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육아 166

[+3002days] 여덟살이 2020년 크리스마스에 바라는 것

지난 주말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면서 누리와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도 썼다. 작년에 누리의 친구와 함께 썼는데, 그 친구는 답장을 받고 누리는 답장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다시 써봤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들뜬 아이를 훈육(?)하는 용도도 된다. "이렇게 하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겠어?" 이런식. ☞ 2020/01/05 - [탐구생활/Cooing's] - [+2664days] 누리의 7번째 크리스마스 ☞ www.royalmail.com/christmas/letters-to-santa 그리고 아이가 원하는 선물을 맞춤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라고 하고 할 일을 하고 돌아와 보니 누리가 산타에게 의외의 바램을 썼다.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두 가지를 쓸 수 있는 칸에 '코로나바..

[coolture] 사회가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 (9~12살)

우리집에서 가장 '영어'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누리다. '한국어' 책까지 포함시켜도 가장 많이 읽는 사람이 누리일 것 같다. 영국에서 자라지 않은 내가 영국에서 자라고 있는 누리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할지가 어려운 숙제다. 영국 엄마들에게 혹은 누리보다 나이가 많은 자매가 있는 엄마들에게 이 나이의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책을 물어보고 사주기도 한다. 그 책 내가 읽어보니 너무 재미가 없더란. 영국의 학교는, 적어도 누리가 다니는 학교는 영어 쓰기와 읽기를 무척 '빡세게' 한다. 가끔은 한국의 아이들이 한국어 쓰기와 읽기를 이렇게 빡세게 하는지 궁금하긴 하다. 초등학교 준비과정인 리셉션부터 일주일에 한 번 읽기 책이 나온다. 아이의 진도에 따라 한 권 내지 두 권이 나오는데, 단계(oxford tree r..

[+2993days] 산타를 믿는 아이들

이번 주 누리네 학교는 힌두인들의 명절인 디왈리Diwali와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서 등을 밝히는 행사를 했다. 전교생이 다쓴 플라스틱 패트병을 이용해 등을 만들었고, 학교 운동장에 걸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만든 등이 학교 운동장에 걸려 즐거워했다. 저녁 6시 대단한 점등행사(카운트다운 같은)를 기대했던 누리는 조금 실망하기는 했지만, 깜깜한 밤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도 즐거워했다. 언제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내어 장식하는지 계속 묻는 누리의 등살을 견디지 못하고 오늘 오후 드디어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냈다. 사실 내일 하려고는 했지만. 본래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은 크리스마스 12일 전에 한다고 하는데, 크리스마스 트리를 버려야 하는 날도 정해져 있다, 그와 상관 없이 요즘은 점점 빨라지는 추세라고 한다. ..

[+2991days] 따라쟁이

누리는 내가 하는 모든 것을 하고 싶어한다. 나는 가능하면 누리가 할 수 있는 '일거리'를 남겨두는 편인데, 거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난 여름 내가 새 휴대전화를 구입하게 되었을 때 자기도 스무살이 되면 똑같은 휴대전화를 살꺼라고 했다. "그때되면 더 좋은 휴대전화기가 있을텐데?"라고 해도 무조건 "같은 걸로" 사야한다나. 어제 새로운 휴대전화 케이스를 사서 교체했다. 지난 여름 한국에 갔을 때 언니가 쓰던 휴대전화 케이스를 하나 가져와서 지금까지 쓰고 있었는데, 휴대전화를 넣고 빼고 반복하니 깨졌다. 그 휴대전화 케이스는 그보다 한 해 앞서 한국에 갔을 때 누리가 이모에게 골라준 케이스였다. 이제 버려야겠다고 했더니, 누리는 자기 스무살이 되면 써야하니까 보관해야 한다고.(' ' );; 그때 되면 더..

[+2977days] 어린이백과사전을 샀습니다.

지난 주 누리가 하교하면서 지리시간에 배운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메타.. 세디.. 뭐라고. 단어는 알 수가 없는데 내용상 돌의 종류인 것 같았다. 그래서 백과사전을 사기로 했다. 주말 동안 그렇게 무겁지 않으면서, 그래픽도 좋고, 평도 좋은 책으로 골라서 주문했다. 지리, 역사, 과학 같은 것들이 두루 담겼고 문화와 환경 같은 이슈들도 담고 있는 책이다. 나이가 더 들면 컨텐츠별로 별도의 책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지금 누리 수준에서 그림과 개념 정도를 두루 살펴 볼 수 있다.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백과사전이 과연 필요한지 다시 생각해봤다.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다 찾아볼 수 있는 세상 아닌가. 하지만 여러 가지 개념들을 탐색하기엔 '넓고 얇은 지식들'이 가득한 백과사전이 ..

[+2975days] 영국 초등학교 3학년

얼마전 아는 분께 한국어 동화책을 가득 물려받았다. 일명 전집. 한국전래동화와 세계명작동화인데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100권 정도 될 것 같다. 학교에서 내준 책과 집에 있는 책을 읽기에도 빠듯해서 사실 한국책 읽어주기를 좀 게을리했다. 받침이 없는 한글 정도만 읽을 수 있는 누리는 아직 책을 읽어줘야 한다. 아이들 책을 반복해서 읽으려니 나도 지겹기도 하고.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는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니 새로운 마음으로 읽어주기로 했다. 한국전래동화 중 책 '말 안듣는 청개구리'를 가장 먼저 골랐는데 읽어주니 아이가 울상이다. 엄마 개구리가 죽어서. 그런 아이를 잡고 책의 교훈 - 부모님 말씀 잘들어라를 전달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누리는 청개구리가 말을 안들었다는 사실은 기억에 없고 엄마..

[+2967days] 중간방학4 - 그림자 손팻말

지난 토요일 영국 잉글랜드는 다가오는 목요일부터 한 달 동안 2차 봉쇄(lockdown)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과 같이 기초적인 생필품 수급을 위한 상점을 제외하고 모든 상업시설이 영업을 중단한다. 꼭 출근해야 하는 업무가 아닌 업종은 재택을 권장하며, 업부 이외의 여행도 허가되지 않는다. 다시 사회가 일시정지에 들어가는 것은 같지만, 학교는 3월과 달리 등교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다르다. 누리도 오늘 중간방학을 마치고 등교했다. 보통은 방학이 끝나면 밀린 일들도 하고 조금은 활기차게 보내는데 아이가 학교로 돌아가도 걱정만 가득하다. 여전히 아이들은 한 명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부모들도 마찬가지. 지난 금요일 프랑스가 2차 봉쇄에 들어가며 6세 이상의 아이들이 교실에서도 마스크를 쓸 것을 의무..

[+2966days] 중간방학3 - 할로윈

나에게는 1도 중요하지 않은 할로윈이지만 누리는 무척 기다렸던 할로윈. 할로윈이라도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 집을 장식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Trick or treat이라는 아이들 밤나들이는 전혀 보지 못했다. 들뜬 누리에게 맞춰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았지만, 동거인 외 실내모임이 금지된 상황에서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또 1일 1빵(베이킹)하며 할로윈을 맞이하고 보냈다. 금요일에 오시는 바이올린 선생님 방문에 맞춰 진저브래드맨을 구웠다. 그 위에 아이싱으로 할로윈 이미지들을 그려봤다. 바이올린 선생님은 동거인이 아니지만, '학교 이외 교육활동'에 포함되어 만나는 것이 가능하다. 대신 교육활동만 가능하고 사교활동은 불가능하다. 진저브래드맨을 가시는 길에 몇 개 싸드렸다. 습기를 먹어 ..

[+2964days] 중간방학2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있으면 Covid-19과 궂은 날씨로 바깥 나들이가 어렵지만, 집에만 있을 수 없다. 집에만 있으면 몸은 편하지만 아이의 건강은 물론 나의 정신건강에도 해롭다. 매일매일 궂은 날씨지만 잠시라도 햇살이 비추면 밖에 나간다. 가을을 훌쩍 넘어 마음이 겨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직 가을은 가을이다. 할로윈을 앞두고 있지만 역시 예전 같지 않다. 런던의 경우는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실내에서 만날 수 없고, 실외의 만남도 6인까지만 가능하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예전 같이 할로윈 밤나들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할로윈을 핑계로 사람들이 모이는 건 어렵지 싶다. 그래서 우리도 우리끼리 조용히 할로윈을 보낼 생각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건 좀 생각해봐야겠지만 뾰족한 답은 없다. ..

[+2961days] 중간방학1(feat. Covid-19)

한국에서 돌아와 누리의 개학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받던 것이 벌써 6주 전. 그 불편한 6주가 훌쩍 흘러 가을학기 중간방학이 됐다. 누리가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아무런 계획이 없는 중간방학이 부담이다. 보통 중간방학에는 짧은 여행을 가기도 하고, 누리와 공연이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학기 중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Covid-19으로 그 '보통 중간방학'에 할 수 있던 어느 것도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방학은 방학. 중간방학이 되고 줄줄이 입력된 알람들을 껐다. 방학 첫날, 할 일이 없어서 방학 숙제가 있는 구글 클라스룸을 열어보았다. 이번 학기부터 숙제는 구글 클라스룸으로 받고 제출하고 있다. 보통 때와 다름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