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7년

[book] 정혜신의 사람 공부

토닥s 2017. 1. 27. 20:26

정혜신(2016). 《정혜신의 사람 공부》. 창비.


이북 리더를 쓰기 시작하며 읽게 된 책.  컨텐츠. 


정혜신이라는 사람, 정신의학과 의사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줌마들이 듣기 좋아하는 강연과 글을 많이 쓰는 사람 정도로 혼자 분류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하고 다시 '정혜신'이라는 사람을 생각하게 된 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와락'이라는 곳을 열게 됐을 때다.  '와락'의 이름을 듣고 정말 눈물이 '와락' 쏟아지는 줄 알았다.  그 즈음에서 이 사람의 글과 생각이 나의 SNS 타임라인에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로 지인들이 공유한 글.  읽을 거리를 찾아 이북샵을 헤매다 발견하고 읽게 됐다. 


'공부의 시대'라는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공부를 기대하고 이 책을 읽었다면 낭패다.  그녀가 어떻게 거리의 정신의학과 의사가 되었는지, 근래 세월호 유가족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흔히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오류, 사람을 다루는 사람들이 범할 수 있는 문제들을 잘 풀어놓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마저 읽어야 하는지 갈등하며 계속 읽었다.  일반적인 '공부'를 기대하고 펼친 책이라서 당황스러웠던 것이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을 만난, 만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당황스러웠다.  예전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세월호 건에서 나는 희생자 이야기는 의식적으로 피해가며 이 사건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 책 속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들을 그녀가 어떻게 만나가고 있는지.


읽는 내내 당황스러웠지만, 이 책을 읽고서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일생을 관통할 일을 겪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주 조금 내 생각을 가지게 됐다.  물론 그 생각이 현실에서 어떤 상황으로 나타날지에는 자신이 없지만.


+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안산으로 거처를 옮겨 '이웃'이라는 공간을 열고 있는 정혜신 박사.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글을 검색해보니 다들 비슷한 인상을 받은 것 같다.  '밥상'과 '뜨개질'.  진실규명을 위해 밖으로만 떠도는 유가족들이 받는 밥상, 집밥 같은 밥상.  누군가는 반대할지도 모르는 표현이지만 나는  '참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생각 같았다.  혹은 '밥을 지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생각.  몰입의 치유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뜨개질 또한 잘 이해할 것 같다.


애써 피하고 싶었던, 내가 감당이 안될 것 같아서, 세월호 유가족과 접촉면이 된 책.  부담스럽게 읽었지만 그 부담과 불편함 또한 우리 몫이기에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