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 6

[+1410days] 한국인 엄마의 레시피

비오는 오늘도 별다른 스케줄이 없는 누리는 트램폴린 파크에서 뽀잉뽀잉뽀잉. 트램폴린, 지겨울법도 한데 절대로 지겨워하지 않을 것도 같다. 휴대전화로 찍으니 제대로 된 사진은 없지만 어쩌고 노는지 궁금하다면 - https://youtu.be/q0sCnGMxaQY IKEA 입성 꼭 누리가 크면, 그보다 내 운전실력이 향상되면 가보고 싶었던 곳 IKEA. 멀지는 않은데, 차로 15~20분, 가려면 일년 내내 하루 종일 차가 막히는 거대한 로터리를 지나가야 한다. 후덜덜. 그래서 혼자서는 못가고 늘 지비에게 사정사정(?)을 해야했다. 사람 많다고 싫어하는 지비. 트램폴린 파크를 나서면 11시. 점심을 먹으러 가기에 참 어중간한 시간이다. 식당은 문을 열지 않았을 시간이고, 까페에서 먹는 샌드위치가 빵 좋아하는 ..

[+1409days] 색칠공부 혹은 그냥 색칠

여기서 컬러링 coloring이라고 불리는 것을 내가 어릴 땐 '색칠공부'라고 불렀다. 찾아보니 지금도 그렇다. 누리가 색칠 비슷한 것을(?) 시작하고서 처음 든 생각은 우리는 왜 색칠을 공부라고 했을까였다. 놀이도 아니고. 공부인지는 모르겠지만 훈련임은 확실하다. 사람들은 누리가 나이에 맞지 않게 색칠을 정교하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누리만 볼때는 몰랐는데, 누리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 다른 아이들을 보고 또 주변을 돌아보니 그렇다. 그런데 그것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가을 하이스트릿 헌책방에서 2파운드 정도 주고 두툼한 색칠책을 구입했다. 누리가 좋아하는 코코몽이나 뽀로로와 친구들을 출력해서 색칠하라고 주곤 했는데 낱장으로 돌아다니며 구겨지기 일수라 그냥 책으로 샀다. 반 년도 더 ..

[etc.] 커피를 찾는 남자들

누리가 생애 첫 방학을 맞았다. 방학의 전과 후 좀 정신없는 시간들이 흘렀다. 방학에 들어가면 짧으나마 가질 수 있었던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가량의 자유시간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고. 허둥지둥하다 시간을 다 보내버렸다. 집은 아직 정리를 마치지 못한채로 상당수의 짐들이 좁은 바닥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다 덜컥 누리가 방학을 맞았고 이를 기념이라도 하듯 날씨가 무척 더웠다. 35도, 체감 온도는 그 이상 정점을 찍었던 지난 화요일이 방학 전 어린이집 마지막 날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9월 전에 만 4세가 되어 학교과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유치원(여기서는 reception이라고 한다)로 넘어가고 3~4명의 아이들은 학교부설의 어린이집으로 옮겨가고 7~..

[food] 멸치볶음

예전에 K선생님이 주신 마늘편을 넣은 멸치볶음이 너무 맛있어서 몇 번 해먹었다. 누리가 생기기 전에. 한국서 부모님께 받아온 멸치가 동이 나기도 했고, 임신을 하면서 딱딱한 음식을 기피하다보니 (잇몸이 부실하여) 더는 안해먹게 되었다. 이후로도 누리에게 건강한 반찬을 해줄겸 멸치볶음을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 한국슈퍼에서 살 수 있는 수산물, 대부분이 중국산이다,에 믿음이 가지 않고 판매하는 단위도 작긴해도 박스라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음식재료였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후배가 지어준 밥에 반찬으로 나온 멸치볶음이 맛있어서 조리법을 물어왔다. 재료를 따로 볶고, 양념은 끓인 후 따로 볶은 재료를 섞는게 비법. 전수 받은 비법(!)과 나물씨 책을 참고해서 만들었는데, 그도 한달 전..

[life] 육아와 가사의 딜레마

(참 뻔한 제목) 요즘 한국 가기 전부터 미뤄둔 집안일을 몰아 하고 있다. 별 일들은 아니고 누리 방을 만드는 일이 주된 일이다. 그러기 위해 그 방에서 짐을 빼 다른 곳에 넣어야 하고, 그 다른 곳의 짐은 또 다른 곳에 자리를 찾는 일이다. 그러다보면 짐이 한 번씩 자리만 옮길 뿐 모두들 자리를 차지하고 정리된 느낌은 없다. 틈틈이 그런 일을 하고 있으니 누리가 TV를 보는 시간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누리에게도 책을 옮기라, 장난감을 정리하라는 일거리 정도는 줄 수 있지만 일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 그 일을 내가 같이 해줘야 하는 판이라 TV앞에 방치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은 벨기에-프랑스 여행을 가기전 절반만 한 수건 삶기를 하는 동안 누리가 열심히 TV를 열심히 보았다. 보통 땐 이 시간에 ..

[day7] 여행의 발견

지난 토요일 새벽에 벨기에로 출발해 프랑스-노르망디 지역을 여행하고 이제 영국으로 돌아왔다. 우리 차로 페리를 타고 도버를 건너고 해안 따라 이동해 다시 페리를 타고 영국으로 돌아왔다. 오늘 아침 지비는 이번 여행에서 알게 된 것은 프랑스-노르망디 지역(날씨가 영국보다 더 꽝이다)이나 프랑스산 와인(우리는 맥주파라서 와인을 모른다)이 아니라 '누리'라고 이야기했다. 3주전 한국에서 돌아오고 지비는 계속해서 누리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더이상 유아가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동의는 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정말 누리가 '자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은 누리와 차로 이동하는 30분도 무척 길게, 때로는 힘들게 느껴졌다. 영국 내에서 여행을 할 때도 차로 1시간 반 이상 거리는 가지 않겠다고 선언..

카테고리 없음 201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