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 7

[+1374days] Big decision day

오늘 영국에선 EU 탈퇴와 잔류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있었다. 밤 10시 막 투표를 종료했고 개표가 시작됐다. 영국의 EU 탈퇴와 잔류만큼 중요한 결정은 아니지만, 오늘 누리에게도 큰 결정과 변화의 하루다. 오늘 처음으로 자기 방이라고 정해진 곳에서 혼자 잠들었다. + 어제 문득 누리가 자기는 이제 'big girl'이니까 혼자 자겠다고 했다. 누리의 방이라고 정해진 곳에는 일년도 전부터 누리의 침대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누리도 우리도 감히 그곳에서 자게 될 날이 언제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래저래 잡동사니, 주로 빨래 건조대와 빨래들이 쌓였다 치워졌다를 반복하며 일년이 흘러갔다. 일년도 더 된 것도 같고. 한국에 다녀와서 이 방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을 가기 전부터 정리를 시작했고, 한국..

[day12] 알쏭달쏭 의료보험

우리가 한국에 도착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누리 이름 앞으로 의료보험 청구서가 날아왔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의료보험 공단에 전화를 해봤다. 출입국 기록이 의료보험공단에 자동으로 공지되어 우리가 한국에 체류하면 자동으로 의료보험이 청구되는 것인데, 이번에 청구된 것은 지난해 가을에 입국했을 때 의료보험료였다. 우리는 의료보험이 일시정지된 상태기 때문에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일시정지를 해지하고 의료보험료를 내야한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출입국 기록이 의료보험공단과 공유되어 우리가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은 의료보험료가 청구된다고 한다. 의료보험이 일시정지 상태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도 한국에 있는 기간만큼 무조건 의료보험료가 청구된다고 한다. 의료혜택을 받으나 마나 의료..

[+1372days] 런던의 한국(주말)학교

올 9월이면 누리가 만 4세. 주변의 비슷한 또래들이 이제 '학교'라는 교육과정에 들어가거나, 누리처럼 내년에 들어가게 된다. 참고로 영국의 새 학년은 9월에 시작하는데 그 전에 만 4세가 되어야 유치원(reception)-학교 과정에 들어간다. 누리는 9월이 지나 만 4세가 되기 때문에 한 해 더 어린이집(nursery)에 머무르고 내년에 학교 과정에 포함된 유치원에 가게 된다. 주변에서 누리가 유치원 가는지, 학교 언제 가는지 참 많이 물어보는데 사정이 이러하다. 다음 기회에 좀 더 잘 설명된 링크와 함께 소개하기로 하고. 공교육 과정에 관한 고민과 함께 한국(주말)학교 고민도 시작됐다. 예전에 찾아보니 3세반이 있길래 올 가을부터 보내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한국학교는 3월에 시작한다...

[+1367days] 측은지심

누리는 열심히 일상적응 중인데, 별로 순조롭지는 않다. 월요일. 시간을 다 채우리라 기대하지 않고 환기 차원에서 어린이집을 갔다. 집을 나설때만 해도 즐거운 마음이었는데 도착해서 잠 온다고 울고불고. 여기 오후 1시면 불과 며칠 전 한국에서 오후 9시. 꿈나라로 갔을 시간이긴 했다. 반갑다고 달려드는 친구도 싫다, 선생도 싫다. 십여 분만에 우는 누리를 안고 돌아나왔다. 잠 온다고 울더니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들어간 공원 까페에서는 초롱초롱해져 한 시간을 보내고 비가 그친 뒤 집으로 돌아왔다.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려던 내 욕심이 지나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차적응 만큼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어려울거란 예감. 화요일. 누리가 좋아하는 체육수업을 갔다. 전날 어린이집처럼 집을 나설때는 가고..

[day24] day after day

한국행은 day23에서 끝났지만 딱히 뭐라고 마무리를 지어야할지 떠오르지 않아 day24. 어제 음식만 먹으면 설사를 하는 누리를 데리고 대략 11시간 비행기(인천-런던 구간만)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왔다. 비행기가 40여 분 연착했으니 거의 12시간. 설사하는 누리가 걱정스러워 상하 여벌 옷 3벌에 바지만 3개 더 추가하여 기내에 들고갈 짐을 쌌다. 가방은 무거웠지만 걱정하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시차적응 때문에 새벽 3시에 일어난 누리와 함께 간식도 먹고 , 한국에서처럼 EBS U채널도 보면서 틈틈히 검색을 해본 결과 누리의 설사는 감기/중이염으로 처방받은 항생제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병을 나으려고 먹는 약으로 또 다른 병을 얻다니. 항생제 때문에 얻은 설사지만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유산균 ..

[day20] 한국병원방문기

화요일 저녁 잠시 외출하면서 누리를 부모님께 맡겨두고 나갔다. 집을 나선지 3시간만에 누리가 좋아하는 로보콩을 안고 귀가하였다. 두 시간은 잘 놀다가 한 시간은 발코니에서 문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는 누리. 누리가 그날 밤새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 일어나서 한참을 울기도 했다. 그러다 이른 아침인 6시쯤 일어나 구토하고 만 누리. 특별히 열은 없어보여 물을 많이 주고 밥도 조금씩 주었다. 오후에 낮짐으로 빠져든 누리 - 아프다는 증거. 그때부터 몸에 열이 있는듯해서 영국에서 가져온 해열제/진통제를 먹이고 지켜보기로 했다. 하루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병원에 가보란 부모님의 의견에 한 걸음도 걷기 싫어하는 누리를 안고 나섰다.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났다. 목 안이 많이 붓고 귀 안에도 염증이 조금 있어 항생..

[day19] 흥 칫 뿡!

예전에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위해 버스운전사였다 글을 쓰시는 분을 모신적이 있다. 그 분 책과 글을 읽으면서 짐작만했던 고단한 버스운전사분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빠듯한 쉬는 시간이 교통정체로 기점으로 늦게 들어오면 잘려나가는 식이었다(요즘은 그렇지 않겠지). 들을 땐 재미있지만 다시 한 번 새겨보면 슬픈 일화 중 그런 내용이 있었다. 한국의 버스운전사들은 운전도 잘하고, 시간도 잘 지키고, 밥도 빨리 먹고, 화장실도 잘 참을 수 있어야하는데 눈도 좋아야 한다는. 버스 정류장에 선 승객이 자신이 운전할 버스를 탈 것인지 말 것인지 멀리서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버스가 다가올 때 미동도 없던 승객이 버스가 지나가면 불만신고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초능력/ 예지력 /독심술로 승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