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잠들기를 거부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던 누리. 지비와 둘이서 어떤 대화를 나누다 펑펑 울며 누리 방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내게로 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성(姓) family name을 바꾸고 싶단다. 학교에서 받은 노트들에 자기 이름과 성이 적혀 있는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자기는 김누리하고 싶다고. 그러라고 했다. 이제 사람들이 물어보면 '김누리', '누리 김'이라고 말해주라고. 사실 누리의 성을 제대로 발음하는 영국인은 없다. 폴란드 성이니. 집에서 발음 다르고 학교에서 발음 다르니 구두로라도 김누리 하는 게 별로 나쁘지 않다 싶었다. 더군다나 나는 여기저기 아이의 본명이 적혀 있는 게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학교에서 자기들 편의대로 보이는 곳에 커다랗게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