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423days] 살아 있는 집

토닥s 2013. 11. 15. 21:04

사람들이 누리가 순하다, 수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심지어 지비의 형수는 그 집 딸이 누리 같기만 하면 둘째를 얼렁 낳겠다 한다.  그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그런지 누리가 순한 것도 '같고', 수월한 것도 '같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애 키우기 쉽지 않다.(- - )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도 나름의 애환이 있겠지만, 하루 종일 애랑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 직장에 나가는 일보다 어렵다는 건 그 어느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꼭 그 부분 아니고서도 육아와 직장 중에서 직장이 더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하니 직장을 버리지 않는 게 아닐까?




사진이 구리긴 하지만, 누리도 순진한 웃음 뒤에 숨기고 있는 것이 많다.  내가 웃는 사진만 올려서 그렇지, 나를 울게 하는 날도 많다는 사실.(-ㅜ )


그녀의 만행을 고발합니다.


누리가 뭔가를 잡고 설 수 있게 되면서 부터 생활에 애로사항이 늘어났다.  침대 옆 기저귀 등 아기 용품을 넣어둔 서랍장에 기어이 올라가려고 해서, 그걸 방에서 빼버렸다.  거실 한켠에 당장 두고 쓰지 않는 아기 용품들을 넣어두었는데, 기어다니기 시작하면서는 기어가서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빼기 시작.  걷게 되면서는 부실한 서랍들을 계단삼아 올라간 걸 보고 이 서랍을 거실에서도 빼버렸다.



누리가 매일 하는 일은 장남감 통의 장남감을 꺼내는 일, 책장의 책들을 꺼내는 일.  그게 누리의 놀이면서 일이다. 한국에서 비행기 타고 오다 알게 된 S님은 누리가 장난감이 없어서 책을 꺼내는 거라고 그랬다.  '정말 그런가?'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봤지만, 누리가 말을 하지 않으니 알 수는 없는 일.


하루에 20번쯤 쏟아진 장남감을 통에 주워답고, 하루에 10번쯤 꺼내놓은 책들을 책장에 꼽다보면 하루가 간다.  정신적으로 만만찮은 노동이긴 하지만 견딜 수는 있다.  그런데 누리가 책의 첫표지만 죽죽 찢거나 먹어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면서 다 읽지 못한 책들 열권 정도만 남겨두고 당장 보지 않는 책들을 모두 뽑아서 상자에 담아 우리가 쓰지 않는 방 침대 아래 넣어버렸다.  집이 플랏(아파트)라 수납공간이 많이 없어 방법이 없다.  방안에서 가구를 빼서 그 방에 넣어버리는 일, 누리가 쓰러뜨리기 좋은 물건들을 그 방에 넣어버리는 일이 처음은 아니라서 그 방은 점점 짐들로 비좁아지고 있고 나머지 공간은 금새 이사온 짐마냥 휑-하다.



그런 이유로 우리집은 크고 작은 가구 이동이 자주 있다.  마치 집이 계속 꿈틀 거리는듯하다.

아, 작은 방이 옮겨진 짐들로 가득차 버리기 전에 누리가 말 귀 알아듣는 날이 와야 할텐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