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 9

[day6] 일타쌍피의 날

외숙모님이 비슷한 때 미국에서 한국을 방문한 사촌동생네와 우리에게 밥을 해주고 싶으시다고 점심 초대를 하셨다. 사정상 사촌동생이 머물고 있는 이모네로 집결. 외국생활하고 있는 사촌과 나를 위해 닭볶음탕(닭도리탕), 아이들을 위해 햄버거 패티를 준비해주셨다. 고기를 먹지 않는 누리는 준비해간 토마토, 오이 그리고 김과 밥을 먹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사촌동생의 아이들은 나이가 많아 놀라웠지만 누리를 잘 데리고 놀았고, 영어 한 마디 하지 않는 누리는 언니 오빠들을 쫓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지인을 만나 커피까지 마셨으니 일타쌍피. +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누리는 피곤을 주체하지 못해 코알라처럼 내게 매달려 왔지만 또 하나의 반가운 만남이었다. 누리에게도 나에게도. 사촌동생..

[day5] 고사리미더덕찜

10여 개월의 영국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후배가 뭘 먹고 싶냐고 물었다. 김밥과 떡볶이라니 "소박한 양반"이라며 바로 학교 앞 분식집으로 호출해주었다. 멋진 사진들이 가득한 블로그들을 보며 군침을 삼키지만, 막상 먹고 싶은 건 평범한 것들이다. 매번 먹을 거리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떠나오는데 바빠서 그런 것들을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사실 누리가 생기고선 음식에 대한 미련이 없어졌다. 배는 고파도 먹고 싶은 것들이 없는 생활들. 오랜만에 들깨 가득 들어간 고사리미더덕찜을 먹었다. 미더덕을 먹어본 게 얼마만인지. 바다향 가득 참 맛있었다. 들깨, 고사리 이런 맛보단 미더덕이 더 비중있게 다가오는 걸 보면 나도 참 유치한 입맛. 밥 반공기에 찜만 두 공기를 먹었다. 내일 아침에도 먹어야지!

[day3] 디어 마이 프렌즈

한국에 도착하고서 벌써 시간이 휘릭. 고교 동창 둘과 친구들의 남편, 그리고 아이들과 바닷가에 갔다. 장소을 정할 때부터 아이들의 엔터테인먼트가 주요 고려사항이었다. 바닷가 까페에 자리잡고 친구들의 남편들이 아이들을 양떼처럼 몰아 바닷가에 가고 우리는 시원한 까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나는 울면서 걸어들어올 누리를 예상하며 친구들과 바닷가의 아이들을 번갈아봤는데, 웬걸. 밥 먹으러 가자고 할 때까지 바닷물에 흠뻑 젖어 즐겁게 놀았다. 거기까지 아이들의 몫이 끝나고 뒷일을 해결하는 건 고등학생에서 부모(아이구 어색해라)가 된 우리 몫. 바닷가 근처 낡은 민박집에서 아이당 2천원씩 주고 물로 씻겨 유명하다는 가자미미역국을 먹으러 갔다. 늦은 점심을 먹고 멀리서 온 친구 가족과 헤어지기 좋은 고속도로 입구 ..

[life] 마미를 부탁해 누리야

여행가방을 들고 가면 누리는 도와준다며 즐겁게 나서지만 실제로 나는 가방을 앞으로 밀고 누리는 아래로 누른다. 사랑은 같은 방향을 보는 거라는 둥, 같이 가는 거라는 둥 달콤한 말들은 이런데 해당되지 않는다. 생활의 실제 단면은 그런 것. + 누리의 여행가방 사랑은 더 깊어져 이번엔 꼭 누리 가방을 마련하리라 마음 먹었다. 출발에 맞춰 도착한 여행가방. 이제 둘이 싸우지 않아도 되겠구나. 후아.. 의자쌓기 보드게임이 들어가지 않아 고민인 누리. 가방이 어찌나 작은지 스티커북, 색연필, 과자 두개, 토끼 한 마리 넣었더니 가득찼다. 오늘 아침 더 큰 가방을 발견하고 완전 신이났던 누리. 그런데 오후 공항으로 출발할 시간이 되어서는 집에서 자고 싶다고 울고 불고. 정말 나도 따라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누리..

[+1336days] 요즘 누리

누리는 달걀 흰자를 좋아한다. 가만히 나의 어린시절을 돌아보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가끔 달걀을 삶아 먹으면 누리도 달걀 하나 온전히, 하지만 흰자만 먹는다. 오늘은 무척 자극적인 음식이 당기는 날이었다. 김치도 처리할 겸 저녁을 김치 비빔국수로 준비했다. 발코니 화분에서 기른 열무잎도 데쳐 준비하고. 징징대는 누리를 달래가며 급하게 달걀 껍질을 까다 찔렸다. 별 것 아닌데 '앗'하고 아팠다. 늘 그렇다, 별 것 아닌 일이 은근히 아프고, 오래 남는다. 긴 여행을 가기 전에 누리의 절친 엄마에게 우리가 긴 여행을 간다고 말해줘야 할 것 같아서 어린이집 가기 전에 만나 놀이터에서 놀고, 점심을 함께 먹었다. 열심히 뛰어 논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뒤에 어린이집까지 갔더니 너무 지쳐 저녁 내내 징징. 사실..

[coolture] 빙 Bing

누리가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내용을 봐서도 Cbeebies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프로그램 셋 중 하나인 빙Bing. 나머지 둘은 처음으로 소개했던 Something Special이라는 프로그램과 Show me Show me라는 프로그램이다. Show me Show me는 한국에서 '하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중이다. 빙 검은 토끼 빙이 주인공이다. 플롭이라는 인형처럼 생긴 아빠(남자 성인 목소리)가 등장한다. 그 밖에도 절친 코끼리 술라, 술라 엄마(여자 성인 목소리) 엠마, 팬더 판도, 판도 엄마 패젯, 사촌 흰 토끼 코코, 코코 동생 찰리가 등장한다. 이야기는 집안에서, 가든에서, 놀이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에피소드들이 일상과 너무 닮아 놀라울 정도다. 영국 아이들의 일상은 집, 가든, 놀이..

[etc.] 주말일기

일주일 전 파리에서 있을 땐 초겨울 옷을 입고도 추워서 떨어야 했는데, 바로 며칠 뒤인 지난 주 런던은 정말 한여름 같았다. 한 여름에도 25도를 넘어가면 호들갑을 떠는 영국인데 일요일 런던은 27도를 찍었다. 토요일 이웃이 오래전부터 런던 외곽에 있는 한인타운에 가서 밥 한 번 먹자고 했다. 나는 "그래 그래"라고 답했지만, 워낙 그 집이 바쁜 사람들이라 현실로 일어나지 않을꺼라 생각했다. 우연히 만났을 때 곧 한국을 간다고 했더니 "한국 가기 전에 꼭 가자"고 연락을 해와 지난 주말 두 가족이 런던 외곽 뉴몰든 근처의 한국식당을 갔다. 갑자기 따듯해진 날씨에 나들이객들이 넘쳐나 교통 체증이 심할꺼라 생각하고 우리는 한 시간 전에 집을 나섰다. 보통 30~40분 거리. 역시 차들도 많았고, 여기저기 공..

[etc.] 프롬스 어린이 프로그램의 비밀

어제 어린이집을 마치고 친구들과 공원에서 1시간 더 뛰어 논 누리는 집으로 향하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징징.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피로가 다 가시지 않았는지 징징. 징징대는 누리를 어르고 달래서 아침먹이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나는 초조하게 컴퓨터를 켜놓은 방을 오갔다. 9시부터 시작되는 BBC Proms 유아 프로그램 예매를 위해 해당 사이트를 여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BBC proms 참고 http://todaks.com/210 ). 금새 매진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로그인하는데도 줄을 서야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내 앞에 500여 명.(ㅜㅜ ) 컴퓨터가 빠를 꺼라 생각했지만 혹시 하는 마음으로 모바일로 해당 페이지를 열어보니 같은 상황. 내가 지비에게 그랬다, ..

[day0] 파리 파리 파리

지난 월요일이 영국은 공휴일이었다. 긴 주말을 이용해서 파리에 다녀왔다. 이 여행은 그 이유가 변경되고, 변경된 경우였다. 누리와 같은 또래 아이를 두고 있는 Y님과 어느날, "파리 디즈니랜드 갈까?"에서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만 4세 이전에 가면 유로스타(런던-파리간 기차)도 무료고, 파리에 연고가 있는 친구가 자신의 거처에 머물 수 있게 해주겠다고. "좋다", "좋다"며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가던 중 지비가 자신도 디즈니랜드 안가봤다며, 가고 싶다며. 그래서 Y님을 배신하고(죄송죄송.. 굽신굽신..) 결과적으로 지비와 가게 되었다. 그 이전에 누리가 학교 들어가기 전에 미국 여행을 하려고 했다. 결혼 5주년이라는 좋은 핑계가 있었으나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아니다, 한 가지 돈이 문제였다. 런던에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