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3

[life] 영국의 시간

한국에서 늦으면 '코리안 타임'이라며 한국은 늘 그렇다는 식의 표현이 있다. 영국에서 살아보니 한국에서 약속에 5분 10분 늦는 건 아주 양호한 편. 11월 말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샴푸와 주방 세제를 샀다. 혹시 2년 전 글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때 50% 할인이라 샴푸 10리터를 샀다. 그때 구입한 샴푸를 곧 다 쓸 것 같아서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기다렸다. 30% 할인을 이용해 이번엔 샴푸 5리터, 주방세제 5리터를 구입했다. 주문한지 한달인데 아직도 오지 않고 있다. 며칠 뒤면 영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에 버금가는 박싱데이 세일을 할텐데 말이다. 한달 동안 배송이 늦어진다며 미안하다는 이메일 한번 온게 전부. 샴푸, 주방세제와 함께 산 리필 용기만 먼저 보냈다는 이메일이 왔다. 일주일에..

[life] 휴대전화 사태

앞서 올린 글은 '크리스마스 카드 사태', 지금 글은 '휴대전화 사태'라고 쓰려다 '무슨 사태까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접었다. 그런데 그건 내 입장이고, 아이에겐 '사태'고 '재난'이었을테다. 영국의 초등학교 아이들은 휴대전화가 없다. 있다고 한들 부모가 쓰던 휴대전화를 물려받아 집에서, wifi가 있는 곳에서 쓰는 정도지 심카드까지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잘 없다. 아이들이 혼자서 등교가 가능해지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일터로 돌아가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에 그 즈음 아이들이 휴대전화+심카드를 가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각자의 가정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없다. 그런 아이들이 휴대전화+심카드를 가지게 되는 때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서다. 중등학교에 진학하면 대부분 초등학교보다는 먼 거리로 통학을..

[life] 올해는 크리스마스 카드가 없다.

아이가 스티커라도 붙일 수 있던 3살쯤인가부터 크리스마스 카드는 아이와 함께 만들어왔다. 주로 아이가 그린 그림을 모티브로 대량 제작하는 방식. 그렇게 하지도 못한 해는 레코로 크리스마스 리스wreath를 만들어 사진으로 찍어 간단 제작하기도 했다. 작년엔 아이학교에서 그린 그림으로 카드를 만들어 우리가 주문하면 학교에 일정정도 기부되는 방식이 생겨 그렇게 만들었고, 올해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카드 가격은 비싸지만 아이가 그린 그림이라 받는 사람도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일정 수익이 학교로 돌아가니 그것도 의미가 있어서. 그래서 아이는 벌써 10월의 어느날 토요일, 일요일 꼬박 공들여 그림을 그려서 선생님에 제출했다. 무려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캐릭터들을 총출동시킨 그림이었다. 11월의 어느날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