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후배 K가 책장에 올라가 넙죽 엎드린 아들 사진과 주방에서 모든 냄비를 꺼내 줄 세운 아들 사진을 올렸는데 그 사진을 보고 약간 '헉!'했다. '아들은 저렇구나'하면서. 그런데 지나보니 그 아들도 보통 아이들이면 하는 모든 일들을 그저 거쳐가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지금 누리는 '그 때'를 지나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더 크면 말귀를 알아들으려나?사실 지금도 지비가 올라가지 말라고 하면 우는 걸로 봐서 뉘앙스를 이해하는 것 같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과 하지 말라는 것 사이에서 조정과 합의가 안되니 울고 만다. 누리도 책장에 쉽게 올라가고, 이젠 주방 서랍에서 냄비들을 꺼낸다. 사실 우리집은 거실과 주방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더 쉽다. 누리에겐 더 쉽고, 나는 더 어렵고 그렇다. 누리가 좋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