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 2

[+1336days] 요즘 누리

누리는 달걀 흰자를 좋아한다. 가만히 나의 어린시절을 돌아보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가끔 달걀을 삶아 먹으면 누리도 달걀 하나 온전히, 하지만 흰자만 먹는다. 오늘은 무척 자극적인 음식이 당기는 날이었다. 김치도 처리할 겸 저녁을 김치 비빔국수로 준비했다. 발코니 화분에서 기른 열무잎도 데쳐 준비하고. 징징대는 누리를 달래가며 급하게 달걀 껍질을 까다 찔렸다. 별 것 아닌데 '앗'하고 아팠다. 늘 그렇다, 별 것 아닌 일이 은근히 아프고, 오래 남는다. 긴 여행을 가기 전에 누리의 절친 엄마에게 우리가 긴 여행을 간다고 말해줘야 할 것 같아서 어린이집 가기 전에 만나 놀이터에서 놀고, 점심을 함께 먹었다. 열심히 뛰어 논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뒤에 어린이집까지 갔더니 너무 지쳐 저녁 내내 징징. 사실..

[+1259days] 정직한 신호

아파서 어린이집에 가지 않은 누리가 낮잠을 자고 있다. 아프면 빠지지 않는 낮잠. 몸이 아프다는 신호면서 스스로 회복하기 위해 쉬는 것이다. 참 자연스럽고 참 정직하다. 누리는 아파도 잘 노는 편인데, 아프기 전엔 늘 먹는 게 신통치 않다. 먹는 게 신통치 않아 아픈 건지, 아파서 잘 안먹는건지 늘 그 이유가 궁금하다. 잠들기 전까지 스템프를 열심히 찍고 있었다. 3일째되는 감금 생활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아 숨겨둔 장난감을 하나 방출했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지비와 통화 중인 전화기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더니 잠으로 빠져버렸다. 내 위에. 화장실에 다녀오고서 불을 끄지 않았는지 불 켜면 돌아가는 환풍기는 한 시간이 넘도록 세~세~ 돌아가고 있다. 뚜껑을 열어놓은 스템프 잉크 패드도 한 시간이 넘도록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