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723days] 아빠 취향 저격

토닥s 2017. 6. 7. 18:31
가끔 보는 '취향 저격'이라는 표현.  취향에 딱 맞았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요즘 누리와 지비가 열심히인 레고카드.  그야말로 취향 저격이다.  어떻게 보면 지비가 더 열심히 하고 있다.

S마트에서 쇼핑을 하면 10파운드당 레고카드 1팩을 준다.  카드 1팩엔 4장의 카드가 있고, 카드의 종류는 140가지라고 한다.  물론 카드를 고를 수 없다.  그래서 여러 장인 카드도 많다.  쇼핑을 하면 카드는 무료로 주지만, 카드를 수집하는 책은 2파운드를 주고 사야한다. 
쇼핑할 때마다 한 두 장씩 모인 카드가 제법 많아지자 "이걸로 뭐하지?" 지비가 그러길래 카드를 수집하는 책이 있다고, 사야한다고 그러니까 당장 사자는 지비.  그날로 시작되었다, 이 (약간 심하다 싶은) 레고카드 수집이.

책을 처음 사서 그 동안 수집한 카드를 꼽기 시작한 날이다.

카드를 수집하는 것도 놀이지만, 책에는 나름 스토리가 있다.  릴리와 샘의 세계여행, 이런.  그리고 카드 위 모서리에 그려진 가위바위보 그림으로 놀이도 할 수 있고,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연결하는 퍼즐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있는 크리에이션이라는 카드엔 레고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데 시간 안에 그 아이템 만들기 게임(물론 그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선 해당 레고를 사야한다)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론 크리에이션 카드를 제외하곤 다양한 직업/캐릭터 단어를 보여줘서 영어공부도 된다, 우리에게는.  실제로 지비는 Janitor라는 단어를 처음 본다고.  미국에선 청소부/건물관리인 정도로 쓴다고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 쓰이지 않는 단어라는 게 나는 놀라웠다.  나는 영화 빵과 장미를 보면서 알게 된 단어다.  그러고보니 그 영화를 만든 감독 켄 로치는 영국인이네.

하여간 어느 순간부터 누리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는 지비.  빈 번호의 카드를 어떻게 다 모을 수 있을까 고민하길래, 보통은 그런 카드를 친구들과 맞교환하면서 수집하는 거라고 했더니 당장 검색들어간 아버님 지비.  동네별로 카드를 교환하는 모임이 있다는 사실에 해맑아지셨다.  심지어 이베이에서 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140장을 돈만 있으면 다 모을 수 있다며 안도하는 지비. 
우리집만 그런게 아니라 아이들 놀이를 부모들이 인터넷을 동원해서, 금전도 동원해서 더 열심히인 모양이다.
내가 대부분이 부모인 직장동료들에게 물어보라고 했더니 "에이.. 어떻게.."라더니 다음날 한 직장동료가 이 레고카드 가진 사람들 맞교환하자는 글을 메신저에 올려 어제는 레고카드를 들고 출근했다.  직장인들이 이런다, 사장님들.

4장의 카드를 맞교환했다며 인증사진을 보내왔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동료는 벌써 140장을 다 모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카드가 남았다며 지비에게 가져다 준다고 한 모양이다.  그래서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지비는 출근했다, 새 레고카드를 받을꺼라는 부푼 마음을 안고. 

(레고카드를 더 받기 위한)과소비가 없는듯 있기도 하지만, 지비가 기쁜 마음으로 출근한다는 건 좋은 면이기도 하다.  그렇지,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