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82

[life] 만나고 싶은 사람

오늘 문득 든 생각. 1월 한국에 가기전 체력이나 정신력이나 다 바닥이 난 상태였다. 그래도 한국에 다니러 간다는 생각만으로 겨우 버텼다. 훨씬 활발해지고, 부쩍 잠이 줄어든 누리가 이유기도 했고, 겨울들면서 지비가 아이키도를 시작하면서 평일 이틀을 아침부터 밤까지 누리를 커버하는게 은근 큰 부담이었고, 그리고 막막한 나의 미래가 주요 원인이었다. 미안하게도 모든 것이 누리와 연관이 되어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그런 건 아닌데 그렇다. 한국가서는 별로 한 일 없이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싶었다. 쉬고 싶었으니까. 잘 쉬었다고 생각하고 영국으로 돌아왔는데 다시 바닥 상태. 시차적응이나 장거리 여행의 피로가 원인이겠거니 싶었는데, 그 두 가지가 다 극복이 되고도 남을 시점이 되어서도 여전히 ..

[etc.] 무서운 진통제 - 오른쪽 갈비뼈 뒷이야기

궁금해할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봐 오른쪽 갈비뼈 뒷이야기를 올리면 - 목요일, 금요일 도저히 통증이 줄어들지 않아 의사를 찾아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보건소 격인 GP에 예약전화를 했다. 이 GP가 최근에 완전 예약제로 바뀌었는데 가장 빠른 진료가 화요일 오전 9시. 투덜거리며 참기로 했는데, 금요일 밤 기침 한 번에 도저히 참기 힘든 통증으로 바뀌었다. 한 밤에 응급실 A&E로 가자니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는 아니어서 참기로 했다. 일단 날이 밝으면 알아보는 걸로. 그런데 꼼짝을 하기 힘들어 막말로 날밤을 깠다, 조금씩 졸면서. 아침먹고, 누리가 하루 종일 먹을 음식 만들어놓고 NHS 111 으로 전화를 했다. 응급할 땐 999인지만, 나는 아파도 생명의 사선을 넘나느들지는 않으니 11..

[etc.] 오른쪽 갈비뼈

아무래도 의사를 찾아가야겠다. 기침 2주 뒤 시작된 오른쪽 아래 갈비뼈 통증이 나아지지 않는다. 기침이 잦아든지 일주일인데. 가만히 있어도 지긋이 누르는듯 통증이 있고 몸을 뒤척이거나 갑작스레 기침이라도 할라치면 통증에 얼굴이 일그러진다. 오랜 기침 뒤 찾아올 수 있는 근육 경련/경직쯤이면 천천히라도 나아져야 하는건데. 내 통증따윈 알리 없는 딸님은 나에게로 돌진하고 안아달라 매달린다. 어서 의사를 찾아가서 수를 내야겠다. 별 일 아니겠지?

[etc.] 조금

혈액 검사를 하기 위해 보건소 격인 GP에 오전에 다녀왔다. 매년 말 갑상선을 체크하기 위해 혈액 검사를 하고 있는데, 올해를 끝으로 문제가 없다면 혈액 검사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한국에서 문제 삼는 수치와 영국에서 문제 삼는 수치가 달라서 영국에서 괜찮다 하는 정도도 한국에선 약을 먹는다고 하던데. 건강에 문제가 생겨도 여기서 검사받고 치료받아야 하니 이 시스템에 나를 맡겨볼란다. 혈액 검사 신청지는 한국가기 전에 받았는데, 마침 간호사가 휴가였고, 그 다음은 내가 한국을 가는 일정이라 한국을 다녀와서 하겠다고 했다. 딱히 누리를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혈액을 뽑는 건 잠시지만, 누리를 데리고 갔다. 혈액을 뽑기 위해 한 팔은 쿠션에 올리고, 나머지 한 팔로는 버둥거리는 누리를 안았다. 그 모습을 떠..

[etc.] 기침으로 인한 근육통에 케토X 붙여보신 분

한국에서부터 그리고 여기 돌아와서도 계속 기침을 했더니, 한 2주, 갈비뼈(가 있다고 추정되는) 부위가 아파서 기침 나는 것이 무서울 정도다. 기침의 수는 줄어들었으나 줄어든 기침이 주는 고통은 크다. 기침의 이유는 알레르기성 비염. 다 나아가는 기침을 이유로 보건소 격인 GP에 가기도 그렇고. 사실 지금의 고통은 기침이 주는 것도 아니니 더욱 그렇다. 이것도 나름 근육통인데 케토X을 붙여볼까?

[keyword] 택배 in Korea

한국서 물건을 살 때마다 참 좋은 건 배송이 빠르고 싸다는 거다. 물론 그 빠르고 싼 배송이 정당하게 혹은 넉넉하게 노동의 댓가를 지불받지 못하는 현실의 결과라는 점이 씁쓸하긴 하지만. 한국 가기 전에 페이스북에서 누군가가 올려놓은 글 - 택배는 지금도 십년 전도 2500원이라는 - 을 본 뒤라 더 그랬다. 그나마 그 2500원도 대량으로 물건을 보내는 업체에겐 할인해주고, 이것 떼이고 저것 떼이면 택배하시는 분의 손엔 얼마 남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자기가 차량을 구입해서 물량을 물류회사로부터 받는 지입차주 시스템 아닌가. 그래서 말이나마, 인사나마 친절해지자고 생각했다. 신용카드의 유효기간이 몇 개월 남긴 했지만, 그땐 한국에 있지 않고 일전에 전화로 은행카드를 갱신해보니 그 또한 쉽지 않..

[etc.] 발렌타인데이, 사랑의 대화 같은 건 없다.

발렌타인데이 전날 지비가 어쩔꺼냐고 물었다. 어쩌긴 어째, 집에서 밥 먹어야지. 지비는 외식이라도 할까 생각을 했나본데, 걸어서 15분만 가면 각종 레스토랑이 있는 하이스트릿이긴 해도 저녁에 애 데리고 나가서 밥 먹는 건 아직은 모험이다. 한국서도 리스트에 올려둔 식당에 가서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었던 터라 그런 걸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보통과 다름없이 보내겠다 했다. 그래도 나름 특식을 찾아 낮에 장을 보러 나갔는데, 사실은 누리의 우유를 사러 간김에, 딱히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며칠 전 우편함에 들어온 피자X에서 피자를 '처음으로(!)' 시켜보기로 했다. 영국에서 배달음식은 딱히 땡기지 않지만, 한국에서 먹었던 피자X과 미스X피자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food] 일본에서 왔어요.

이 간식들로 말하자면 현해탄을 건너,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다시 도버해협을 건너 상륙한 것들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일본보다 한국에 더 오래 있었는데, 왜 이걸 사왔을까 싶다. 하지만 여행중 대형 슈퍼에서 이 간식들을 보는 순간 "다 담아, 다 담아". 모리나가와 페코가 뭔지도 모르는 지비와 선반을 쓸어담다시피 했다. 모리나가는 8개쯤 샀는데, 더 있었다면 더 샀을꺼다.(- - );; 하지만 대부분은 선물용.(ㅜㅜ ) 우리는 우리 앞으로 엄선해서 구입한 간식을 요즘 야금야금 맛보는 중이다. 하지만 정말 우리 앞으로 산 건 몇 개 없다. 그 중에서 다음에 일본가면 또 사오고 싶은 애들 - 커피빈초코렛과 마차(말차)샌드. 대학교 앞에 있었던 도토루. 내가 참 사랑했던 가게다. 레귤러 커피 한 잔에 19..

[keyword] 아저씨 in Korea

이번 한국행에서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 몇 가지 키워드들이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아저씨'에 관해서. 외국인도 아는 한국의 '아줌마'. 사실 이건 미디어가 다소 불평등하게 부각시킨 단어다. 아줌마하면 지하철 문이 열릴 때 빈자리로 돌진하는 이미지인데, 한국에서 누리 안고 다녀보니 그건 남녀 불문이다. 아줌마들이 고단한 가사(그리고 육아)에 지쳐서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아저씨들을 피곤하게 하는 건 뭘까. 서울김포-부산김해 구간 비행기를 탈때 부산X어라는 저가항공을 탔다. X시아나 마일리지로 표를 예약했는데 X시아나가 아니라 부산X어로 예약을 해주었다(이것도 참 맘에 안든다). 월요일 저녁이어서 그런지 좌석에 여유가 있었다. 런던-인천구간을 만석의 비행기를 타고 온터라 옆자리가 비면 누리를 앉혀 가..

[etc.] 카드 분실 사고

정확하게 말하면 '크리스마스 카드 분실 사고'. 영국에 살면 카드를 주고 받을 일이 많다. 크리스마스는 물론이고, 생일, 이별, 이직, 쾌유 등등 아직도 이곳 사람들은 카드를 많이 보내고 받는다. 그래서 주로 카드를 파는 문구점도 하이스트릿엔 꼭 하나씩 있고, 규모 있는 마트에 가도 한 구석을 늘 차지하고 있다. 그런 문화 속에 살다보니 나도 카드를 보낼 일이 종종 보내게 됐다. 크리스마스 카드는 늘. 올해도 12월이 들자말자 카드를 보낼 사람들에게 썼다. 조금 서두른 이유는 한국에 보낼 카드를 모아 언니에게 보내면 언니가 한국에서 보내주기로 했다. 카드는 £10면 30장 넉넉히 사는데, 20장을 한국에 보내려면 £25 조금 더 주어야 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20여일 정도 남겨두고 한국으로, 언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