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 2

[+2211days] 김누리와 크로넛

지난 토요일 잠들기를 거부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던 누리. 지비와 둘이서 어떤 대화를 나누다 펑펑 울며 누리 방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내게로 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성(姓) family name을 바꾸고 싶단다. 학교에서 받은 노트들에 자기 이름과 성이 적혀 있는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자기는 김누리하고 싶다고. 그러라고 했다. 이제 사람들이 물어보면 '김누리', '누리 김'이라고 말해주라고. 사실 누리의 성을 제대로 발음하는 영국인은 없다. 폴란드 성이니. 집에서 발음 다르고 학교에서 발음 다르니 구두로라도 김누리 하는 게 별로 나쁘지 않다 싶었다. 더군다나 나는 여기저기 아이의 본명이 적혀 있는 게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학교에서 자기들 편의대로 보이는 곳에 커다랗게 아이..

[+2206days] 생일 뒷담화

요란하지 않은 누리의 생일을 보내며 몇 가지 이야기가 남았다. 누리의 생일에 같은 반 아이들과 나눠 먹을 생일턱 - 누리가 그린 파티 모자를 쓴 작은 귤을 보냈다. 누리는 아파서 등교 30분만에 하교했지만 그 사이 아이들이 불러준 생일노래가 누리에겐 소중한 기억이 됐다. 작년에는 누리가 생일날 아파 학교를 안가서 친구들이 불러주는 생일노래를 듣지 못했다. 올해는 생일노래와 함께 또 하나의 추억이 남았다. 준비해간 생일턱이 학교 레터에 실렸다. 건강한 생일턱 덕분이었다. 작년 초만해도 이 스쿨레터를 출력해서 금요일마다 나눠줬는데 요즘은 학교 홈페이지에만 올라간다. 리셉션(안내데스크)에 몇 부만 출력해서 올려두는데, 그 중 한 부를 나는 누리가 방과후 마치기를 기다리다 받았다. 누리가 그린 그림들을 보관해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