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410days] 외국물

토닥s 2013. 11. 2. 23:32

이틀 전 미국에서 누리와 비슷하게 낳은 딸을 키우고 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카카오톡으로.  지난 여름 한국에 다녀왔는데, 어땠냐고.  오랜만에 간 한국이라 당연히 정신이 없었을테고, 아기가 있어 더 그렇고.  대화중에 중국계 캐나다인인 남편이 이번에 한국에 많이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남편도 지비만큼이나 한국에 우호적인 사람인데.  아기가 있어보니 한국이 달라보였던 것.  그건 지비도 마찬가지다.


백화점 가도 살 것도 없고, 돈이 없으니까, 별로 좋아지도 않는데 아기 편의시설때문에 백화점만 다녔다닌 이야기도 똑같고.  대중교통 수단에선 양보받기 어려웠던 것도 똑같고.  그러면서 친구 말이 "아 내가 외국물 너무 오래 먹었나 싶더라"였다.  한국 아닌 곳에 살면서 이른바 '스탠다드'가 높아진 것이다. 


한국에 갔을 때 별다방가서 "디카프 아메리카노 주세요"했더니 직원 눈이 똥그래져.  나도 작은 눈 똥그랗게 뜨고 쳐다봤더니(o o );;, 옆에 있던 친구가 '외국물' 비슷한 말을 내게 했다.  "여보세요, 여기 한국이거든요"하면서.  정말 우린 외국물 오래 먹은 건가?


영국 살다 한국으로 귀국한 페이스북 친구가 종종 영국에는 있는 하지만 한국엔 아직 없는 유아 편의시설들을 언급하면, 사람들이 다들 '영국타령하면 너만 힘들어'투로 단념을 시킨다.  사실 그 분이 단념할 일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바뀌어야 하는 건데.  철따라 멀쩡한 도로만 덜파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뭐 외국물 먹어서 스탠다드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면 우리 나라 사람들, 특히 법만드는 사람들 외국물 좀 더 드셔야겠다.  비싼 외국술만 마시지 말고.  쬐끄만 나라가 위스키 소비량 세계 상위랭크다.


(처음으로 사진 없는 일기.  심심하지만 참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