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의 낮잠시간을 고려해 식재료 배달을 3-4시에 시켰다. 그런데 한 시간 빨리, 막 누리가 잠들었는데 배달하는 이가 전화가 왔다. 지금 근처인데 한 시간 빨리 배달을 해도 되겠냐고. 된다고 해야지, 어째. 밖이라고 거짓말을 해서 덜 미안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지만, 엇비슷한 지역에서 시간 내 몇 개의 배달을 해야하는 노동자에겐 내가 거짓말을 하고 안하고에 따라서 휴식 시간을 좀 더 길게 가질지도 모르고, 퇴근을 좀 더 일찍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누리를 눕혀놓고 막 점심을 먹으려던 터라 인터폰의 볼륨을 묵음으로 바꾸고 그 앞에 서서 밥을 먹었다. 문을 열어줘야 건물로 들어오니까. 밥을 다 먹어갈 즈음 복도에서 저벅저벅 들들들 무거운 발걸음과 짐바구니 끄는 소리가 들린다. 급하게 먹던 그릇을 내려놓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