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food] bye bye 홍합

토닥s 2014. 7. 2. 07:22

지난 주 오랜만에 만난 K님이 정원에서 기른 부추를 주셨다.  만두를 빚나, 어쩌나 검색하다 부추전으로 낙점.  부추전엔 아무래도 홍합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오늘 그물주머니에 든 생홍합을 사왔다.  껍질에 따개비가 드문드문 붙은.  어젯밤 어떻게 손질하는지 수없이 검색했기에 바로 손질돌입.


바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부추전, 그냥 새우 넣고 해먹는건데 하면서.  문제의 태국산 새우 소비를 줄여보려고 나름 낸 용기였다.  그런데 비릿한 냄새에 그렇지 않아도 오후부터 시작된 두통이 배가된 느낌이었다.  이틀 뒤 부추전에 넣을 몇 개만 생으로 껍질에서 꺼내 통에 담아 냉동실에 넣고, 나머지는 끓여서 우동과 함께 먹기로 했다.


그런데 생으로 껍질을 까는 게 만만하지 않았다.  다들 입을 꽉 물고 있어서.  결국은 홍합을 '깐 게' 아니라 거의 '부수어' 내용물을 겨우 꺼냈다.  또 후회했다. 


우동을 넣어 먹기 위해 홍합을 끓이는데 홍합(조개류)에 얽힌 좋지 않은 기억만 떠올랐다.  임신 3개월 즈음 부다페스트에 가서 홍합이 든 해물파스타먹고 탈이 났던 것이며, 1월에 한국가서 조개찜 먹고 탈이 났던 것.  끓이면서 이제 조개류를 한 동안 멀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먹고나서도 속이 너무 불편했다.  그 우동 누리도 먹였는데, 다 먹이고 나니 아기들은 아직 조개류 먹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우동국물도 달라고 매달려서 숟가락 채로 줬는데.


결과적으로 저녁 먹고 끙끙 앓아누웠다.  매실차 마시고, 누워서 잠시 뒹군 뒤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끙끙 앓아누워서도 누리가 탈나면 어쩌지 걱정을 했는데, 지비도 누리도 현재까진 괜찮고 나만 그랬다.  아무래도 심리적인 것 같다.  최근 3년 동안 먹었던, 그뒤에 탈이 났던 기억이 더해져 과민반응을 보인 것 같다.  심리적인 과민반응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홍합(조개류)과 bye bye 해야할 것 같다.  특히 홍합.  앞으로 전은 오징어나 새우와 먹는 것으로.


홍합탕 국물, 맛있는데.(-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