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455days] 잘가 그리고 고마웠다.

토닥s 2016. 9. 13. 07:34
누리 방 만들어주기는 아직도 시작만하고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그대로 정체만 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비 아버지가 오실 즈음해서 쓰임이 적은 그리고 덩치가 큰 물건들을 집안에서 치웠다.  이베이 중고장터에 올려 새로운 물건을 사는데 더하고 싶었지만 아이들 물건이라 그런지 팔리지 않았다.  아이에게 좋은 것 새로 사주고 싶은 마음은 부모공통이었던지.  아기코트는 팔렸지만 너무 어처구니 없는 가격이라 우리가 취소했다.  10파운드.  코트, 포티, 장난감 모두 싸서 얼마 전 쌍둥이를 본 친구에게 다 줘버렸다.



코트를 보내기 전 기념촬영


유모차는 일찍 팔아 치우려고 마음 먹었는데, 중고시장에 올리려니 그래도 쓰임이 생기지 않을까 하루 미루고 일주일 미루다 가장 나중에 중고시장에 올렸고, 오늘 오전 새주인이 와서 찾아갔다.
의외로 덤덤하게 " 바이바이" 손흔들며 유모차를 보낸 누리. 사실 내 마음이" 더 울컥했다.
그런데 오늘 오후 커피 마시러 간 까페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유모차 타고 싶다고 울고불고.  참 난처.  괜히 팔았나 싶었다.

누리의 첫 유모차는 오늘 보낸 유모차를 구입한 시점부터 거의 쓰지 않아 첫돌 근처에 팔아버렸다.  안정감 있게 앉을 수 있었던 7~8개월부터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전까지 오늘 보낸 유모차를 썼다.  만 3년.
유모차가 가벼워 어딜가나 가지고 다녔다.  어떤날은 누리가 앉지 않겠다고해서 아이를 한 팔에 안고 남은 팔로 유모차를 끌고오며 한탄했던 날도 있었다.  점점 쓰임이 적어지다 어린이집을 시작하며 다시 쓰임이 많아졌다.  누리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시점이 늦가을이라 자주 비가 왔다.  그리고 어린이집을 마치면 녹초가되서 걷기 싫어했고 배고파 했다.  그때마다 유모차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날씨가 좋아지면서부터는 스쿠터를 많이 이용했고, 비가 오면 차를 쓰는 날이 많아지면서 유모차를 쓸 일이 없어져 팔자고 결심했다.  제한 몸무게인 15kg을 누리가 넘기기도 하였고.

유모차를 보내고 나니 기념촬영이라도 할껄 싶었다.  그러나 늦었다.  최근 유모차에 앉아 찍은 사진이 있나 찾아보니 올해 4월까지 사진을 훑어내려가도 없다.  정말 (쓰임이 없으니) 유모차를 보낼 때이긴 때였나보다.

빨간 유모차 - 크기가 작아 여행 다닐 때 늘 가지고 다녀서 정말 여행을 많이 한 유모차.  그리고 여행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매일매일 운행(?)도 많이 한 유모차.  누리가 타지 않겠다고, 안전밸트 하지 않겠다고 울어 마음이 쓰린적도 많았지만 행복한 시간도 함께 한 유모차였다.  그 동안 우리 누리 태워주고 쉬게해줘 고맙다.  잘가, 잊지 못할 빨간 유모차.

+

지금 이 순간은 누리에게 사줬던 '첫...' 무엇무엇들이라 보내는 마음이 남다르지만, 시간이 흘러 많은 것들을 보내고 또 새로 사들이면 맞이하고 보내는 마음도 농도가 점점 옅어질테다.  그러면서 아이도 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