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book] 엄마를 부탁해

토닥s 2010. 8. 2. 20:10
YES24 - [국내도서]엄마를 부탁해

이미지출처 : www.yes24.com

신경숙(2008). <엄마를 부탁해>.  창작과비평.

두 해 전에 친구 수진이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한 책이다.  평소에 내가 읽어본 책을 주변에 선물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사주었다.  그러고선 나도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했는데 잘 손이 가지 않았다.
첫번째 이유는 왠지 소설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무겁다.  '내가 한가롭게 소설이나'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책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아하지만, 소설읽는 나를 힐난했던 작은언니 때문에 소설은 늘 읽고 싶지만 멀리하게 되는 존재다.  그래도 늘 선망하는 존재라고 할까나.  두번째 이유는 신경숙의 책이 너무 재미없는 기억으로 남아서다.  내식으로 표현하자면 건조한 리얼리즘계의 책을 써내는 작가인데,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목이 마르다 못해 속이 탄다.  리얼리즘계열의 책을 좋아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이상하게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신파'다 뭐다 하는 수식어가 있지만, 사람 사는게 다 신파 아닌가.

책은 엄마를 잃어버리면서 글쓰는 딸, 엄마의 기둥인 큰아들, 일생으로 밖으로만 떠돈 남편, 엄마 본인, 그리고 다시 글쓰는 딸의 관점에서 엄마라는 존재를 기억속에서 꺼내고 잊고 있었던 그 존재감을 되새긴다.  엄마는 늘 그들에게 엄마 또는 아내였지만, 엄마 본인의 시점에 가서는 엄마, 아내인 동시에 여자이기도 했다는 그런 이야기다.

당연하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내 나름대로 나쁜짓하고 돌아다니는 건 아니라는 당당함이 있었지만, 그런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의 의무를 많이 져버리고 살았다.  그럼에도 보통사람의 삶을 재촉하지 않고 나를 신뢰해준 엄마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  이곳에 살면서 그런 고마움과 미안함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중인데 것도 참 쉽지가 않다.  뒤늦은 후회랄까.  다행히 너무 늦지 않았음에 감사할뿐.
자기가 철없다고 느낄 정도면 이 책 안읽어도 된다.  그런데 그런 인지조차 없는 사람들은 한 번쯤 읽는게 좋겠다.

이곳에 와서 '가족없이' 지내다보니 가족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말을 지비는 싫어한다.  내가 가족이 없다고 징징 거리면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나도 가족'이라고 그런다.  그렇기는 하지만서도.
여기서 읽을 책을 한보따리 주문할때마다 어떤 책을 엄마에게 보내줄까를 늘 생각하게 된다.  사실 엄마는 시간이 없기도하고, 나이도 있어 글 읽기가 쉽지 않다.  내가 열권을 읽어내는 동안 얇고 커다란 글씨의 책을 한 권이나 읽을까 말까하는 정도.  그래도 우리엄마는 <태백산맥> 열권 다 읽으셨다.  옆에서 종알거리는 내가 없으니 책이라도 읽어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늘 엄마에게 보낼 책을 고민하게 되는데, 마땅한 책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러고보니 보낸 강풀만화는 재미있게 읽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네)  이 책을 구입하면서는 내가 읽어보고, 엄마에게 보내야지하는 마음으로 샀는데, 결론은 이 책은 보내지 말아야겠다이다.

자잘한 이유로는 변하는 화자의 인칭이 엄마에겐 복잡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중요한 이유로는 엄마를 슬프게 만들 것 같아서다.  그 동안 잘못한 것도 많은데, 더는 엄마를 슬프게해선 안될 것 같다.  나이도 있으시고.
엄마에게 보낼 좋은 책 없을까?  우리 엄마를 부탁할 수 있는 그런 책.

2005년 어느 여름날, 바느질하는 우리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