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눈 구경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여기서도 눈 구경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살고 있다. 그래도 별로 불만이 없다. 눈 없는 지역에서 자라서 눈이 반가울 것 같지만, 그건 잠깐이고, 어려운 기억이 더 많다. 차 막히고, 춥고 그런. 심지어 내가 타야 할 런던에서 한국가는 비행기가 결항됐던 슬픈 기억까지. 그런데 이런 건 어른의 마음이고, 아이들의 마음은 다르다. 나도 어릴 땐 눈이 마냥 반가웠다. 이틀전부터 영국 일부지역엔 홍수경보가, 런던을 포함한 일부지역엔 눈예보가 있었다. 이제는 우리와 함께 뉴스(특히 날씨 뉴스)를 보고 듣는 누리도 그 소식들어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창밖 눈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도 누리였다. 그때 지비는 빨래를 걷어 접고 있었고, 나는 화장실을 청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