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누리가 주말학교에 간 사이 누리의 운동화를 빨았다. 사실은 세제를 푼 물에 잠긴채로 하루 넘게 방치했다가, 이대로 오래두면 안된다는 생각에, 빨았다. 어릴 때 주말이면 꼭 해야할 일 중 한 가지가 신발을 씻는 일에었다. 어쩌다 그 일을 건너 뛰면 물걸레로 닦고 가기도 했고, 부랴부랴 뒤늦게 빨아 마를까 말까를 마음 졸이기도 했다. 보일러, 그 이전엔 연탄 아궁이(이게 맞는 표현인가) 옆에 세워둘 수 있는 겨울은 나았고, 습한 여름이 더 힘들었다. 빨아놓은 깨끗한 신발을 신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신발을 씻는 건 그렇게 신나지 않았다. 쪼그리고 앉아 오래되서 못쓰게 된 비눗조각에 다쓴 칫솔로 거품을 일으켜 빨았다. 가장 힘든 건 쪼그려 앉기. 마침내 비눗칠을 끝내고 신발을 뒤집어 한 손에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