 2017.04.04

[day02-03] everyday holiday

휴가와서 우리가 하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무척 하찮을지도 모르겠다. 놀이터에 나가 놀고,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려타고, 빵집에 가서 빵을 사먹고. 사람들이 매일매일 하는 일들이고, 우리 역시 런던에서 매일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하던 것이다. 다만 지금은 한국에서 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상을 보내는 것이 우리에겐, 누리에겐 아주 특별한 휴가다. day 02 누리랑 둘이서 영화를 보러 갔다. 아기돼지 삼형제와 매직램프. 누리에겐 인생의 첫(만화)영화다. 한 시간 정도의 공연을 본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영화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어둠을 부담스러워할까봐, 카툰을 보러가자고 집을 나섰다. 시차적응이 안되서 집을 나설 때도, 돌아올 때도 무척 힘들었지만 영화 자체는 ..

길을 떠나다. 2017.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