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육아 166

[+2951days] 학교생활(feat. Covid-19)

3학년이 되면서 새로운 반편성으로 리셉션부터 함께 해온 친구들과 헤어진 누리. Covid-19 대응으로 달라진 학교생활만으로도 벅찬데, 반편성까지 한 사실에 대해서 몇몇 부모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누리가 다니는 학교, 학년에 여학생이 유달리 수가 적다. 25명 정도되는 반에 여학생이 7명이다. 기존의 누리반은 여학생이 10명 정도였는데, 다른 반에 여학생수가 적었다. 그래서 누리반에서 여학생들을 다른 반으로 옮긴게 아닐까 싶다. 더하기 - 갈등 조정과 학업 편차 조정. 3년 동안 같은 반을 해보지 않은 아이들과 섞이게 되면서 누리가 좀 어려움이 있었다. 친한 친구들은 다른 반으로 갔고, 새롭게 반이 된 남자아이들이 (누리의 표현으로) 누리를 '불편하게' 했다. 한 아이는 수준..

[life] 궁금하지 않을 근황

주기적으로 블로그를 열심히 해보겠다 마음 먹지만, 그 마음을 오래 가지기 어렵다. 여느 블로그처럼 방문자가 많고, 수익이 생기는 블로그도 아니니, 당위가 잘 생기지 않는다. 그래도 나를 기록하고 위로하는 블로그니 띄엄띄엄이라도 해보자고 다시 나를 재촉해본다. 그래서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근황-. 누리와 체스를 시작했다. 누리의 폴란드 주말학교 친구 둘이 지난 봄부터 시작된 봉쇄(lockdown) 기간 동안 시작했다는 체스. 전통적인 게임이라 스크린타임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며, 아주 가끔 아이가 아빠를 이기를 경우가 발생하면 아이가 얻는 성취감도 크다하여 우리도 시작해봤다. 누리가 생기기 전 3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폴란드의 크라코프에서 바르샤바로 여행했을 때 옆에 앉은 청년둘이 열심히 두는 걸 보고 우리도..

[+2922days] 내일 다시 여덟살

어제로 누리는 여덟살이 됐다. 유난히 자기 생일을 기다리던 누리. 풍선을 달아 달라, 깜짝 놀랄 선물을 달라, 난도스에 가자 요구가 많았다. 다행히도(?) 때가 때인지라 생일 파티 같은 건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매년 누리 생일에 맞춰 학교로 보내던 과일 같은 간식도 생략했다. 혹시 몰라 생일 축하 간식을 보내도 되냐고 미리 선생님에게 문의했더니, 부교장과 이야기를 나눈 선생님이 '불가'라고 알려주셨다. 아주 선명하게 알려주셔서 누리도 간단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파티도 없으니 그 비용과 나머지 모든 비용을 더해 작은 디지털 피아노를 선물로 샀다. 누리가 사달라고 한 적은 없지만, 방과후 수업도 없는 학교생활이 겨울로 접어들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는 계산과 '악기 하나쯤'하는 생각이 ..

[keyword] 마스크

Covid-19과 함께 시민들에게 필수품이 된 마스크. 적어도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한국의 가족들과 친구들은 왜 유럽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지, 정부는 쓰라고 강제하지 않는지 궁금해 한다. 일단 여기서는 전염병 같은 심각한 병에 걸린 사람들이 쓰는 게 마스크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Covid-19 초기 마스크를 썼던 아시아인들에 대한 따돌림 행동이 많았다. 지금은 그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더 나아진 것도 아니다. 누리반 학부모 그룹대화방에서 마스크 이야기를 꺼냈을 때 병원에서 일하는(메디컬 스태프는 아니다) 한 엄마는 마스크는 제대로 썼을 때 질병 확산을 막아주는 것이지,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주지 못하는데 쓸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럽 사람들의 인식이 딱 그 정도다..

[+2907days] 드디어 등교

누리가 오늘부터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가기까지 가장 큰 걱정은 마스크 쓰기였다. 영국에 돌아오고 한 이틀 마음을 다듬고 바로 학교에 이메일을 보냈다. 아이들 간 감염, 가족으로의 전파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3월부터 휴교로 아이들에 대한 Covid-19의 영향력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 쓰기는 우리가 '해볼만한 노력'이라고도 썼다. 그리고 일주일이 넘도록 답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사는 구, 한국으로 치면 구의회에서 아동과 교육을 담당하는 구의원에게 학교에 보낸 비슷한 내용으로 이메일을 썼다. 더한 부분이 있다면 잉글랜드는 중등의 경우 학교장의 권한으로 마스크 의무화를 정한다고 공표한 시점이었는데, 개별 학교장이 부담을 안고 결정하긴 어렵다. 구 단위에서 Covid-19 확산을..

[+2843days] 바람 불어 좋은 날

3월 봉쇄 이후 나 혼자서만 장을 보러 간다. 누리가 스마트쇼핑(바코드 스캔하는 이동형 기계를 들고다니며 직접 스캔하고 장바구니에 바로 담아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무척 좋아하지만, 때가 때인지라 나 혼자서만 장을 본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봤는데, 그때는 일주일치 먹거리를 계획하느라 무척 힘들었다.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 간다. 여전히 토요일에 보는 장이 규모가 크고, 주중에 한 번 우유, 과일, 고기 같이 간단한 것들을 사러 한 번 더 간다. 일주일치를 채워넣자니 냉장고도 부족하고 역시나 과일 같은 건 일주일치를 미리 사두기가 어려웠다.Covid-19 때문에 누리는 집과 공원 이외에 간 곳이 없다. 누리에게 봉쇄가 끝나면 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1번이 까페였다. 2번은..

[+2827days] 누리 in 원더랜드

여름학기 발레수업이 온라인 수업인데도 할인이 없어서 조금 실망하기는 했다. 다시 생각하니 수업이 온라인이라고 교사들 월급을 깎을 수도 없고, 세를 낸 건물 임대료를 깎을 수도 없을테니 그러려니했다. 무엇보다 누리가 일주일에 하루 지비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발레 시간이라 무척 즐거워했다. 2주 전 중간방학을 앞두고 보통 방학 기간이면 유료로 진행하던 워크샵을 수강생에 한해 무료로 진행한다는 공지를 받았다. 물론 온라인으로. 기회되면 한 번쯤 시켜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워크샵이었다. 누리에게 하고 싶은 걸 고르라니 당연히 마틸다를 골랐다. 하나 더 골라보라니, 무료라잖아, 메리포핀스를 골랐다. 워크샵은 간단한 율동과 뮤지컬(이나 영화)에 나오는 대..

[+2824days] 채널변경 - 유아채널에서 어린이채널로

당연한 것이겠지만, 학교가 휴교를 했어도 누리가 많이 자랐다. 아쉽게도 학습적인 면은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제자리인 것 같다. 집에서 누리와 내가 아등바등하는 과제 중심의 온라인 홈스쿨링은 현상유지를 위한 노력일 뿐 새로운 지식을 더해주지 못했다, 특히 영어와 수학은. 그런데 이게 누리의 학년에서는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영국은 초등학교 2학년과 6학년 때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학력평가를 위한 시험을 치른다. SAT이라고 하는 Statutory Assessment Test인데 영어 읽기, 문법 그리고 수학 시험을 치른다. 초등학교 2학년과 6학년 두 번 쳐서 기간 동안 학력신장을 평가한다(고 알고 있다). 매년 이 학력신장을 수치화해서 학교 평가에 부분 반영한다. 2학년때 치러진 시험의 성..

[+2821days] 홈스쿨링 중 스포츠주간

지금 달력을 보며 세어보니 벌써 Covid-19으로 휴교한지 11주가 지나고 12주가 됐다. 그 중 부활절 방학 2주와 여름학기 중간 방학이 1주가 있긴 했지만, 집에서 아이 홈스쿨링을 도와주는 일이 만만하지 않은 일이었다. 휴교 중이라 방학 전과 후가 모두 집콕이고, Covid-19으로 아무 곳으로 여행할 수 없으니 방학이어도 집콕이지만 한 주간의 방학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방학 전에 날아든 또 반가'웠'던 소식은 방학 후 일주일도 스포츠주간이라 홈스쿨링 과제가 없다는 것. 부모들이 '야호'를 외쳤다. 그런데 웬걸. 전교생 2학년에서 6학년까지 (구글 클라스룸) 한 곳에 몰아놓고 같은 과제를 하루에 열개쯤 내준다. 아 과제가 아니라 '챌린지'란다. 누리는 당연히 고학년들과 경쟁할 수 없는데도 그..

[+2795days] 마술타령

지난주 어느날부터 누리가 와서 마술을 보여준단다. 그런데 그 마술이라는 것이 너무나 뻔한 것이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아이에 모습에 웃음이 났다. 예를 들면 그런거다. 카드 두 장을 보여주고, 다른 카드 사이에 넣는다. 그리고 카드를 다 모은 다음 자기가 처음 보여준 카드 두 장과 같은 카드를 맨 뒤에서 뒤집어 보여준다. '절대로' 우리가 임의의 카드를 고를 수는 없다. 우리의 의무는 그런 누리의 '마술'에 부모된 도리로 물개 박수를 쳐주는 게 전부다. 이 두 개의 레파토리를 하루에 열번도 더 보여주는 아이를 보다못해(내가 더 이상 웃어줄 수가 없어서) 어린이 마술 세트를 주문해줬다. 내가 봐도 재미있어보이는 세트는 가격대가 비싸서 7.95파운드를 주고 작은 세트를 샀다. 역시 가격만큼 품질은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