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육아 17

[+1223days] 아이 눈높이 언어

예전에 한 선생님이 아이들이 하는 말은 귀신에게서 배우지 않는한 모두 부모에게서 온다는 말씀을 하셨다. 당연한 말씀이지만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 오늘 오후 런던 남쪽에 있는 한국마트에 다녀오면서 누리를 잠들게 하지 않으려고 옆에 앉아서 끊임없이 떠들었다. 보통 오는 길에 잠이 드는데, 늘 깨고나면 문제다. 피곤한 만큼 잠을 채우지 못한 탓인지 한참을 운다. 어찌 낮잠을 건너뛰었는데 잠들 시간이 되어서도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하면서 잠들기를 거부한다. 겨우 책을 들고 침대에 눕는데까지 성공. 누워서도 침대 밖으로 나갈 껀수만 찾는 누리. 잠들기 전에 꼭 머리에 똑딱이 헤어핀을 꽂아야 한대서 "잘 때 머리 아프다고 안된다"고 했더니 "(머리핀을)위에 꼽으면 누워도 귀만 아프지 위는 괜찮다"고 해..

[+1212days] 진행보고

'결과보고'라고 쓰고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현재 진행인듯하다, 기저귀 떼기. 어린이집과 함께 떠밀리듯 시작된 기저귀 떼기는 현재까지 잘 진행중이다. 앞선 글에서 이틀 동안 바닥에 몇 차례 실수를 했다고 했는데, 세번째 되는 날은 무사고. 용기를 얻은 지비와 나는 주말 외출에서 기저귀 없이 나가보기로 하였다. 혼자 밖에서 일을 당하면(?) 당황하여 처리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같이 있을 때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아는 커플과 집 근처 하이스트릿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는데,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사이 "마미!"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사고 발생. 다행히 레스토랑 의자가 비닐가죽이었다. 지비는 누리를 화장실로 데려가고, 나는 남겨진 뒷처리를 했다. 밥 먹고, 차도 마시러 갔는데 별사고 없이 하루를 마무리 했..

[+1144days] (ver.부산경남) 깜짝 놀랬다

요즘 영국은 guy fawkes day를 기념하는 불꽃이 한참이다. 일주일 내내 밤마다 가까운 곳에서든 먼 곳에서든 펑펑 소리가 들린다. 며칠 전 밤, 누리와 단 둘이 있는데 퍼펑하고 불꽃 소리가 들렸다. 그때 누리가 또박또박 한국어로 한 말, "깜짝 놀랬다". 정확하게 부산경남 억양으로. 나도 정말 깜짝 놀랐다. 누리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 ): + 한국행 이후 코코몽의 빅팬이 된 누리. 영국에 돌아오고서 끈어버릴 좋은 기회다 싶어 "이젠 없어", "할머니 집에만 있어", "이모 차에만 있어"하고 말해주었다. 한국에서 온가족이 다 외울 정도로 보고, 들었는데 그걸 다운받아 보여주는 순간 끝장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계속 보여달랄테니까. 한국의 VOD 다시보기 서비스는 정말 육아의 적이..

[+1138days] 남친의 조건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시내로 갈 때 사용하는 지하철 노선은 둘이다. 디스트릭트 라인district line과 피카딜리 라인piccadilly line. 그 중 디스트릭트 라인은 집에서 가까운 역에 서고, 피카딜리 라인은 디스트릭트 라인을 타고서 다른 역에 가서 갈아타야 하는 노선인데, 런던 시내 중에서도 한 가운데로 갈 때 빨리 갈 수 있는 노선이다. 시내 한 가운데로 빨리 갈 수 있는 것은 피카딜리 라인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노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바로 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리와 함께 이 노선을 이용하는 게 무척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 노선은 런던 히드로 공항이 있는 서쪽 6존에서 런던을 가로 질러 런던의 동쪽으로 간다. 지하철은 자주 있지만, 늘 공항으로 ..

[+1135days] 요즘 우리

이런 저런 생각들은 많은데 정리할 시간을 못찾고 있다. 누리가 잠든 밤에는 뭐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 시간이 되면 TV리모콘 겨우 누를 기력 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걸 보는 행위 조차도 영어를 이해해야 하는 고도의 정신노동이라 대부분은 TV앞에서 졸다가 다시 자러 간다. 한국에 다녀온 뒤 누리는 지비의 표현대로 버릇이 없어진 것인지, 그 사이 자라 또 다른 수준의 이른 것인지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다루어지지가 않는다. 하고 싶다는 것도 많고, 하기 싫다는 것도 많고 - 뭐 그렇다. 어중간한 식재료 배달 때문에 멀리 나가지도 못하고 오전에 잠시 산책하고 들어와 둘이서 우동을 나눠 먹었다. 출출함을 커피로 채우겠다며 나갈 준비를 하는데 영 도와주질 않는 누리. 옷 다 입고서 양말만 신기를 거부..

[+876days] 각방 생활 3일째

싸운 건 아니고 구국(?)의 결단이었을 뿐이다. 감기, 감기, 감기, 감기 누리가 지난 주 감기에 걸렸다. 정확하게 월요일부터 콧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전 주에 아는 분을 아이와 함께 만났는데, 그 집 아이가 감기가 걸려 있었다. 어린이집을 시작하면서 걸렸다더라 하니, "아 어린이집은 집단 생활이라 정말 어쩔 수 없구나"하고 넘긴 지비. 나도 잊은 그 대화를 순간적으로 끄집어내서 "옮은 것 아니냐"고 나를 타박했다.(ㅜㅜ ) 그랬을 수도, 옮았을 수도 있고 그간 언니님의 방문으로 하루 두 탕씩 뛴 피로누적의 결과가 추운 날씨와 맞물려서 자연발생적으로 걸렸을 수도 있다. 이유는 알 수 없고, 누리의 감기는 만 이틀 만에 회복세로 돌아셨다. 수요일에는 거의 콧물을 흘리지 않았으니까. 문제는 지비와..

[+852days] 겨울이 더디다

작년 이맘때 한국에 있었는데 그 때는 시간이 총알 저리가라로 흘러가더니만 올 겨울은 참 더디 가고 있다. 누리와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참 힘들게 느껴지고 있다는 말. 누리의 TV시청 시간을 줄이고 싶지만 겨울이 깊어갈수록,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 일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누리와 함께한 지난 겨울들은 어떻게 보냈던가 생각해보니 아무리 추워도 비만 안오면 아이를 유모차에 넣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산책삼아 한 시간에서 두 시간쯤 걸었다. 그때는 누리가 유모차 보온커버 안에 앉아 있으니 그게 가능했다. 지금은 긴 시간을 유모차에 앉으려 하지도 않고, 걷다가 추우면 안아달라고 한다. 저 몸무게는 작년, 그 전해에 비해 몇 배로 무거워졌건만. 그래서 점점 더 집을 나서기가 어렵다. 그..