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586days] 잠들지 못하는 겨울밤

토닥s 2017. 1. 22. 07:33
크리스마스 방학이 지나고 1월부터 이곳 봄학기가 시작되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1월이 봄학기고, 부활절 방학 뒤 시작되는 학기는 여름학기다.  1월에 봄학기라니.

누리가 무척 기다린 봄학기.  2년 가까이 해온 짐 수업gym을 접고 발레를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선물도 발레옷으로 준비했었다.  발레 연습 신발도 선물로 쨘!하고 주고 싶었는데 크기를 재어보느라 미리 신겨보았다.  그랬더니 그 신발 어디 있냐고 12월 내내 묻곤 했다.

1월이 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있었던 첫 발레 수업.  며칠 전부터 '발레'는 일종의 무기였다.  "발레 할 건데 이렇게 하면 못하지"하면서.  들뜨다 못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아이를 데리고 발레 수업을 갔다.  누리의 첫 발레수업은 2년 가까이 함께 해온 체육활동을 하는 곳.  발레수업 전문으로 하는 곳 중에선 나이에 상관없이 꽤 엄하게 진행하는 곳도 있어 부푼 꿈을 안고 갔던 아이들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꽤 들었다.  아이들인데 몇 달 동안 자세만 잡기도 한다고.  그래서 조금 비전문적일지는 모르지만 누리가 익숙한, 누리를 이해해 줄 수 있는 곳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일찍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히니 깡충깡충 누리가 땅에 잠시도 발 붙이고 있지 않는다.  누리만 그런게 아니라 그날 처음 발레 참가하는 아이들 모두 같은 증상(?)을 보였다.  애들이 수업 시작하기도 전에 다 지치겠다며 다른 엄마들과 웃었다.


흥분의 발레 40분 수업을 마친 누리는 그 옷 그대로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40분만 입는 옷인데 아이들이 금새 자라 얼마 입지도 못하니 많이 많이 입으라고.

그리고 아파서 골골했던, 골골의 고비를 막 넘어선 이번주 화요일도 누리는 발레 수업에 갔다.  집에서 쉬자니 가겠단다.  사실 누리가 아파도 밤잠만 설칠뿐, 그래서 누리와 나만 힘들뿐 낮에는 멀쩡해서 가도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날밤 꽤 고생을 했다.  피곤해서인지, 찬바람을 쐬서 그런지 여러 번 깼다.


그래도 매일매일 가고 싶다는 누리.  어쩌냐.. 지비는 예능으론 먹고 살기 힘들다 하고, 이모는 발레는 발 아프고 망가진다며 반대하는데.  취미로 재미로 열심히 해야겠네.

+

말끔히 낫지 않는 감기도 감기지만 요즘 누리가 잠들지 않으려고 해서 힘들다.  계속 놀려고하고, 침대에 누워서도 잠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재워놓고 일어서면 9시가 훌쩍 넘는 날들이 많다.  영국의 아이들이 7~8시에 잠자리에 드는 것에 비하면 무척 늦은 편이다.  그러니 일어나는 것도 늦게, 8시가 넘어야 일어난다.  매일 어린이집에 늦는다.

만 4살, 이 나이가 그런 나이인지 - 놀고 싶어 잠들기 싫어하는 나이, 겨울이라 운동량이 줄어 잠들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겨울 전에도 그랬던 것도 같고.  이렇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9월에 학교에 들어가 유치원을 다니게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듣자하니 애들이 학교에서 쓰는 에너지가 많아 밤되면 자연스레 골아떨어지기는 한다더라만.  누리도 그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