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place]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V&A museum

토닥s 2016. 9. 15. 18:42

런던을 거쳐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나는 좋아하지 않는 곳이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이다.  볼 거리가 많고 아름답다는 것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라면 볼 거리가 너무 많은 것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건물이 아름답긴 하다.  이 박물관을 올해 한 달에 한 번 꼴로 찾았다.  작년 연말 누리와 갈 곳을 찾다 크리스마스 방학 프로그램 - 팝업 퍼포먼스가 있는 것을 발견해서 가게 됐는데 이후에도 '훈련'차원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 팝업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박물관을 찾았다.  팝업 퍼포먼스는 30분 정도 길이의 공연/워크샵이었는데 시의적인 이벤트/테마를 주제로 마련한 공연이었다.

나는 언젠가 누리와 공연장에 가보고 싶었는데 누리가 공연장의 어둠을 견딜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30분이나마 익숙해지면 그 이상의 어둠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공연 도중에 공연장을 뛰쳐나가야 하는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하면서 이 팝업 퍼포먼스에 갔다.


누리가 처음 본 팝업 퍼포먼스는 지난 연말에 본 호두까기 인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연이었다.

☞ 2015년과 2016년 http://www.todaks.com/1306



두 번째 공연은 음력설을 맞아 'the big race'라는 동화를 원작으로 한 무대였고 중국관에서 진행됐다.  동화의 내용은 12개의 띠가 어떤 순서로 만들어졌고 어떤 동물로 이루어졌나 그런 내용이다.  쿵짝쿵짝 볼 거리 들을 거리 해볼 거리 많은 활기찬 무대였다.





예전 같으면 등 떠밀어도 나가지 않을 누리였는데, 자라서 그런지 '드라마 댄스'라는 수업의 영향인지 이젠 저런 곳에 나가라면 잘 나간다.


세 번째로 보러 간 공연은 오메강omegang이라는 벨기에 축제/퍼레이드를 기록한 그림을 모티브로 한 공연이었다.  공연자체는 움직임보다는 듣고 이해해야 할 것이 많아 누리에겐 좀 버거운 편이었다.  개인적으론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팝업 공연엔 수화통역자가 들어와 함께 한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그 수화통역자의 연기능력에도 감탄했다.



페스티벌을 모티브로 한 가면을 해볼 거리로 나눠줘 집에와서 만들어봤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누리는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만들기는 내가 만들고 쓰기는 누리가 썼다.


네 번째로 간 공연은 '봄의 춤' 그런 퍼포먼스였는데 친구랑 함께 했지만 남은 사진이 없다. 



다섯 번째 공연은 '피터 레빗'이어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역시 보여지는 것보다는 들려주는 이야기가 주였고, 피터 레빗이라고 들고 온 인형은 우리가 TV에서 본 피터 레빗을 연상하기 어려웠다.  결론적으로 누리는 집중하지 못했지만, 인형을 손으로 직접 만져보는 시간만은 즐거워했다.



그리고는 한국 다녀오고, 여름휴가 다녀오고, 여름방학 지나면서 뜸해졌던 박물관 나들이.  지난 주 한국 추석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가 팝업 퍼포먼스의 내용이라고 해서 박물관을 찾았다.  시작하는 시간까지 집결 장소에 모인 사람이 우리 뿐이었다.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늘 시작하고서야 부모들과 아이들이 도착한다고.  나도 아이 준비시켜 외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아는터라 이해도 됐다.  멀리서 퍼포머가 북/드럼을 치며 걸어오니 정말 속속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도착했다.  나는 한국의 추석이니 한국 사람이 퍼포머가 아닐까, 한국문화원 같은 곳에서 도움 받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그런 도움과는 거리가 멀어보였고 심지어 퍼포머는 외국인(?) 할아버지였다.  영국인 같지는 않았다.


할아버지는 궁채와 채를 이용해 드럼을 연주하며 박물관 입구의 긴 홀을 관통해 작은 방으로 아이들과 부모들을 이끌었다.  지비와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이)끌려 가는 기분이라며 이야기를 나눴다.



퍼포머가 외국인(?)이라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참가자 중에서 우리만 아시안이라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 동안 팝업 퍼포먼스를 가면 중국인 엄마들도 있었고, 일본인-영국인 가족들도 있었는데 그 날은 누리와 내가 유일했다.  의리 없는 중국인과 일본인들!  웃자고 하는 소리다.  하긴 그 사람들 입장에선 한국이 궁금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그날 온 부모들 많은 수는 그날 퍼포먼스가 한국의 추석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왔을듯도 하다.


그날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달토끼와 청개구리 두 가지였다.  청개구리야 간단하니 기억하지만 달토끼는 나도 정확한 스토리가 기억나지 않는 그런 전래동화를 외국인 할아버지의 구연을 통해서 들으니 참 신기했다.  심지어 이야기 뒤엔 다 함께 '강강수~래(강강술래)♬'하며 달집을 만들고 풀었다.   그 할아버지가 '둥글게 둥글게'만 했어도 놀랐겠지만 '달집'을 만들고 풀어서 더 놀라웠다.



팝업 퍼포먼스는 주변에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추천했지만 R의 엄마를 제외하곤 관심을 보인이가 없었다.  관심은 있었지만 토요일 오전 박물관까지 발길을 한 사람은 없었다.  늘 혼자보기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고작 30분짜리 공연을 보자고 다른 사람을 청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이 팝업 퍼포먼스만으로 이 박물관까지 가기는 어렵겠지만 혹시라도 아이 데리고 여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침 주말에 이 박물관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챙겨보는 것도 좋겠다.  팝업 퍼포먼스는 토요일 11시, 13시, 15시 세 차례 진행된다.

런던의 주요 박물관들은 어린이/가족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사박물관, 과학박물관의 경우는 정말 사람이 많지만 그 이외의 박물관은 그렇게 참여자가 많은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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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한국의 추석을 모티브로 한 팝업 퍼포먼스에 다녀온 지비는 이 할아버지에 대해 검색해보다 이번 주말 (대)영국박물관에서 진행되는 한국의 추석 기념 프로그램도 발견했다. 


☞ The British Museum : Celebrating Chuseok http://www.britishmuseum.org


영국에 있는 가족이나 추석 연휴로 영국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다만 (어울리지 않게) K-pop 코너가 있어 좀 시끄럽지 않을까, 복잡하지 않을까 걱정스럽지만 그러면 우리는 또 일찍 나오면 되니까 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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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아는 사람(님)들도 온다면 아는 척 해주세요.  우리는 11시-2시 정도에 있을 것 같아요.  행사장보다는 선물가게나 까페에 있을 가능성도 높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