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3년

[life] 긍정의 경지

토닥s 2013. 11. 15. 07:02

어제 하루는 지비도, 누리도, 나도 매우 힘든 하루였다.  나는 마음먹고 책장의 책들을 모두 치워버리기로 하였고, 집에서 근무하는 지비는 일 때문에 누리 때문에 쫓기고 있었다.  오후, 누리가 잠든 틈을 타 책장의 책 치우기에 가속도를 내고 있을 때 3번의 배달이 있었다.  그말은 3번의 초인종이 울렸다는 말.  결국 마지막 초인종에선 누리가 깨서 울었다.  30여 분이나 낮잠을 잤을까.  거기까지도 이미 enough였는데 이젠 누가 문을 두드리는거다.  문을 두드린 사람은 관리실 직원들.


얼마전 부터 우리집 아래층에 물이 샌다는, 천정에서, 말이 있었는데 관리실 직원들은 우리집 어딘가에서 누수가 있을꺼라고 생각했다.  직접 들어와서 확인을 했지만 딱히 흔적을 찾을 수 없어 돌아갔다.  아랫집 천정의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서, 욕실 변기 뒤 벽면을 열고(뭔가를 뜯어내야 한다는) 파이프를 확인해야 한다는거다.  대체로 그런 상황에 대비하여 파이프 부분을 확인하기 쉽도록 여닫이 판낼이 있는데, 어쩌자고 이 집을 지은 사람들은 변기 뒤 벽면에 넣은채로 위를 덮어버렸다.  이음새를 막은 실리콘을 잘라낸 뒤 윗면만 열어보면 되지만 타일이 깨질 수도 있고,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서 관리실 직원들도 선뜻 나서지를 못했다.  집 주변의 임대 주택들의 조사를 끝내고 우리집만 남겨두고 우리집의 범인이라는 확신이 들었을때 다시 찾아왔다.  우리는 임대 주택은 아니라서 끝까지 거부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는 것도 번거로와 욕실 변기 윗면을 뜯는 것을 동의했다.  사실 그 전부터 그러라고 했는데 관리실 직원들이 계속 미루었다가 다른 집 다 뜯어보고 마지막으로 우리집에 온 길이었다.  뜯어보니 우리집이 범인.(-ㅜ ) 

벽면 안에서 변기에 물을 공급하는 파이브에서 지속적으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 사실을 발견함과 동시에 관리실 직원들은 뭔가 안도했고, 우리는 사색이 됐다.  우리 잘못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으니.  우리가 사색이 된게 표가 났는지, 건물 보험에서 아랫집 피해는 다 커버가 되니 걱정 말란다.  하지만 우리는 임대가 아니기 때문에 누수는 우리가 사람을 불러 수리를 해야한다고.

그러면서 덧붙이길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고 단지 내 스무 건도 더 있었던 일이라 시공사의 잘못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단지를 지은 회사 차원에서 시공사에 보상을 물을 계획이 있으니 수리에 드는 영수증 잘보관해두란다.  당장 수리는 우리가 해야한다, 사람 불러서.(-ㅜ )


관리실 직원이 처음 아랫집에서 물이 샌다며 찾아왔을 때 우리가 욕실 변기 뒤를 뜯어본는 걸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해줬다, 처음부터 그쪽에서.  하지만 문제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면 지금은 아랫집에 물이 새지만, 언젠가는 우리집에도 이상이 있을꺼라며 설득아닌 설득을 해서 처음부터 우리는 그러라고, 뜯어보라고 한 것이다.  우리집이 문제였다는 걸 몇 주만에 찾아낸 직원들은 안도하며 돌아갔다.  지비도 문제가 우리집이었다는 걸 알게됐고, 더 심각해지기 전에 알게 됐으니 다행이란다.


긍정적인 마인드도 좋지만 정말 이 건을 '다행'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  관리실 직원이나 지비나 그들의 긍정적 마인드는 좋으나 나는 좀 이해하기 어렵다.  생돈이 날아가게 생겼으니, 잘못한 것도 없이.  오늘 만난 친구는 집이란 게 그렇다고 위로해주었지만 여러모로  속이 썩는 11월이다.  더군다나 오늘 외출에서 돌아오니 누리 코에서 콧물이 주륵.  아 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